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는 주지훈(36)이다. 개인적 이슈가 아닌 작품으로, 배우로 주목받는 날이 돌고 돌아 '길을 잃지 않고' 다시 돌아왔다. 결국 유명세가 따르는 스타의 운명을 타고난 배우임을 주지훈은 스스로 증명해냈다. 꽤 오래 전부터 문을 두드렸지만 녹록치 않았던 시간. 물꼬가 터지니 자리잡는건 순식간이 됐다. 무서운 속도로 영화계에서 제 존재감을 자랑하게 된 지금의 주지훈은 찾아 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를 악문 채 덤벼든 결과다.
주지훈이 본격적으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작품은 역시 '아수라(김성수 감독)'다. 충무로를 호령하는 선배들이 대거 투입된 프로젝트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며 영화계 중심에 섰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당초 '아수라'는 주지훈의 작품이 아니었다. 흐르는 운명은 주지훈을 눈여겨 보고 있었고,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주지훈의 승승장구는 기다렸다는 듯 터졌다. '신과함께(김용화 감독)', '공작(윤종빈 감독)', '킹덤(김성훈 감독)', '암수살인(김태균 감독)' 등 도전에 도전을 감행한 주지훈은 어느덧 어엿한 '쌍천만' 배우로 제 몸값을 높였다.
묵히고 묵힌 프로젝트에 '캐스팅 백지화'만 수 십번이 반복됐던 '신과함께'는 주인은 따로 있었다는 듯 최종적으로 주지훈 품에 안긴 영화다. 이제는 드라마 '궁' 이후 주지훈의 대표작이자 인생작이 됐다. "자신없이 참여했던 '신과함께'는 내 인생관을 바꾼 작품이다"고 강조한 주지훈은 "배우로서 최초의 경험도 경험이지만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함께 작업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여러 번 표했다.
충무로 최대 성수기라 불리는 여름 시장에 '신과함께-인과 연'에 이어 '공작'까지 대작을 두 편이나 내걸며 타의에 의한 시험대 위에 오르게 된 주지훈은 그 시험마저 '깔끔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사이좋게 1위를 맛 봤고, '신과함께'는 시리즈 쌍천만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조금 우쭐해도 '그래, 즐겨라' 내버려둘 시기지만 주지훈은 오히려 고삐를 바짝 당기며 잘 시간, 놀 시간 쪼개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는 상황. 고민의 주제는 달라졌지만 깊이는 더 깊어졌다. 확실히 '나태지옥'에 빠질리는 없는 영리한 배우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신과함께-죄와 벌' 때는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했다. 해원맥 캐릭터를 처음 만났을 때 어땠나. "영화라는 것이 무언가를 현실화, 영상화 시키고 현실같이 느껴지는 경험을 선사하는 작업 아닌가. 그 결과물을 관객들이 봐줘야 하고, 재미를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과함께'는 없는 지옥을 창조해야 했고, 관객들에게 설명을 해줘야 했다. 해원맥은 그 중심에 있는 저승차사다. 솔직히 '자신없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 의외의 반응이다. 여러번 백지화 됐던 프로젝트에서 주지훈의 합류가 물꼬를 트는 느낌이었는데. "감독님을 만난 후에 신뢰를 가졌던 것 같다. 지금은 '안 했으면 어쩌나' 싶다. 흥행 때문이 아니라 '정말 멋지고 인성 좋은 사람들과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의미가 가장 크다. 개인적인 인생관이 바뀔 정도로 좋았다. 11개월의 촬영 기간동안 90% 이상 그린 매트에서 연기하는 것이 '미친 작업'이긴 했는데 '힘들었나?' 생각하면 '힘들었다'는 답이 딱 나오지 않더라. 되게 곱씹어 보게 되는 질문이었다."
- 정말 안 힘들었나. "음…. 하하. 어떤 재판장은 영상 42도였다. 코트를 입고 있다 일사병이 와 쓰러지기도 했다. 2부 액션신은 영하 15도였다. 당연히 힘들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근데 김용화 감독님을 수장으로 (하)정우 형, (마)동석이 형, (차)태현이 형, (김)동욱이, (김)향기까지 힘들어 해도 짜증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왜 일할 때 노동요를 부르면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노동요를 부른다고 해서 노동량이나 노고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함께 한다'는 마음에 힘이 난다. 그래서인지 힘들었지만 힘들지 않았다."
- 과거부터 현재까지. 카리스마에 능글맞음까지 후회없는 연기를 다 해봤을 것 같다. "처음엔 골치가 아팠다. 1·2부도 왔다 갔다, 1000년 전도 왔다 갔다 해야 했다. 스케줄 상 순서대로 찍을 수 없었고, 영화 한 편을 찍기도 힘든데 두 편에 1인2역 수준이었다.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었다. 내가 학습하고, 공부해온 것을 토대로 감정의 결을 살린다면 '종합선물세트처럼 만들어서 전달해 드릴 수 있겠다'는 마음이었다. 나도 나름 기대하는 부분이 있어 최선을 다했다."
