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 스타인 '왕홍(網紅)'이 K뷰티를 앞세워 대륙을 흔들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한국의 패션 뷰티를 소개하는 '전달자'였던 이들은 이제 K뷰티 상품을 중국인들에게 판매하는 새로운 판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들은 "왕홍이 침체된 국내 업체들의 새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들의 가치와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왕홍은 '왕뤄훙런(網絡紅人·인터넷 스타)'의 줄임말이다. 중국 대표 SNS 채널인 '웨이보' 내 패션·뷰티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오피니언리더 역할을 한다.
주로 동영상, 생방송 등으로 화장법이나 코디법을 소개하고 시청자와 양방향 소통을 진행한다. 대부분 적게는 수십만 명에서 많게는 수천만 명에 달하는 엄청난 수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어 방송을 한 번 할 때마다 수많은 중국인들의 눈과 귀를 잡아 끈다.
'왕홍 경제'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로 경제적 부가가치가 상당하다. 2016년 발간된 '중국왕훙산업연구보고'에 따르면 왕홍 산업의 규모는 약 530억 위안(9조원)에 이른다. 이를 통해 생성되는 시장 규모는 1000억 위안(약 18조원)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네티즌 중 왕홍 방송을 구독하는 회원 수는 3억2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중국 네티즌 중 45.8%에 해당된다. 왕홍이 방송할 때 동시 접속자 수는 4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홍 경제는 연평균 53.2%에 달하는 중국 모바일 전자상거래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바링허우(1980년 이후 출생자), 주링허우(1990년 이후 출생자)는 모바일 구매에 익숙해 왕홍의 콘텐트를 통해 정보를 축적했다가 소비로 연결하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 버금가는 왕홍의 영향력을 활용한 온라인 마케팅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
중국 진출 초기만 해도 직접 중국의 블로그나 SNS에 홍보 글을 올렸던 국내 K뷰티 업체들은 이제 왕홍을 매장으로 초청해 제품을 소개한다. 최근에는 왕홍의 SNS 생방송에 연결해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마케팅 기법이 '대세'다.
코스메틱 브랜드를 론칭한 제이에스티나는 왕홍과 SNS 판매 라이브 행사를 진행해 4시간 만에 1억6000만원의 판매고를 올렸다고 전했다. 68명의 왕홍을 직접 본사에 초대해 뷰티 상품 테스트와 취재, SNS 업로드까지 라이브로 연결하면서 단순한 매출 이상의 홍보 성과를 올렸다.
제이에스티나의 뷰티 관계자는 "주요 제품인 쿠션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라이브 행사 기획 시 중국 소비자들에게 '마스크 시트'의 인기도 상당했다. 앞으로 중국 시장의 추가적 반응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 '비브라스'의 한 관계자는 "왕홍들이 명동 플래그십스토어와 면세점을 방문해 우리 브랜드를 소개하는 라이브 방송을 자주 한다. 덕분에 중국 내 인지도가 함께 높아졌다"고 말했다. 비브라스는 아예 한중 대표 스타 커플인 추자현·우효광 부부를 메인 모델로 기용했을 정도다.
이처럼 왕홍을 기용한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자 이들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왕홍을 한 번 섭외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팔로어 수, 방송 형태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데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른다"고 귀띔했다. 중국에서는 왕홍을 육성하는 아카데미와 기획사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한국 기업의 중국 마케팅을 돕고 있는 최보영 상하이씨앤와이시장마케팅전략유한공사(이하 씨앤와이) 대표는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주축인 왕홍의 팔로어는 중국 내 정치 상황에 대해 민감하지 않은 편이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등 국제 정세나 정치 상황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며 "왕홍은 앞으로 국내 우수한 중소기업의 제품을 팔 수 있는 주요 채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