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은 지난 2일 열린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4차전에서 주루 도중 왼쪽 발뒤꿈치에 부상을 입었고 경기 도중 교체됐다. 5차전에서도 9회에서야 대타로 그라운드에 섰다. 그의 컨디션은 한국시리즈 변수로 여겨졌다.
선발로 나섰다. 경기 전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상태가 호전됐다. 선수에게 주루 플레이를 할 때 조심하라는 당부를 했다"고 전했다. 경기 전 라커룸에 있던 이재원의 표정은 결코 밝지 않았다. 주전급으로 올라선 2014시즌 이후 "안방을 지킬 때가 가장 행복하다"던 선수다. 주전 포수로 나서는 첫 한국시리즈 출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홈플레이트 뒤와 옆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일단 최소 실점을 이끌었다. 이날 SK 선발투수 박종훈의 제구력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우타자 몸쪽 낮은 코스를 공략한 커브, 좌타자 몸쪽으로 던진 속구가 모두 흔들렸다. 그러나 이재원의 투수 리드가 좋았다. 특히 두산 3번 타자 박건우, 4번 김재환에게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1회 첫 승부에선 직구-커브 조합, 3회 두 번째 승부에선 속구(포심·투심 패스트볼) 계열을 번갈아 요구했다. 모두 주자를 두고 상대했지만 맥을 끊는 리드를 해냈다.
이날 경기 첫 번째 승부처는 6회였다. SK는 2-3으로 역전을 당한 채 맞이한 6회 공격에서 박정권이 우월 투런 홈런을 치며 재역전에 성공했다. 6회 수비는 전세 수성을 위해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투수 앙헬 산체스가 선두타자 오재원에게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후속 허경민의 희생번트 타구를 3루수 강승호가 바로 잡아내며 아웃카운트 1개를 잡았지만 위기는 이어졌다.
이재원은 이 상황에서 상대 공격 흐름을 끊었다. 산체스가 정수빈에게 던진 2구째를 잡은 뒤 완벽한 송구로 도루를 시도한 오재원을 잡아냈다. 비디오판독 여지가 없는 타이밍이었다. 투수는 타자와의 승부에서 우전 안타를 내줬다. 그러나 주자는 없었다. 이재원은 후속 박건우와의 승부에서도 느린 변화구(커브) 2개 뒤 속구 2개를 요구해 헛스윙 삼진을 잡는데 기여했다. 이날 박건우는 상대 배터리
마지막 고비에서도 이재원의 리드가 빛났다. 7회 김재환과 양의지에게 연속 안타, 최주환에게 볼넷을 내주며 놓인 무사 만루에서도 무실점을 이끌었다. 오재일에겐 변화구를 활용하지 않는 승부로 허를 찔러 삼진, 김재호에게도 같은 패턴으로 땅볼 병살타를 유도했다. 이 순간 이재원은 두 손을 쥐며 포효했다.
타석에서도 집중력이 있었다. 타격을 할 때 앞으로 내딛는 발에 통증이 있는 상황에서 힘을 완전히 싣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효과적인 타격을 했다. 4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상대 선발 조쉬 린드블럼의 속구를 두 차례 파울을 만들었다. 커트가 아니었다. 힘을 빼고 결대로 밀어치는 스윙을 했다. 두 번 모두 우측 선상 근처에 떨어졌다. 이 승부에선 삼진으로 물러났다. 6회 세 번째 승부에선 좌전 안타를 때려내며 린드블럼의 투구수 증가를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