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이 불법 마케팅을 했든, 음원 순위 조작을 했든, 혹은 숀의 주장대로 그렇지 않든 이 모든 논란의 시작은 실시간 차트에 대한 '집착'에서 벌어졌다. 실시간 차트가 없어지지 않는다면 제2의 닐로, 제2의 숀 논란은 사실상 또 다시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신인 가수나 무명 가수는 어떻게든 차트 인을 하려고 몸부림 치고, 인기 대형 가수들도 상당수가 차트 인에 목숨을 걸기 때문.
물론 모든 음원 차트가 문제는 아니다. 과한 순위 경쟁을 부축이는 실시간 차트가 문제다. 주간, 혹은 월간 차트로 가요계 흐름과 트렌드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 단위로 나눠지는 실시간 차트로 얻는 건 '홍보'와 음원 수익 뿐이다. 실제로 실시간 차트로 수 많은 가요 소속사에서 보도자료를 뿌린다. 몇 시간 1위를 한 것만으로도 홍보 효과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시간 차트 톱100에 일단 들어오면, 음악적 취향과는 별개로 톱100 전체 재생하기 시스템을 통해 순위 어느 정도 유지가 가능하다. 많은 리스너들, 특히 각종 식당, 카페, 쇼핑몰 등에서 실시간 차트 톱100 전체 재생을 많이 이용한다. 이를 통해 순위를 유지하는 게 과연 진짜 음원 성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장덕철·닐로·숀으로 이어진 음원 사재기 논란을 통해 진지하게 고찰해볼 문제다.
음악을 만들고, 가창하는 윤종신 역시 실시간 차트에 대한 냉철한 지적을 했다. 윤종신은 최근 인스타그램에 '차트는 현상의 반영인데 차트가 현상을 만드니 차트에 어떻게 하든 올리는 게 목표가 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실시간 차트, 톱100, 전체 재생 이 두가지는 확실히 문제라고 본다. 많은 사람이 확고한 취향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돕는 플랫폼이 되어야한다. 길게 보면 그런 플랫폼이 이길 것이다'라고 의견을 냈다.
또 윤종신은 '음원 사이트 첫 페이지가 각자 개인에 맞게 자동으로 큐레이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많은 개인 음악 취향 데이터를 갖다 바치는데 왜 내가 원하는 음악과 뮤지션 소식보다 그들이 알리고자 하는 소식과 음악을 봐야하는가'라며 '음원차트 톱100 전체 재생 버튼을 없애면 어떨까 하고 제안하고 싶다.꽤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이 무취향적 재생 버튼을 누르고 시간을 보낸다. 차트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부가이익을 얻는다. 어떻게 하든 차트인 해야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라고 덧붙였다. 가요 관계자 모두 고개를 끄덕인 '공감' 글이었다.
숀 측은 음원 차트 조작 의혹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숀 측은 "최근 사회 이슈로까지 불거진 음원 차트 조작 관련 ‘숀 ( SHAUN )’과 저희 소속사 측에서는 명확한 진위여부 확인을 위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정식 수사의뢰요청서를 접수했다. 신속하고 명확한 검찰 수사를 통해 이번 논란이 말끔히 해소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확실한 수사를 통하여 음원 차트 순위 조작 논란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은 닐로 논란도 여전히 명쾌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숀 논란에 대한 수사 결과에 큰 기대가 되지 않는 이유다.
음원 사재기 방지를 위해 국내 6개 음원 서비스 사업자가 실시간 '차트 프리징'을 실시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했다. 현실적인 대책은 아니었다. 이미 차트는 신뢰성을 잃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실시간 차트 인에 집착하는 악순환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구린내 나지 않고, 서로 의심하지 않는 건강한 가요계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실시간 차트를 없애는 게 급선무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