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유벤투스)도, 리오넬 메시(31·바르셀로나)도 이번만큼은 주인공이 아니었다. 2018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축구선수는 루카 모드리치(33·레알 마드리드)였다.
크로아티아 출신 미드필더인 모드리치는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18년 발롱도르(Ballon d'Or) 시상식에서 발롱도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발롱도르는 한 해 동안 세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축구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모드리치는 지난 10년간 이어진 '메날두(메시·호날두) 시대'도 무너뜨렸다. 호날두와 메시는 2008년부터 10년간 발롱도르 수상을 양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통합상을 수여한 6차례(2010~2015년)를 포함해 메시와 호날두는 각각 5번의 상을 받았다. 다른 선수가 이 상을 받은 것은 2007년 카카(은퇴)가 마지막이었다. 모드리치는 "기쁘고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무엇보다 상을 받을 수 있어 영광"이라면서 "레알 마드리드와 크로아티아 대표팀 선수·코칭스태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모드리치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주장으로 뛰며 크로아티아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그는 날카로운 패스로 공격을 리드하며 2골(1도움)을 기록했다. 대회 골든볼(MVP)도 차지했다. 소속팀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선보인 그는 레알 마드리드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달성하는 데 일조했다. 모드리치는 지난 9월 열린 2018 FIFA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남자 부문)'로 뽑히며 발롱도르 수상을 예고하기도 했다.
모드리치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크로아티아는 1991년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뒤 1995년까지 유고슬라비아 인민군, 세르비아 지역군에 맞서 독립 전쟁을 했다. 어린 모드리치가 살았던 집은 전쟁통에 불에 타 사라졌다. 모드리치의 가족은 고향을 떠나 '싸구려' 호텔을 전전하며 난민 생활을 했다.
그에게 축구는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모드리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좁은 호텔 주차장에서 공을 차며 꿈을 키웠다. 모드리치의 아버지는 크로아티아군에서 기술자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고, 그의 가족은 생활비를 아끼고 쪼개 모드리치를 크로아티아 NK 자다르 축구 클럽에 보냈다. 그는 입단 초기에 너무 마른 체격으로 인해 많은 기대를 받지 못했지만, 특유의 체력과 많은 활동량, 창의적인 플레이로 탄탄대로를 걷게 됐다. 모드리치는 "'최고의 순간은 절대 쉽게 오지 않는다'라는 명언을 이야기하고 싶다"며 "이 상을 받기까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3년 연속 수상에 도전한 호날두는 2위에 올랐다. 호날두는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UEFA 챔피언스리그 6연속 득점왕(15골)을 차지했다. 모드리치의 동료로 대회 3연패를 이루기도 했다. 유벤투스로 이적한 호날두(10골)는 올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도 득점 공동 선두를 질주 중이다. 하지만 포르투갈 주장으로서 4골을 넣은 월드컵에서 팀은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호날두의 라이벌 메시는 3위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과 4위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에게 밀려 5위에 그쳤다. 영국 BBC는 "모드리치는 '지난 10년간 호날두-메시에게 막혀 발롱도르를 놓친 선수들과 수상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며 "'호날두-메시 시대'는 끝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