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감독의 윤곽이 드러났다. 파울루 벤투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 유력한 상황이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유럽에서 협상을 마치고 16일 귀국했다. 지난 8일 유럽 출장길에 오른 김 위원장은 키케 산체스 플로레스 감독, 슬라벤 빌리치 감독 등 몇몇 후보군과 접촉했고, 최종적으로 벤투 감독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2년 카타르월드컵까지 4년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연봉은 역대 외국인 감독 최고 대우를 해줄 전망이다.
벤투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르투갈 국가대표로 활약한 선수다. 1992년부터 2002년까지 A매치 35경기에 출전했다. 루이스 피구, 후이 코스타 등과 함께 유로 2000과 2002 한·일 월드컵에 출전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과 조별리그 3차전에도 출전한 인연이 있다.
벤투 감독은 2004년 현역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포르투갈 스포르팅 리스본 유스팀을 시작으로 스포르팅 리스본 1군을 이끌었다. 그리고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며 유로 2012 4강에 오르기도 했다. 또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고 2014 브라질월드컵에도 출전했다. 이후 브라질 크루제이루, 그리스 올림피아코스 등을 이끌었고 올해 중국 슈퍼리그 충칭 리판을 지휘했다. 김 위원장이 새 감독 자격요건으로 제시했던 월드컵 예선 통과 경험 및 대륙간컵 우승·세계적인 리그 우승 등 선임 기준에도 부합한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지만 벤투 감독에게 단점도 있다.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 시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에 너무 의존하는 단조로운 전술로 비판을 받았다. 포르투갈을 이끌고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굴욕도 맛봤다. 또 충칭 리판에서 성적 부진의 이유로 경질당한 점도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 축구팬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았던 스페인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 플로레스 감독과 협상은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플로레스 감독은 2009~2010시즌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끄는 등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특히 스페인 특유의 점유율 축구보다는 선수비 후역습을 추구해 한국 축구와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플로레스 감독은 멕시코대표팀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클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등 인기가 높았다. 협상 결렬의 핵심 이유는 4년이라는 장기계약에 대해 플로레스 감독이 주저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로레스 감독의 이력을 보면 한 팀에 오래 머무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벤투 감독이 유력하지만 아직 대한축구협회의 공식 발표는 없었다. 대한축구협회는 17일 벤투 감독 선임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는 16일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회의 김판곤 위원장이 17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A대표팀 감독 선임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기자회견 전까지 협회는 감독 선임에 관해 언급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