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선영은 지난 9일 종영한 KBS 2TV '같이 살래요'에서 유동근(안효섭)네 든든한 맏딸 박선하를 연기했다. 내강외유 타입의 커리어 우먼으로, 유동근·장미희(이미연)와 가족애, 연하남 강성욱(차경수)과 로맨스, 박준금(우아미)과 고부갈등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폭넓은 감정선으로 진한 여운을 남겼다. 25년 경력의 베테랑이었지만 이번 연기는 특히 어려워 선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최지우와 대립하는 악녀 연기로 눈도장을 찍은 '진실'부터 인현왕후로 분한 '장희빈', '열여덟 스물아홉' '겨울새' '솔약국집 아들들' '불후의 명작' '장영실' '초인가족 2017' 등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했다. 하지만 아직 모자란 듯 더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사극과 가족극 출연을 통해 선한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지만, 사실은 악역도 잘한다고 어필했다. '같이 살래요'를 끝낸 박선영은 영화 '남산, 시인 살인사건' 촬영에 돌입했다.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줄 전망이다.
-종영소감은. "끝나고 나면 시원섭섭하다. 그래도 마지막에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적으로 다 보여주면서 마무리 지어서 좋았다. 전체적으로 우리 드라마가 많은 부분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잘 마무리된 것 같다. 아쉬우면서도 시원하고 시원하면서도 섭섭하다."
-시청률 40% 못 넘어서 아쉬웠는지. "안타깝다기보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게 더 잘 전달돼서 더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수치에 대한 바람은 솔직히 없다. 제일 좋았던 게 이 드라마가 연세 있는 어르신들이 많이 보셔서 밖에 나가면 실질적으로 체감했다. 어르신분들이 지나가다가 '너무 잘 보고 있다'고 하면서 '그 드라마 보면서 행복하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게 좋았다."
-'같이 살래요'의 의미는. "현실적으로 치매 가정이 너무 많고 젊은 분이 치매 걸리는 경우도 많다.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 또 노년에 어머니나 아버지가 새로운 배우자를 만나서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그걸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에 대한 아름다운 방향을 제시해줬다고 생각한다. 가족 드라마이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이야기 속에서 하나의 가정으로 아름답게 마무리되는 그런 해피엔딩을 보여줬다. 한지혜 씨가 맡았던 젊은 사람들의 이혼과 재혼 같은 경우도 금기시되는 게 아니라 어떤 식으로 잘 받아들여서 소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도 이상적인 모습들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한번 생각해볼 문제였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 드라마가 의미하는 바가 컸고 아름답게 보여주면서 보는 분들이 행복하다고 말씀해주시고 좋게 봐주셔서 그런 점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올여름 더웠는데 힘들지 않았나. "효섭 집 옥상이 정말 더워지기 전부터 죽음의 장소였다. 나중엔 너무 더워서 작가님에게 말씀드려서 작가님이 거기를 대본에 안 쓰셨다. 밤이 되면 땀이 좀 식고 그래야 하는데 가만히 서 있는데도 땀이 막 나서 진짜 더웠던 것 같다. 요즘 나오는 드라마들은 여름에 찍었을 텐데 내가 그 고통을 아니까 '아이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 생각도 들더라."
-좋은 가족들을 만나 더 좋았을 듯. "유동근 선생님, 장미희 선생님, 박준금 선생님에게서 많이 배웠다. 그런 가족들과 어우러져서 하는 게 좋았다. 특히 유동근 선생님 같은 경우는 연기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말씀해주셨다. 대본으로 봤을 때 느낀 감정보다 같이 연기를 하면서 생긴 시너지가 있었다. 방송으로 봤을 때 마음을 움직이는 신이 된 걸 봤을 때 정말 배우로서 좋았다. 선생님과 호흡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게 좋았다. 끝나고 나면 또 모니터 해주시고 '좋았다'고 문자도 보내주셨다. 감동이었다."
-다양한 관계 속에서 감정 연기 힘들지 않았나. "연기하기가 힘든 역할이었다. 감정의 진폭이 너무 크고, 상대하는 감정들이 복합적이었다. 자연스러운 생활도 보여줘야 하고 남편과의 사랑 이야기도 보여줘야 하고 시어머니와의 갈등도 보여줘야 하고 그러면서 아버지와 관계 시어머니와 관계 이런 게 복합적이었다. 오열하는 신도 많았다. 너무 힘든 역할이었다. 하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면 배우로서는 좋은 경험이었다. 매일 오열하고니까 어떻게 다르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 그럴 때는 선생님들한테 여쭤봤고 설명해주셨다."
-실제로는 막낸데 장녀의 책임감 어떻게 연기했나. "배우로서 책임감이나 그런 걸 결부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하지만 연기하다 보니 선하가 이해됐다. 짠하고, 어떨 때는 답답할 정도로 이렇게 안 해도 되는데 올바르다고 생각한 것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못 견뎌 하는 모습이 불쌍했다. 너무 짠했고 마음도 아팠다. 그 캐릭터로 살아가다 보니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장미희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장면 감동적이었는데. "선하의 최고의 장면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신을 찍을 때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 마음이 너무 이해가 돼서 그 신을 제가 잘했던 것 같다. 연기라기보다는 실제 느끼는 감정으로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그 신이 좋았다. 선하가 미연을 엄마로 받아들이면서 가족 화해가 되는 촉발제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