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이 자체 편집숍인 '네이처컬렉션'에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과 협업한 브랜드 'VT코스메틱'의 제품을 단독 입점시키고도 울상이다. "BTS 팬클럽만 전국에 10만여 명"이라며 각 가맹점별로 물건을 800만원 가까이 현찰로 선구매하도록 권장했지만 기대에 못미쳤기 때문이다. 본지 단독 확인에 따르면 LG생활건강 본사 측은 지난달 부터 네이처컬렉션에서 단독 판매하고 있는 'VTXBTS 에디션'이 매출이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내자 전국 가맹점들로부터 반품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가맹점주들은 "회사 말만 믿고 빚내서 구매했는데 이자만 늘어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VTXBTS 에디션 단독 입점시켰지만… 네이처컬렉션은 LG생활건강이 운영하는 화장품 매장이다. 지난 9월까지 오직 자사 브랜드만 판매해 왔지만 10월부터 타사 제품도 파는 편집숍 방식으로 선회했다. 최근 헬스앤뷰티(H&B) 스토어가 화장품 업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자 이를 의식해 모든 브랜드를 망라해 파는 플랫폼 형식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선언한 것이다. LG생활건강은 기존 브랜드숍인 '더페이스샵'을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을 유도하면서 빠른 속도로 네이처컬렉션의 매장 숫자를 늘리고 있다.
화장품 회사들은 보통 매장의 리뉴얼과 확대가 있을 때마다 각종 행사와 고객 서비스 프로그램, 대대적인 홍보 작업 등으로 대중에게 알린다. 이는 가맹비를 내는 가맹점주와 한 약속이기도 하다.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이 LG생활건강과 비슷한 시기에 자사 제품만 팔던 '아리따움'을 플랫폼 방식으로 바꾸면서 한 달 내내 집중적인 홍보와 이벤트를 진행한 것도 같은 배경이다.
그러나 LG생활건강은 조금 더 수월한 선택을 했다. VTXBTS 에디션을 단독으로 입점시켜서 인지도를 높이려고 한 것이다.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특별한 서비스나 홍보, 네이처컬렉션의 자체 자생력 강화 방안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전국의 네이처컬렉션 가맹점주들에게 제품 구성에 따라 가격대를 A팩 186만원·B팩 570만원·C팩 750만원 등 세 가지 패키지로 나눈 뒤 구매를 권장한 것이다.
LG생활건강에서 나온 직원들은 가맹점주들에게 "VTXBTS 에디션은 등신대 등이 중요하다. 사 놓기만 하면 수일 내 매진될 테니 C팩으로 사는 게 좋다"고 권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흔히 말하는 '품절 대란'과 '완판'을 우려했지만, 품절은커녕 사 놓은 물건을 기대만큼 팔지 못한 매장이 수두룩했다.
LG생활건강은 가맹점주들의 요구에 반품 절차를 밟았다.
본사 측은 VTXBTS 에디션의 실패를 인정했다. 일간스포츠가 단독으로 입수한 LG생활건강 직원과 네이처컬렉션 가맹점주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LG 직원이 점주에게 등신대 무상 지급과 반품 허용 등을 알리면서 "너무 처참하게 (판매가) 안 돼서 주문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본사 믿고 빚내서 'VTXBTS' 산 가맹점들… "하루에 고작 만원어치 판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네이처컬렉션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들만 눈물을 흘리고 있다. 본사의 말만 믿고 세금을 포함해 2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빚내 투자했는데 결과는 '쪽박'이었기 때문이다.
네이처컬렉션을 운영하는 A가맹점주는 "본사의 말만 듣고 800만원 수준의 C타입을 선택했다. '어디 매장은 C타입을 했는데 이건 무조건 성공한다. 물량부터 받아 놓으라'는 장담을 듣고 인척들에게 돈을 빌렸다. 이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6일 판매를 시작한 뒤 첫날 50만원어치 팔았다. 그 뒤 일주일 정도 하루 평균 20만~30만원 매출이 전부였다. 지금은 하루에 만원어치도 팔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B가맹점주는 "원래 A타입을 하려고 했는데 '초도 물량만 판다' '다시 안 찍으니 물건을 확보하라'는 설명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B가맹점주는 후회막심하다. 현재 VTXBTS 에디션의 상당분을 반품했다. 그는 "본사에서 VTXBTS 에디션이 1년 계약이라면서 '전부 반품 치지 말고 조금은 남겨라. 시간이 기니 조금씩이라도 나가지 않겠냐'고 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B가맹점주는 "본사가 빅스타인 BTS와 협업한 제품을 단독 입점 시켰다고 홍보와 광고라도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다. 버스광고 정도 말고는 눈에 띄는 것도 없었다. BTS가 아깝다"고 했다.
상당수의 네이처컬렉션의 가맹점주들은 수백만원대의 현찰을 급하게 마련하기 위해 마이너스통장이나 대출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장에서는 네이처컬렉션의 VTXBTS 에디션 판매 저조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BTS는 전 세계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스타다. BTS와 모델 계약을 맺었다면 이 자체만으로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VT코스메틱이 BTS를 유치했다고 했을 때 업계가 술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LG생활건강도 VT코스메틱으로 '손대지 않고 편하게 코를 푸는' 반사이익을 노렸다. 만약 LG생활건강의 의도대로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제품이 잘 팔리고, 젊은 층이 계속 네이처컬렉션에 유입됐다면 VTXBTS 에디션 단독 입점을 위해 쏟은 수십억원도 성공적으로 평가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VT코스메틱은 BTS와 협업한 제품을 네이처컬렉션 말고도 다른 온·오프라인을 통해 계속 판매한다. 제품 타이틀도 VTXBTS 에디션과 같거나 비슷하다. BTS 팬으로서는 반드시 네이처컬렉션 오프라인 매장에 가야 하는 이유가 없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네이처컬렉션을 젊은이들이 붐비는 장소로 만들겠다는 LG생활건강의 야심 찬 계획은 차질이 생겼다.
LG생활건강의 한 관계자는 "VT코스메틱에서 BTS 협업 화장품이 처음은 아니다. 가맹점주나 소비자 입장에서 말씀드린다면 구매할 수 있는 (비슷한 컨셉트의) 다른 제품이 있다 보니 엄청나게 특별하진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VTXBTS에디션 59종을 네이처컬렉션에 향후 1년간 독점 입점시켜 젊은층의 매장 유입을 높임으로써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해당 제품을 한달 동안 팔아본 매출을 집계해본 결과 더페이스샵 카카오 콜라보레이션, 코카콜라 콜라보레이션 등 다른 콜라보레이션보다 매장 평균 약 65% 더 많이 판매됐다. 이는 2년 동안 네이처컬렉션을 통해 판매된 콜라보 제품 중 가장 높은 성과였다"면서 실제 매출 성적이 저조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A·B·C패키지는 각 매장에 공급되는 VTXBTS 에디션 제품 개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브로마이드나 포토카드, 등신대 등의 판촉물은 패키지 구성과 상관 없이 모두 지급했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 측은 패키지를 구성한 것은 소비자에게 꼭 전달되어야 하는 판촉물(브로마이드, 포토카드 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누락되거나 해당 제품 구매와 상관없이 다른 제품에 전달되는 등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