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 연관 검색어만 봐도 알 수 있듯, 논란 속에 살고 있는 남태현이 온갖 속 깊은 이야기를 다 하는 취중돌 인터뷰에 응한 점에서 놀랐다. 24시간 내내 예민하고 까다로울 것 같은 이미지가 인터뷰 동안 어느새 증발해 버려 또 한 번 놀랐다. 말을 유창하게 잘한다는 것만으로 선입견을 깨고 반전 이미지를 어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남태현은 언변도 좋았지만, 솔직한 이야기로 공감을 샀다. YG엔터테인먼트에서 나와 소속사 사우스바이어스클럽을 대표로 이끌며 빚을 지고 있는 상황, 남태현이 2016년 YG엔터테인먼트와 그룹 위너에서 나와 꾸린 밴드 사우스클럽의 음악 기저에 우울함과 외로움이 깔린 이유, 시끌벅적했던 열애설 등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도 피하지 않고 진솔하게 답했다. 투박한 말투에 핏기 없는 표정, 뭘 해도 예의 없어 보인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고, 심지어 이 점을 '왕따'라는 사우스클럽 곡 가사에도 녹여냈던 남태현. 비록 표현은 서툴지 모르지만,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싶은 그의 마음이 인터뷰 내내 느껴졌다. 절박함과 책임감이 그를 변하게 한 듯했다.
- 소속사 대표로서 직접 운영하다 보니 힘든 점도 많죠. "경비랑 헤어·메이크업 비용이 이렇게 많이 들어가는지 몰랐어요. 웬만한 스케줄이 아니면 경비를 줄이기 위해서 내가 헤어·메이크업을 직접 해요. 일을 조율할 때 계약서를 내가 다 읽어 봐야 하는데 알고 싶지 않은 것도 알아야 하고 굳이 이걸 해야 하나 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것도 공부잖아요. 10년이 지나면 내 또래에 비해서 좀 더 노련해지는 게 있을 것 같아요. 배운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그래도 계약서를 보는 건 힘들어요. 다행히 엄마가 계약서를 잘 봐 주세요. 나에게 피해가 오지 않도록 꼼꼼히 봐 주세요."
- 책임감도 많아졌죠. "그럼요. 이젠 내가 다 책임져야 하고 음악도 내가 골라야 해서 더 힘들어요. 1집은 내가 타이틀을 골랐는데 그 이후엔 멤버들, 매니저 형들을 모아서 의견을 수렴한 뒤 정해요. 내 음악을 평가하는 건 진짜 힘든 일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음악을 안 하는 친구들에게 의견을 많이 물어봐요."
- 남태현씨는 어떤 대표인가요. "지금 대표라는 직함 자체가 힘들어요. 민망해요. 물론 직함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좀 어색해요. 지금은 그냥 같이 일하는 분들 모두 크루라고 생각해요. 난 그 밴드의 리더일 뿐이죠. 리더로서 의견을 많이 들으려고 노력해요. 대표보다 그냥 밴드의 리더인 건데 어깨가 사실 정말 많이 무거워요. 내가 잘못되면 나랑 관련된 모두가 휘청거리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건강하게 지내요. 옛날에 곡을 쓸 땐 정신적으로 굉장히 피폐했어요. 내 감정을 끝까지 몰아쳐서 음악을 만들어 내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우울의 끝에 도달하기도 했어요. 예전엔 감성이 90%와 이성이 10%인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그걸 반반 배분하려고 해요. 그렇다 보니까 곡을 작업할 때 안 보이는 게 보이더라고요."
- 어떻게 한순간에 사람이 달라질 수 있나요. "그만큼 절박했으니까요. 절박하니까 달라지더라고요. 내가 위태로우면 나랑 같이 일하는 사람이 불안해서 같이 일할 수 없잖아요. 내가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마음먹은 이유죠. 밴드 형들도 방송 경험이 없으니까 내가 기준점이 되고 본보기가 돼야 하잖아요. 그래서 더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했고, 건강해지려고 노력했어요.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서 바뀌게 된 것 같아요. 솔직히 집이 잘살면 될 대로 돼라 하고 살았을 텐데 난 이게 아니면 안 되거든요."
- 손담비·정려원씨와 열애설도 있었죠. "진짜 전혀 아니라고 진실을 많이 밝혔거든요. MBC every 1 '비디오스타'에 나가서도 말했어요. 근데 대중은 진실을 이야기해도 믿어 주지 않아요. 믿고 싶지 않은 답을 해서 그런가 봐요. 일단 (정)려원 누나랑 친해진 건 나랑 데뷔 때부터 포토 작업을 한 실장님이 있어요. 8년 지기 친군데 그 형과 형의 와이프 두 사람이 인맥도 넓고 집에서 파티를 많이 해요. 그 파티에 갔다가 오연서 누나랑 친해졌어요. (오)연서 누나가 나를 보면 항상 하는 이야기가 '아는 사람 중에 려원 언니가 평창동에 화실이 있는데 나중에 같이 만나자. 너랑 너무 잘 맞을 것 같다'라고 했어요. 나도 그림을 그리거든요. 몇 달이 지난뒤 려원 누나 화실에 놀러 갔어요. 연서 누나랑 같이 가서 만났고, 화실에서 작업도 했죠. 그러면서 려원 누나랑 친해졌어요. (손)담비 누나는 려원 누나랑 친해서 같이 친해졌어요. 내 주변 누나들은 나를 남동생 또는 남자가 아니라 동성처럼 대해요. 내가 고민을 잘 들어 주니까, 가깝게 지내는 것 같아요."
- 손담비씨와 애정이 느껴지는 영상이 실수로 공개돼 열애설이 불거졌죠. "그날도 그 사진작가 형 집에서 하는 파티에 갔을 때였어요. 스케줄이 끝나고 잠깐 인사하려고 들렀는데 지인들이 동영상 어플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담비 누나가 만만한 나를 보고 같이 찍자고 제안했는데 거기서 '싫은데'라며 정색할 수 없었죠. 그래서 한 번 찍었는데 그게 인터넷에 올라갔고 오해를 샀죠. 차라리 만약 사귀었다면 '잠깐 만났어요'라도 하고 싶은데 그런 적 자체가 전혀 없어요."
- 연기력 논란도 연관 검색어로 늘 따라붙죠. "SBS '심야식당(2015)'을 할 때였어요. 난 사실 지금도 그때 연기한 게 그렇게 못한 건지 모르겠어요. YG에 있을 때 연기 레슨을 받았어요. YG는 클래스를 나눠서 10명씩 연기 레슨을 하는데 내가 항상 1등을 했어요. 그리고 논란이 된 장면을 찍을 때 황인뢰 감독님이 디렉션해 준 그대로 찍었어요. 울지도 말고 억지로 눈물을 머금으면서 대사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어요. 심지어 원 테이크로 찍은 건 두 번 만에 오케이가 났어요. 그래서 난 잘한 줄 알았죠. 심지어 난 그 신이 빨리 방송되길 기다렸어요. 근데 방송이 나가고 욕먹으니까 '참, 사람이 하는 일이 생각한 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 다시 연기할 생각이 있나요. "부정적이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은 연기 쪽 일을 알아본다거나 연기에 초점을 두고 싶은 건 전혀 아니에요. 음악 활동에 매진할 건데 혹여나 기회가 들어온다면 또 나랑 잘 맞을 것 같으면 할 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