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23일 인도네시아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스타디움에서 '아시아의 강호' 이란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16강전을 치른다. 이란은 주장인 골키퍼 메흐디 아미니 자제라니(22)를 뺀 19명이 21세 이하 선수들이지만, 주요 국제 대회에서 늘 한국을 괴롭혔기에 쉬운 상대가 아니다. 게다가 16강부터는 패하면 집을 싸야 하는 벼랑 끝 승부. 김학범호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 여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김학범호의 최전방 공격에 나서는 손흥민은 경험과 실력을 모두 갖췄다. 그는 지난달 끝난 2018 러시아월드컵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쐐기골을 박아 넣으며 2-0 승리를 이끈 주인공이다. 이번 대회선 주장을 맡아 팀을 리드하고 있다. 지난 20일 키르기스스탄과 조별리그 3차전에선 실추된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제대로 살렸다. 후반 18분 기막힌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결승골을 꽂아 한국의 1-0 승리를 확정했다. 17일 말레이시아전 졸전 패배를 남긴 대표팀의 분위기를 바꾸는 값진 골이었다. 지난 13일 대표팀에 합류한 손흥민은 이 경기에서 이번 대회 처음으로 선발 출전했다. 예열을 마친 그는 이란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득점포 가동에 나설 전망이다.
손흥민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완벽한 리더의 역할을 수행 중이다. 말레이시아전이 끝난 뒤 선수들을 호출해 "창피한 경기다. 정신 차려라"며 후배들에게 따끔한 지적을 했던 손흥민은 키르기스스탄전을 앞두고 선수들을 모아 놓고 "원팀"을 크게 외치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키르기스스탄전에 선발로 출격해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은 승리가 필요한 순간에 결승골을 책임지며 '캡틴'의 의무를 완수했다. 손흥민은 "우승으로 가는 궤도를 탔다고 100% 확신한다"면서 "최선을 다해 이란전을 준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후방엔 골키퍼 조현우가 버티고 있다. 러시아월드컵 독일전에서 세계적인 공격수들을 상대로 무실점 '선방쇼'를 펼친 조현우는 이번 대회에서도 골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그는 조별리그 1·3차전 두 경기에 출전해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이란전을 시작으로 토너먼트에 접어들면서 그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16강부터는 전·후반 연장까지 승부가 나지 않으면 승부차기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는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승부차기를 두 차례 경험했는데, 공교롭게도 상대는 모두 이란이었다. 1986 서울 대회 8강전에선 1-1로 맞선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이겨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02 부산 대회 4강전에선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5로 졌다. 조현우는 "승부차기 훈련을 굉장히 많이 해서 자신 있다. 물론 승부차기까지 안 가면 좋겠지만 간다면 내가 막아서 승리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면서 "일단 무실점을 해서 선수들이 편하게 이길 수 있도록 중심을 잡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란전에선 조현우의 역할이 평소보다 더 커진다. 이 경기엔 핵심 수비수 김민재(전북 현대)가 경고 누적으로 이란전에 결장한다. 김학범 감독은 키르기스스탄전이 끝난 뒤 황현수(FC 서울)와 조유민(수원 FC) 중 한 명을 출전시키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두 선수 중 누가 나오더라도 김민재의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때문에 조현우가 수비 라인을 조율하는 등 최종 수비수 역할까지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조현우는 K리그에서도 시야가 넓고 발밑이 좋은 골키퍼로 꼽힌다. 조현우는 "준비한 대로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범 감독은 "벼랑 끝 승부다. 뒤엔 낭떠러지뿐"이라면서 "선수들도 잘 인지하고 있다. 매 경기가 결승이고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고 치르겠다"고 이란전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