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이후 첫 이적이라서 기대도 되고 걱정도 돼요. 하지만 (손)흥민이 형이 그랬던 것처럼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지난 12일 인천공항에서 만난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희찬(22·함부르크)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새 소속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다는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 황희찬은 지난달 31일 친정팀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를 떠나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함부르크로 1년간 임대 이적했다. 함부르크는 대표팀 선배자 한국 축구의 최고 스타 손흥민(26·토트넘)이 신인 시절에 4년간 뛰며 빅 클럽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팀이다. 황희찬은 일간스포츠와 단독 인터뷰에서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새 소속팀에 적응해서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2016년 프로에 데뷔한 황희찬은 그동안 잘츠부르크 유니폼을 입고 86경기에서 29골 7도움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37경기 13골)에는 팀의 핵심 멤버로 활약하며 구단의 리그 우승과 역사상 첫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4강행을 이끌었다. 황희찬은 한 시즌 만에 다시 1부 승격에 도전하는 크리스티안 티츠(47) 함부르크 감독에게 꼭 필요한 자원이었던 셈이다. 함부르크는 지난 시즌 1963년 분데스리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2부리그 강등을 겪었다. 이전까지 함부르크는 분데스리가에서 단 한 번도 2부리그로 강등되지 않은 유일한 팀이었다. 3경기를 치른 올 시즌 현재 2승1패로 정규 리그에서 8위(승점 6)를 달리고 있다. 황희찬은 "단장님과 감독님이 아시안게임 대표팀과 A대표팀에 소집돼 있는 동안 지속적으로 연락했다. '기대하고 있고,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황희찬은 축구팬들 사이에서 '황소'라는 애칭으로 통한다. 비결은 '집 밥'이다.
황희찬은 새 출발을 앞두고 굵직한 경험을 쌓았다. 지난 6월 생애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은 뒤, 아시안게임까지 종횡무진으로 누볐다. 황희찬은 "월드컵은 월드컵대로, 아시안게임은 아시안게임대로 느끼고 배운 것이 많다"면서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우승이라는 목표로 또래 선수들끼리 똘똘 뭉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성용이 형, (구)자철이 형 등 훌륭한 형들의 뒤를 잘 이을 수 있도록 많이 배우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치른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결승전은 골잡이 황희찬의 진가가 드러난 경기였다. 그는 전반 11분 손흥민이 상대 골문을 향해 올린 프리킥을 상대 수비보다 머리 하나는 더 높이 떠올라 환상적인 헤딩 결승골로 연결했다. 마치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유벤투스)의 헤딩골을 보는 것 같았다. 호날두는 캥거루처럼 높이 떠올라 내려찍는 헤딩슛으로 유명하다. 황희찬은 "흥민이 형이 프리킥을 차기 전에 형과 눈이 마주쳤다. 킥이 뒤쪽으로 날아오는 것을 보고 타이밍을 맞췄다"면서 "호날두의 헤딩을 보고 점프 연습을 많이 했는데, 중요한 순간에 성공해서 기뻤다"고 말했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운 드리블 돌파와 지치지 않는 '무한 체력'이 전매특허인 덕분이다.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A매치 칠레전에서도 황희찬은 자신의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후반 15분 우측면에서 순간적인 돌파로 상대 수비수 2명을 가볍게 제친 뒤 오른발 크로스로 연결했고, 후반 32분 오른쪽 코너 부근에서 상대 수비 2명을 헤집고 나와 골 지역까지 파고드는 괴력을 발휘했다. 두 차례 돌파 모두 그라운드 위 선수 대부분이 지친 후반 중·후반에 나왔기에 칠레 선수들마저 놀라게 만들었다.
평소 보약이나 스태미나식을 먹지 않는 황희찬은 어머니가 손수 지어 준 음식을 즐겨 먹는다. 잘츠부르크로 출국할 때마다 어미니표 소갈비 10~15대와 김치를 포장해 출국할 만큼 토종 입맛을 갖고 있다. 황희찬은 함부르크에서도 어머니와 함께 지내며 팀 적응에 집중한다.
황희찬은 15일 안방 폴크스파르크슈타디온에서 열리는 2018~2019시즌 정규 리그 5라운드 하이덴하임과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를 전망이다. 함부르크 지역지 함부르거 아벤트블라트는 "티츠 감독이 황희찬의 출전에 낙관적"이라며 데뷔전의 가능성을 점쳤다. 황희찬은 "함부르크는 명문팀이다. 목표는 팀의 1부리그 승격에 힘을 보태는 것"이라며 "팀과 대표팀에서 더 발전해 기여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