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이유가 체조경기장 콘서트로 화려한 10주년을 장식했다. '히트곡 부자'의 자신감으로 무장한 아이유는 2만 관객 앞에서 마음껏 뛰어 놀았다. 노래, 춤, 연기, 입담은 물론 넘치는 팬서비스까지 지칠 줄 모르는 아이유 덕에 관객들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아이유는 17일, 18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2018 아이유 10주년 투어-이지금-서울' 콘서트를 개최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한 이번 공연은 솔로 가수 아이유의 탄탄한 팬덤과 대중성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그는 "솔직히 당일 되면 감동이 안 올줄 알았다. 나는 항상 중요한 날이 정해지면 정해진 날을 기점으로 매일 매일 그 날만 생각하는 사람이다. 감동도 상상으로 다 받고, 불편하거나 힘든 것도 미리 다 힘들고 당일엔 아무렇지 않게 살아왔는데, '아이유 참 좋다'고 1만명 넘는 사람들이 동시에 외치니까 훅 들어왔다. 참 재미있는 내 인생이다. 호들갑을 떠는 성격은 아닌데 체조경기장 확정된 후 이건 큰 사건이라 생각했다. 20살부터 전국투어를 하면서 이 곳에 왔다. 감히 꿈꿔본 적이 없는 공연장인데, 그냥 열심히 살았다고 주는 보상 같다. 10주년에 맞춰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번 콘서트는 '영화'를 컨셉트로 '아이유 테마파크'처럼 꾸며졌다. 데뷔부터 지금의 톱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아이유가 걸어온 길을 노래와 무대에 담아냈다. 코러스 2인까지 8명의 라이브 밴드 연주에 맞춰 아이유는 쉴 새 없이 변신했다. 16명의 댄서들은 돌아가며 아이유의 무대를 더욱 빛나게 이끌었다. 세트장이 됐다가, 스크린이 됐다가 다양하게 이용한 리프트 무대 연출은 공연을 보는 재미를 더했다.
오프닝곡 '분홍신'은 한 편의 뮤지컬 처럼 꾸며져 시선을 압도했다. '하루끝'을 부를 땐 아이유가 열기구를 타고 올라가 2~3층 관객과 가까이 마주했다. 폭죽까지 터지며 아이돌콘서트 이상의 함성을 이끌었다. 아이유는 "저를 오래 좋아하는 분들은 알지만 돌출무대를 잘 안쓴다. 이번 공연은 큰 규모라서 두 번째로 사용해 봤다. 아낌없이 쏟아부은 공연이다. 연출팀에 '롯데월드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열기구도 띄우고 폭죽도 떠뜨렸다"고 설명했다. '좋은날'의 삼단고음도 1부 공연에서 터졌다. "세트리스트를 짤 때마다 고민을 하는데, 이번엔 특별하게 하고 싶어서 이 곡을 앞으로 가져오게 됐다. 나의 최대 히트곡이지만 활동하면서 히트곡이 꽤 많이 생겨 앞에 해도 잘 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돋보였다.
이어진 무대에선 본격적으로 아이유의 히트곡 자랑이 펼쳐졌다. '잔소리' '금요일에 만나요' '너의 의미' '이런 엔딩' '나만 몰랐던 이야기' 등 관객과 함께 노래했다. 특히 '잔소리' 무대에선 관객에게 마이크를 넘겨 호흡했다. "미리 불러달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떼창으로 넘기는 거다. 이게 사실 고음이라 떼창이 안 나올 수도 있어서 뺄까 하다가 10주년이니까 유애나 피처링으로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시멜로우'의 은퇴 무대도 준비됐다. 마시멜로우 인형탈을 쓴 댄서들이 플로어 석으로 내려와 함께 춤을 췄다. 아이유는 "이번 서울 공연이 마쉬멜로우 은퇴 무대다. 7-8년 했는데 나도 이 무대를 은퇴하려고 한다. 귀여운 무대를 보여드리기에 나이도 먹었고 힘들다. 가장 중요한 건 이제 부를 곡이 많다는 거다. 부를 곡이 많아서 10대 시절 아이유를 정리하기로 했다"며 마지막까지 귀여움을 모아 아낌없이 보여줬다.
'스물셋' '안경' '제제' '삐삐' '팔레트'의 3부 무대는 아이유만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채워졌다. "첫 프로듀싱 앨범 '챗셔'를 빼놓고는 아이유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 모든 상상을 때려넣은 앨범이다. 두 번째 프로듀싱을 맡은 앨범 '팔레트'와는 다르다. '팔레트'는 더 오랜시간 공들여 정돈된 느낌이라면 '챗셔'는 울퉁불퉁하지만 애착이 가는 앨범이다"고 했다. '삐삐'에 대해선 "'챗셔'처럼 사적인건 아니다. 요즘 시대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어 만들었다. 데뷔곡 '미아'를 만든 작곡가와 10주년 기념으로 다시 만들어봤다"고 밝혔다.
공연 말미 아이유는 '있잖아' '어젯밤이야기'로 2층 관객석을 돌며 팬들을 직접 만났다. 뛰어다니며 노래하다 무대로 복귀한 아이유는 땀 범벅인 모습으로 "진짜 힘들다"고 숨을 내쉬며 "유애나가 적극적으로 변해 놀랐다. 역대급 떼창도 나와 놀랐다. 우리 팬들이 응원법을 외우다니, 빅뱅 선배님들의 기분을 알 것만 같다. 무엇보다 여성 팬 분들 비율이 정말 많다. 너무나 기분이 좋다"고 감동했다.
앵콜에 앵앵콜을 거듭하기로 소문난 아이유는 팬들이 만들어준 감동의 바다 속에 무려 5시간 이상 공연을 펼쳤다. 끝까지 흔들림 없는 라이브로 '역시 아이유'라는 찬사와 호응을 이끌었다. 김이나, 박시연, 설리, 강한나, 박솔미 등 많은 동료들도 콘서트장을 찾았다. 아이유의 첫 전성기를 이끈 김이나 작사가는 "앵앵콜 포함 네 시간을 지루할 틈 없이 채우는 너란 가수 대체. 왜이렇게 울컥울컥 하던지. 흑흑 자랑스러운 이지은. 네가 오래오래 노래하면 참 좋겠다. 이젠 정말 공연이 기다려지는 가수다"라고 애정을 표했다.
부산과 광주에 이어 서울에서 진행된 아이유의 10주년 콘서트 투어는 오는 12월 홍콩, 싱가포르, 방콕 투어 공연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