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신한은행은 지난 10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시즌 우리은행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용인 삼성생명과의 홈경기에서 외국인 선수를 내보내지 않고도 68-63으로 이겼다. 쉐키나 스트릭렌이 부상을 당한 신한은행은 교체로 데려온 자신타 먼로가 비자 발급 문제로 뛰지 못했다. 반면 삼성생명은 외국인 선수 아이샤 서덜랜드를 비롯해 김한별, 배혜윤 등 장신 선수가 유독 많은 팀이었다. 국내 선수들로 경기에 나서는 신한은행의 절대 열세가 점쳐졌다.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신한은행의 국내 선수들은 삼성생명의 '장신숲'을 헤집고 다니며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 에이스 김단비는 3점슛 4개를 포함해 29득점 15리바운드를 올리는 활약으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66-63으로 쫓기던 경기 종료 40초 전엔 승리를 확정하는 자유투 2개를 침착하게 성공하기도 했다. 득점과 리바운드 모두 양팀 통틀어 최다일 만큼 삼성생명이 자랑하는 외국인·국내 선수 빅맨 조합을 압도했다. 16득점을 터뜨린 김연희와 12리바운드를 걷어올린 곽주영은 각각 공·수에서 김단비를 지원사격 했다. 국내 선수들의 맹활약에 힘입은 신한은행은 개막 2연패를 털고 시즌 첫 승을 낚았다.
국내 선수의 활약이 승부를 가르게 된 것은 올 시즌부터 바뀐 외국인 규정 때문이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여자프로농구는 각 팀당 2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 1명이 출전했다. 3쿼터에 한해 2명이 동시에 뛸 수 있었다. 농구패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선수 놀음' '외국인 선수는 전력의 5할 이상' '좋은 외국인을 뽑은 팀이 경기를 지배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1명 보유로 바뀌었다. 2쿼터에는 아예 단 1명도 뛸 수 없도록 해놓았다. 여자프로농구에서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후 특정 쿼터에 외국인 선수가 한 명도 못 뛰게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달 29일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신한은행 신기성 감독은 "국내 선수 역할의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덕수 청주 KB국민은행 감독도 "국내 선수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며 "외국인 선수가 체력적으로 힘들 때 국내 선수의 역할이 팀의 승부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펜딩 챔피언' 아산 우리은행이 올 시즌에도 순항 중인 이유도 국내 선수들이 탄탄한 실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여자농구 6팀 중 최하위인 6순위로 크리스탈 토마스를 뽑았다. 외국인 최대어는 놓쳤지만, 임영희-박혜진-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최강 삼각편대가 버틴 덕에 개막 2연승을 질주 중이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좋은 기량의 국내 선수들은 위안"이라면서도 "외국인 선수의 체력이나 부상이 걱정되기 때문에 이를 잘 조절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