- 성주신의 대사를 빌어 '똥폼잡는 연기'는 어땠나. "나에게 부족한 능력 중 하나가 유쾌함을 전달하는 것이다. 내 취약점이었다. 반대로 뛰어난 사람이 바로 김용화 감독이다. '말도 안돼! 그게 괜찮아요, 감독님?'이라면서 소심한 반항을 하기도 했는데 결국 '알았어요. 할게요'가 되더라.(웃음) 하긴 했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기 전까지 엄청 떨었다. 긴장한 채로 영화를 봤는데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더라. 우리가 전하고자 했던 감정의 포인트들을 관객들이 명확하게 알고 있는 느낌이었다. 격하게 터져 나오는 리액션에 만감이 교차했다. 진짜 '후아…' 했다."
- 코믹요소를 전달하는게 가장 어렵다고 하더라. "김용화 감독을 맹신하게 됐다.(웃음) 중반 이후 겨우 마음을 놨던 것 같다. 우리는 웃긴데 우리만 웃을까봐 걱정이 됐다. 특히 '위트'라고 하지 않나. 위트있는 연기를 할 때, 위트를 전해줘야만 하는 신이 나올 땐 거짓말 안 하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내 귀가 빨갛게 달아 오르는게 실시간 라이브로 느껴졌다. 영화관은 까맣지, 화면은 하얗지, 내 귀는 빨갛지. 혹시라도 들킬까봐 그걸 참으라 더 힘들었다. 그런 내 모습이 너무 창피하고 딱 죽을 것 같더라."
- 헤어스타일이 다양했다. 특히 이마를 덮었을 때 인물이 확 살아났다. "외관적 요소로도 감정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굳이 디테일한 핑계를 대자면 '저승차자가 씻어야 하나?'가 첫 번째였다. 우리끼리 설정은 현실을 했을 땐 저승차사도 물리적인 적용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현동(정지훈)이 집에서 먹고 자면서 씻기도 하겠지. 덕춘이와 해원맥이 가장 데면데면했던 순간이었기 때문에 해원맥 입장에서는 머리를 감아도 만질 시간없이 고뇌에 빠져있지 않았을까. 하하. 좀 아닌 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든 헤어스타일이 차분하면 사람이 순해 보이기도 한다. 그 감정선을 잘 맞추려 했던 노력으로 봐 주시면 감사하겠다."
- 사극 분장도 의외로 잘 어울리더라. "드라마도 마찬가지지만 한국 영화들을 보면 캐릭터를 구축하고 이야기를 풀어 나감에 있어 많은 변화와 발전의 과정이 있었다고 본다. 사회적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예전에는 꾸미고 다니면 '어머, 왜 저래'라는 비아냥거림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리관리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모든 것이 허용되는 작품 속이라면 외관에 더욱 신경 쓸 수 밖에 없다. 정말 많은 인력과 시간을 할애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정재 형 같은 경우는 특수분장만 7번을 반복했고, 우리도 가발 길이, 수염 하나하나 허투루 달지 않았다. '그 시대 고증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취할 것이냐, 버릴 것이냐'를 고민하면서 완성해 나갔다."
- 마음에 들던가. "괜찮게 보였다면 두 번째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지 않을까.(웃음) 나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 프로젝트느 걱정되는 것이, 걱정해야 하는 것이 너무 너무 많았다. 솔직히 영화를 처음 봤을 땐 이것 저것 챙겨 보느라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두번째 관람을 하고 나서야 전체적으로 보이더라. 번째 보면 또 다르지 않을까 싶다." - '신과함께'로 인해 팬층이 넓어졌다. "이야기는 들었는데 아직 직접 확인된 바는 없기 때문에.(웃음) 다만 관객 분들이 이전보다 나를 좀 더 편하게 생각해 주는 것 같기는 하다. 사실 '신과함께' 이전에도 발랄하고, 가볍고, 유쾌한 역할들을 하기는 했다. 작품이 잘 안돼 본 사람이 많이 없고 기억을 못하는 것일 뿐. 하하. '결혼전야', '나는 왕이로소이다' 모두 무거운 캐릭터는 아니었다. 배우에게 어떤 이미지가 생긴다는건 족쇄가 될 수도 있지만 다른 변주를 줬을 때 받아들이기 편하다는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어느 쪽이든 나쁘지 않다."
-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점령한 '신과함께'다. "해외 스타가 내한하면 즐겁지 않나. 두 팔 벌려 환영하고. 해외 팬들 역시 우리를 그런 마음으로 받아준다. 애초 초청을 했다는 자체가 작품과 배우들에게 애정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일정이 빠듯해도 해외 프로모션이 편하긴 하다. 정서적 부담이 덜 한 것이다. 한국은 긴장의 연속이나까. 물론 그 긴장이 탁 풀렸을 때의 고마움은 이루 말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