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 신장 플라잉 타이거스(중국)의 ‘서머슈퍼8’ 조별리그 A조 1차전이 열린 17일 마카오 동아시안게임돔.
전자랜드 가드 정영삼(34)은 코트에 있을 땐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고, 벤치에 있을 땐 손뼉을 치며 후배를 독려했다. ‘서머슈퍼8’은 광저우 롱 라이언스(중국), 라이징 제퍼 후쿠오카(일본) 등 5개국 8개 팀이 참가하는 아시아 클럽대항전이다. 전자랜드는 박찬희와 강상재(대표팀 차출), 차바위(부상) 등 주축 선수가 빠졌지만, 17점·8리바운드로 활약한 정영삼을 앞세워 81-67 완승했다.
2007년 입단한 정영삼은 군 복무(상무) 기간을 빼고는 전자랜드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11시즌 동안 경기당 평균 24분56초를 뛰면서 9.14점을 올렸다. 팀의 최고참이 된 이제는 주장을 맡고 있다. 전자랜드는 최근 8시즌 중 7시즌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다. 4강 PO에 3차례, 6강 PO에 4차례 진출했다. 포기하지 않는 스타일의 전자랜드를 응원하고 좋아하는 팬은 제법 많지만, 챔피언결정전에 한 번도 진출하지 못했다.
정영삼은 “우리 팀이 PO에는 꾸준히 오르는데, 정작 챔프전 진출이나 우승처럼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1년 문태종 형, 서장훈 형 등 멤버가 좋았는데 4강 PO에서 졌다. 그때 한 경기의 고비를 못 넘긴 게 농구 인생에서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정영삼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아이슬란드가 얼음장벽 수비로 아르헨티나를 꽁꽁 얼려 1-1로 비긴 경기를 감명 깊게 봤다. 그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지는 아이슬란드였지만, 투지가 눈에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랜드는 부상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악착같이 버티는, 끈기 있는 팀이다. 감독님(유도훈)이 개인보다 팀 스피릿을 강조한다”며 “전자랜드는 ‘언더독’ 이미지인데, 이제는 ‘팀 전자랜드’로 임팩트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정영삼은 또 “포인트가드 박찬희가 안정적으로 경기를 이끈다. 강상재와 정효근도 경험을 쌓으면서 많이 성장했다. 차바위는 (나와) 같은 포지션을 놓고 경쟁하는데 실력, 인성을 두루 갖췄다. 올 시즌 기대가 된다”고 평가했다. 자신에 대해선 “젊은 선수들이 혹시 슬럼프에 빠지거나 큰 경기에서 긴장할 경우 내가 잘 다독이고 이끌겠다”고 말했다.
정영삼은 프로 3년차 때 왼쪽 어깨 인대가 끊어졌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전문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았다. 당시 의사는 “만약 야구선수였다면 은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됐고, 지금도 어깨에 핀 5개가 박혀있다.
정영삼은 “올 시즌이 끝난 뒤 계약 기간이 만료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올해가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고, 혹시 더 뛴다고 해도 길어야 두세 시즌이다”며 “코트에 서 있고 뛸 수 있는 몸일 때 챔프전 진출, 아니 그걸 넘어 꼭 한번 우승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