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가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하지만 K뷰티의 중심인 대한민국에서 화장품 업계와 '여심'을 쥐락펴락하는 인물은 따로 있다. 200만여 명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 2억 조회 수에 빛나는 '뷰티크리에이터' 이사배다.
이사배는 대한민국 뷰티 업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로 통한다. 방송국 특수 분장사, 청담동 유명 메이크업숍 실장을 거친 그는 4년 전 15명의 구독자와 함께 뷰튜버의 삶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10~30대 여성들은 이제 그의 동영상을 보면서 화장을 배운다. 청소년들은 '제2의 이사배'를 꿈꾸며 장래 희망 1순위로 뷰튜버를 적어 넣고 있다. 아시아는 물론이고 영어권인 북미 지역도 그의 채널 구독 버튼을 쉴 새 없이 누르고 있다. 스타의 메이크업을 그대로 복사해 내는 일명 '커버 메이크업'의 매력에 이끌리는 데는 동서양에 다름이 없었다. 그의 이름 뒤에 '인간 복사기'라는 별칭이 달리는 이유기도 하다.
비단 여자의 마음만이 아니다. 화장품 기업들도 이사배에게 열광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유명 브랜드 화장품 제조 업체들은 신제품을 출시한 뒤 어김없이 이사배에게 먼저 보낸다. 그의 손길에 닿고 만족스러운 메이크업이 완성되면, 곧바로 '대박'의 길을 걸을 수 있어서다. 심지어 몇몇 회사들은 "그의 평을 들어 보고 싶다"며 출시도 되지 않은 화장품을 샘플 그대로 공병에 담아 보내기도 한다. 그만큼 제품력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리뷰를 받을 수 있어서다. 각종 뷰티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예능 토크쇼까지 이사배를 패널로 섭외하기 위해 러브콜을 열심히 보내고 있다. 그가 방송에 한번 뜨거나 커버 메이크업을 새로 선보일 때마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은 그의 이름과 연관 검색어로 도배가 된다.
일간스포츠가 비상하는 K뷰티를 재창조하는 뷰티크리에이터자 인플루언서인 이사배를 만났다. 늘씬하고 아름다운 용모는 그야말로 들러리일 뿐. 목소리는 달콤했고, 말투는 사랑스러웠다. 스물두 살에 광주에서 상경해 반지하 생활을 하다가 지금에 이른 '노력담'을 담담히 이야기할 때는 기자도 반할 지경이었다. 다음은 이사배와 일문일답이다.
대한민국 No.1 뷰티크리에이터 갓사배
- 얼마 전 '화사 메이크업'을 공개해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죠. "유명인의 메이크업을 카피한 '커버 메이크업'은 화장법 자체만 모방해선 완전한 표현이 어려워요. 상대의 이목구비 특징을 봐야 하지만 평소 스타일링이나 표정 등 포인트를 잘 살피고 숙지해야 해요. 엑스맨, 장신위안 메이크업도 그렇게 완성됐고요."
- 요즘 이사배 같은 뷰튜버가 꿈인 어린 학생이 많아요. "너무 신기해요. 나 때만 해도 장래 희망으로 뷰티크리에이터를 꿈꾸는 경우가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데 내가 그런 직업을 갖고 있고, 청소년들이 나를 따라해 주니 고맙고 신기해요. 나는 메이크업을 통해 변하고, 남들이 바뀌는 과정을 참 좋아해요.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것을 보여 주고 직업으로 이룰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꿈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 제2의 이사배를 목표로 삼은 이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뷰튜버'를 하는 분 중 99%는 취미로 시작해 '나만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분들이에요. 그것도 정말 좋죠. 하지만 만약 이사배 같은 뷰티크리에이터를 목표로 한다면 나는 직업 체험과 경험을 권유하고 싶어요. 특히 메이크업 내부 카테고리에서요."
- 다양한 경험요? "그럼에도 유튜브 방송만을 목표로 뷰티크리에이터를 꿈꾸라는 말은 사실 못 할 것 같아요. 메이크업은 그 자체로 기술이 필요한 분야예요. 현장에서 다양한 직업과 경험을 거쳐야 습득되는 부분이에요. 그런 것을 겪지 않고 무작정 뷰티크리에이터가 된다는 건 모순이라고 봐요. 메이크업을 취미가 아닌 일로서 좋아한다면, 오직 유튜브에만 몰두한다면 그건 열정이 다소 부족한 거죠. 지금의 이사배만 보면 안 될 것 같아요."
