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상파 드라마는 '역대급 몰락'이라는 표현으로 불린다. 이런 상황에 연기대상 개최와 대상 수상자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방송국별로 훑어 보면 MBC 드라마국은 '총체적 난국'이다. 2014년 연기대상부터 시청자들의 문자 투표로 대상을 정해 이유리·지성·이종석이 가져갔다. 다시 지난해 문자 투표를 폐지했다. 올해 어떤 방식으로 치러질지는 물음표 상황이다. 문제는 받을 사람이 마땅치 않다. 올해 MBC 드라마는 '위대한 유혹자' '검법남녀' '사생결단 로맨스' '배드파파'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 '이리와 안아줘' '시간' '내 뒤에 테리우스' '부잣집 아들'이다. 주말극을 포함해도 대상 수상자로 눈여겨볼 만한 사람은 소지섭·장혁 정도다. 더욱이 올해 다시 문자 투표가 부활된다면 팬들의 전쟁일 뿐이다.
SBS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 '키스 먼저 할까요'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여우각시별' '리턴' 등 두 자릿수 이상을 기록한 드라마가 꽤 있다. 이 중 대상 수상자가 나와도 이견이 있을 리 없어 보인다. 또 지난해 수상 부문을 상당수 줄여 호평받았다. 10명의 신인과 10명의 대상 후보에게 모두 상을 주던 방식이 사라졌고 공동 수상도 없어 칭찬을 들었다. 그럼에도 상을 받는 사람만 참석한다면 'SBS 연기대상=참가상' 소리를 피할 수 없다.
KBS는 지난해 300분 가까운 러닝타임으로 온갖 욕을 다 들었다. 시상식이 1월 1일 오전 2시가 넘어 끝났기 때문. 공동 대상이었지만 그나마 천호진·김영철이었기에 별 소리 없이 지나갔다. 올해는 '같이 살래요' '우리가 만난 기적'이 체면을 세웠다. 대상이 나온다면 두 드라마 속 배우들이 가장 유력한 상황.
연말 시상식이 '그들만의 잔치'가 돼 버린 것은 오래됐다. 상을 받을 가능성이 없더라도 배우들이 자리에 참석해 축제를 즐기는 자리는 옛말이 됐다. 상을 받을 사람만 오다 보니 호명됐을 때 놀라고 수상 소감을 말할 때 우는 모습도 볼 수 없다. '이 자리에 선 것만으로 감사하다'는 말은 듣기 어렵다.
한 매니지먼트 대표는 "방송국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건 곧 참가상을 뜻한다. 또한 너무도 긴 시상식 시간 때문에 상을 받아도 배우들은 앉아 있는 걸 매우 싫어한다. 이러다 보니 참가 자체를 꺼린다. 예전에는 다음 작품에 혹시 해가 될까 봐 참여했는데 이젠 드라마 채널이 너무 많아져 이런 걱정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