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일본 야구대표팀은 전원(24명)이 사회인 야구선수로 꾸려졌다. 예전 한국의 실업 야구처럼 일과 야구를 병행한다. 기본적으로 프로팀에 입단하지 못한 선수들이다. 엔트리 전원이 프로 선수인 한국과 온도 차이가 분명하다. 그렇지만 마냥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이번 대회 한국전 선발투수로 분류되는 '오른손 원투펀치' 오카노 유이치로(24·도시바) 요시카와 순페이(23·파나소닉)도 마찬가지다.
오카노는 이시이 아키오 일본 야구대표팀 감독이 에이스로 점찍은 자원이다. 지난 19일 열린 도쿄 가스와 연습 경기에 선발로 나와 4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경력도 화려하다. 사회인 야구 명문 도시바의 에이스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후지나미 신타로(한신)와 함께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대표로 활약했다. 최고 구속 시속 147km에 형성되는 직구에 슬라이더와 포크볼, 체인지업 등을 섞는다. 제구에 강점이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아시아 윈터 베이스볼(AWB)에서 탈삼진 부문 1위를 차지했다. AWB는 KBO 연합팀을 비롯해 CPBL 1개 팀, NPB 2개 팀, 일본 사회인 야구 1개 팀, 국제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파견하는 유럽 대표팀 1개 팀 등 총 6개 팀이 출전해 자웅을 겨룬 국제 대회. 여러 가지 활약을 바탕으로 올해 열리는 신인 드래프트 상위 지명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파나소닉 소속인 요시카와도 위력적이다. 현재 애리조나 입단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계약이 확정된다면 2008년 타자와 준이치(당시 신일본석유 ENEOS) 이후 10년 만에 사회인 리그 투수가 NPB를 거치지 않고 미국에 진출하는 사례가 된다. 그만큼 입지전적 투수다.
최고 구속 시속 148km 빠른공에 싱커를 섞는다. 4월에 열린 리그 경기에서 무려 30명의 스카우트가 투구를 체크했다. 지난 16일 일본 닛칸스포츠는 '올해 드래프트 1순위 후보로 국내 12개 구단이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안게임 결과가 미국 진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목적의식이 강하다. 이 밖에 일본은 키 168cm에 시속 147km 직구를 던지는 우스이 이사무(도쿄 가스), 왼손 투수로 시속 150km 안팎의 직구를 구사하는 타카하시 타쿠미(일본생명) 등 탄탄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사회인 리그에서 뛴다고 무시했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
SK에서 불펜 포수로 뛰고 있는 나카니시 카즈미는 "일본은 도시바·파나소닉·미쓰비시·스즈키 등 대부분의 대기업이 사회인 리그에 참여하고 있다. 내 고향인 나고야에선 도요타가 강세를 보인다"며 "일본에선 사회인 리그에 간다고 해서 나쁘게 보는 시선이 없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 리그에 가면 2년 뒤 프로 지명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다시 생긴다. 프로에 가서 당장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사회인 리그로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카즈미는 추쿄고 3학년 때 일본 최고 고교 대회 '고시엔(전국 고등학교 야구선수권대회)' 8강을 경험한 경력자다. 사회인 리그에서 뛰는 지인이 꽤 있어 전후 사정을 누구보다 더 잘 안다.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도 일본을 경계한다. 선 감독은 "일본 투수 9명은 모두 선발로 나설 능력이 있고, 프로에 지명될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투수 엔트리를 11명으로 꾸린 한국보다 선수는 2명 적지만, 쉽게 볼 투수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