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성난황소'가 한국의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돌진한다.
최근 MCU는 위태롭다. '범죄도시'로 폭풍 같은 흥행 바람을 일으킨 뒤 '범죄도시'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영화들이 연이어 극장에 걸렸기 때문이다. 마동석만 믿고 극장으로 향하던 관객들의 마음에 의심이 피어오른 것은 당연한 결과다. '성난황소'는 그런 가운데 출격하는 새 히어로다.
MCU 부활은 순탄하게 시작되는 듯 보인다. 10대와 20대를 대상으로 한 사진 모니터 시사에서 4.3점의 높은 평점을 받았고, 개봉 이후 흥행에 순항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북미·호주·뉴질랜드·일본·대만·홍콩·마카오·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전 세계 주요 국가에 선판매됐다. 북미와 대만에서는 동 시기에 개봉한다. 세계에서 통하는 마동석의 이름값과 그를 향한 대중의 기대가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증거다.
마동석도 특별히 자신감을 내보였다. '범죄도시' 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 오랜 친구인 김민호 감독, 마동석만의 액션을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허명행 무술 감독 등이 의기투합한 덕분이다. '성난황소'는 2018년 MCU의, 마동석의 흥행 설욕을 깨끗하게 씻어 낼 수 있을까.
출연: 마동석·송지효·김성오·김민재·박지환 감독: 김민호 장르: 범죄·액션 줄거리: 한 번 성나면 무섭게 돌변하는 남자가 아내를 구하기 위해 돌진하는 이야기. 등급·러닝타임: 15세 관람가·115분 개봉: 11월 22일 한 줄평: 액션 한 가지 메뉴만 준비한 호불호 맛집
신의 한 수: "또 마동석?"이라고 생각한다면, 맞다. "또 마동석"이다. '성난황소'는 대중이 마동석에게 원하는 만큼의 캐릭터와 재미를 담았다. 과거에는 한 주먹 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마냥 사람 좋은 동철(마동석)이 아내 지수(송지효)가 납치된 뒤 그야말로 성난 황소가 돼 악당(김성오)을 무찌르는 단순한 서사를 그린다.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 주먹 한 방에 벽과 천장이 부서지고 2m의 거구가 쓰러진다. 이 비현실적인 액션이 단순한 서사와 어우러져 원초적 재미를 선사한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심오하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강렬한 카타르시스만으로 이뤄진 MCU 작품답다. 마동석의 액션은 정교하게 설계됐다. 합이 잘 짜인 데다 매 장면 다른 그림을 만들어 낸다. 액션만 반복되면 관객이 지루하기 마련인데, '성난황소'의 액션은 지루하지 않다. 주먹과 주먹이 강하게 부딪치는 가운데, 숨통을 트이게 해 주는 조연 김민재와 박지환의 코믹 연기도 관전 포인트다.
신의 악수: 영화적 재미는 자신하지만 영화적 완성도는 자신할 수 없다. 예술을 함부로 판단할 수 없겠지만, 치밀하게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다. 영화의 메시지를 깊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 '성난황소'는 그냥 때리고 부수는 것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다. 또한, 액션 하나만 준비한 나머지 다른 메뉴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만족감을 주기 어렵다. '범죄도시'만큼의 재미를 기대하기엔 코미디 요소도 부족하다. 단순한 서사가 관객을 설득하기에 역부족이기도 하다. 악역 김성오가 왜 그렇게 악랄하고 비열한 짓을 벌이는지 명분이 부여되지 않는다. 김성오가 연기하는 악당을 보고 있자면, 그가 악역으로 등장한 '아저씨'가 얼마나 잘 만들어진 영화인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