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가 또 다시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신작과 국제전시회에 못미치는 전시장 등 옥에 티도 있었다.
18일 지스타조직위원회에 따르면 15일부터 이날까지 나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18'의 누적 일반 관람객은 23만5082명(오후 5시 추정)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22만5683명) 대비 약 4.1% 증가한 것이다.
지스타의 흥행 기록은 매년 새로 쓰이고 있다. 관람객은 2015년 20만9617명에서 2016년 21만9267명, 2017년 22만5683명으로 매년 늘었으며 이같은 증가세는 올해도 계속됐다.
개막일인 지난 15일에 4만1584명(전년 대비 3.6%↑), 16일 4만7116명(9.1%↑), 17일 8만6139명(3.8%↑)이 각각 다녀갔으며 마지막날인 18일에는 6만243명(1.4%↑, 오후 5시 추정)이 지스타를 찾았다.
벡스코 제2전시장에 마련된 BTB관(15~17일)을 찾은 유료 바이어는 1일차 1779명, 2일차 266명, 3일차 124명으로 전년 대비 약 8.1% 늘어난 2169명(2017년 2006명)을 기록했다.
이같은 흥행은 올해로 14회째인 지스타가 11월 최대 행사로 자리잡았고, 지진 영향이 있었던 작년과 달리 수능일이자 개막일부터 많은 관람객이 찾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스타조직위 관계자는 "e스포츠, 크리에이터 개인방송과 라이브 토크, 코스프레 어워즈 등 게임 콘텐트를 활용한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의 확대로 올해도 흥행에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리잡은 '보는 게임쇼'이번 지스타에서 눈의 띄는 점은 '보는 게임쇼'로 확실히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펍지와 카카오게임즈, 에픽게임즈 등 참가사들은 e스포츠를 메인 콘텐트로 내세워 관람객의 시선을 잡았다.
펍지는 'KT 5G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트리트 챌린지' 현장 예선 및 한국 대표 선발전을, 카카오게임즈는 아프리카TV 유명 BJ들의 배틀그라운드 '멸망전 시즌5을,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이벤트전을 각각 선보였다.
참가사들이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개인)들을 대거 앞세워 게임 홍보에 나선 것도 '보는 게임쇼' 이미지를 굳혔다.
넥슨은 자사 부스 정중앙에 인플루언서 부스 '넥슨 스튜디오'를 마련, 대도서관·도티·울산큰고래 등이 진행하는 출품작 리뷰 및 개발자 인터뷰를 관람객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트위치코리아도 유명 스트리머들이 출연하는 리그오브레전드·포트나이트·하스스톤 등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유명 인플루언서가 부스에 등장하면 관람객들이 대거 몰려들어 부스 뿐 아니라 통로까지 발딛을 틈이 없었다. 일부 관람객들은 인플루언서를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인기 셀럽들도 어느 때보다 많이 찾아 관람객들이 유명인들을 직접 보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가졌다.
지스타 3일차인 17일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출신의 레전드 박지성과 유명 축구해설위원 박문성이 넥슨의 국제 e스포츠 대회 'EA 챔피언스컵 윈터 2018' 결선 현장을 방문해 이벤트 매치를 펼쳤다.
이날 넷마블의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광고모델인 모델 문가비가 찾아 관람객들과 퀴즈도 풀고 게임 시연도 진행했다.
올해 처음 지스타에 참가하는 구글의 부스에서는 홍진호, 초승달, 밍모, 지숙, 풍월량, 지라라, 운학, 서유리 등 유명 크리에이터가 참가해 서 쿠키워즈 대전을 진행했다.
지스타조직위가 총 500만원의 상금까지 걸고 처음으로 진행하는 '지스타 코스프레 어워즈'도 볼거리는 풍성하게 했다.
뜨거웠던 라이벌 대결…해외 게임사들도 지스타 빛내 경쟁사 간 대결이 펼쳐진 것도 지스타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배틀로열 게임 장르에서 경쟁하는 펍지의 배틀그라운드과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부스를 마련하고 홍보전을 뜨겁게 펼쳤다.
에픽게임즈는 B2C관에 100부스를 마련, 관람객들이 PC와 플레이스테이션4, 안드로이드와 iOS 모바일 기기 등으로 포트나이트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 게임 크리에이터들의 대결 이벤트도 진행했다.
펍지는 B2C관 100부스에서 ‘KT 5G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트리트 챌린지' 현장 예선 및 한국 대표 선발전를 진행했다. 또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참가하는 각종 이벤트를 진행했다.
넥슨과 넷마블의 신작 경쟁도 벌어졌다.
넥슨은 가장 큰 300부스를 마련하고 모바일 11종과 PC 3종 등 총 14종의 신작 게임을 선보였다. 특히 자사의 인기 온라인 게임 '바람의나라'와 '크레이지 아케이드' '테일즈위버' '마비노기'를 모바일로 만든 신작 4종을 내놓았다.
새로운 IP(지식재산권)인 대형 모바일 신작 '트라하'도 공개했는데, 시연 버전이라고 하기에는 완성도가 높아 주목받았다.
넷마블은 오는 12월 6일 정식 출시하는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이하 블소 레볼루션)'을 비롯해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 모바일 MMORPG '세븐나이츠2', 모바일 배틀로얄 MMORPG인 'A3: 스틸 얼라이브'를 공개했다.
이같은 넥슨과 넷마블의 신작 대결로 지스타가 게임전시회로서의 체면을 그나마 살릴 수 있었다.
해외 게임사들도 여럿 참여한 것도 작년과 다른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포트나이트' 개발사인 에픽게임즈가 이번 지스타의 메인 스폰서로 참가했다. 해외 업체가 메인 스폰서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글도 일반 관람객을 겨냥한 부스를 마련했다. 뒤늦게 참가를 결정해 본 B2C관이 아닌 벡스코 제1전시장 컨벤션홀 3층에 별도 전시 부스를 마련, 글로벌 인디게임 9종을 선보였다.
'소녀전선'으로 국내에서 이름을 알린 중국 게임사 XD글로벌도 B2C관에 부스를 마련했다.
흥행 성공 지스타, 옥에 티는지스타가 흥행에 성공했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넥슨과 넷마블이 신작을 대거 들고 나왔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신작도 모바일 게임이 대부분이어서 PC나 콘솔 등 다른 플랫폼의 신작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게임사들의 신작 VR 게임도 없었다.
지스타가 글로벌 게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의 신작이 나와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다.
전시장이 관람객 수에 비해 작다는 것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매년 주말이면 지스타를 찾는 관람객이 6만~8만명에 이르는데 벡스코 제1전시관은 이들을 한꺼번에 수용하기에는 작다. 전시관에 입장한 관람객들은 통로까지도 가득 메운 사람들 때문에 게임사 부스를 제대로 관람하기 힘들 뿐 아니라 제대로 걸어다니기도 어렵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해외 게임쇼의 경우 지스타의 B2C관을 여러 개 운영하는데, 지스타는 하나 밖에 없다"며 "규모가 작은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M'을 지스타에서 볼 수 없었던 것도 아쉬운 점이다.
또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이 지스타와 연계해 개막 전날 발표되는데, 정착 대상을 받은 게임을 지스타 현장에서 전혀 볼 수 없다는 게 아이러니하다"며 "유저들에게 보답하는 측면에서도 게임대상은 지스타에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권오용 기자 kwon.ohyo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