- 성실함은 기본이겠죠. "당연해요. 영상이 운이 좋아서 뜨는 건 그거 하나만 뜬 거지, 그 이후의 효과를 기대할 순 없어요. 유튜브 세계는 정말 빠르게 돌아가요. 구독자들의 니즈에 맞춰서 원하는 영상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한데, 성실하지 않다면 불가능해요. 2015년 처음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는데, 나는 사실 그전부터 연예인 메이크업을 틈틈이 올렸어요."
- 화장품 모델이죠. 품질에 엄격한 이사배가 추천한다고 해 화제가 됐죠. "제품에 대해선 정말 까다로워요. 여러 브랜드에서 제품 테스터를 보내오는데 그때마다 '내가 써 보고 마음에 들면 광고한다'고 말하는데 그 이후 통과됐을 때 진행해요. 시카크림 광고도 그렇게 연결됐고요."
- 이사배가 쓰면 '대박'이 나요. "나는 방송에서 노골적으로 제품을 팔진 않아요. 철칙이죠. 하지만 보통 한 번 메이크업을 할 때 20개 제품을 써요. 내 생방송을 보면서 '저 제품이 뭐지?' 하고 찾아보거나 바로 구매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들었어요. 이따금 몇몇 업체 등에서 "(이)사배씨 소개로 5분 만에 매진됐다"는 말을 전해 주거나 기사로 보곤 해요."
- 북미권에서도 이사배에게 열광한다죠. "유튜브 통계를 통해 영어권에서 내 방송을 구독하는 편이라고 들었어요. 아마도 '커버 메이크업'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기술적으로 배우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외국인들은 한국인의 피부가 유독 예쁘다고 생각하고 닮고 싶어 해요."
- 이사배가 보는 K뷰티의 미래는 어떤가요. "밝아요. 글로벌 성장이 가능하다고 봐요. 나는 해외 명품부터 국내 중저가 제품까지 모두 사용해요. 그러면서 한국 화장품이 특유의 꼼꼼함과 섬세함이 있고, 트렌드에 빠르고 자연스러운 매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명품이라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거든요. 그런 면에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요."
누구의 '복사기'도 아닌 이사배의 꿈
- 재주가 많아요. 가수, 사업가, 크리에이터까지 팔방미인이에요. "가수는 사실 이벤트성이었어요. 우연히 내가 코인노래방에서 노래하는 장면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는데 그 음원이 멜론 차트에 다시 올랐어요. 시기가 지난 옛날 발라드였어요. 멜론에서 제안이 온 이유예요. 노래, 성대모사, 예능, 춤 다 좋아해요. 내가 좋아하는 걸 실현하는 것이 뷰티크리에이터의 무한한 장점 같아요."
- 유튜부 구독자 수가 엄청나요. 3억 뷰가 가능한 분위기예요. "나는 목표를 두진 않아요. 구독자나 뷰 모두요. 원래 나를 보여 주고 치열하게 노력한다면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할 생각은 없나요. "나는 메이크업이라는 기술적 부분에 자신 있어요. 기초 화장품의 성분이나 제조는 내가 잘 아는 분야가 아니에요. 하지만 툴만은 내 것을 쓰고 싶어요. 결국 메이크업의 완성도와 직결된 것이니까요. 그래서 이사배가 직접 만들고 쓰는 '친절한 브러시 세트'라는 걸 만들었죠."
- 과거에 '하루 매출 5000만원'을 올린다고 했는데 지금은 더 벌겠어요. 이사배에게 돈이란? "돈은 좇으면 나가는 것이죠. 소신을 지켜야 돈이 들어와요. 나는 다만 나 자신에게 떳떳하고 싶고 그것을 좋아해요. 가짜로 말하지 못하고, 나 자신에게 당당하게 일하면 들어오는 게 돈이죠. 이 일을 시작한 뒤 휴가를 간 적이 없어요. 연애도 후순위고요. 내 어머니 꿈이 작은 집을 갖는 것이었어요. 당당하게 일했고, 그리고 집도 사 드렸어요."
- 어떻게 인생을 살고 싶어요? "나는 21세에 광주에서 메이크업을 시작하고 수개월 만에 강사가 됐어요. MBC 분장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무작정 22세에 서울로 상경해 작은 반지하 방에서 5년을 살았어요. 원룸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 집이었죠. 이후 지상으로 올라와 투룸, 스리룸, 포룸 아파트까지 왔어요. 뭐랄까…. 촘촘한 계단을 끝없이 오르는 기분이에요. 앞으로도 계속 올라가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의 삶을 유지하고 싶어요. 대신, 이사배다운 모습을 보여 주고 떳떳하고 싶어요."
- 10년 뒤 이사배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꿈이 궁금해요. "여전히 메이크업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이 일은 정말 놓고 싶지 않아요. 내게 화장품은 놀이 기구고 놀 수 있는 소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