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미스 유니버스에 참가하는 싱가포르 대표가 북미 정상회담을 형상화한 드레스를 입는다고 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9일 싱가포르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는 17일 태국 수도 방콕에서 열리는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싱가포르 대표로 참가하는 자흐라 카눔(23)은 최근 대회에서 입을 여러 벌의 의상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을 소재로 한 드레스다. 이 드레스에는 마리나베이 샌즈,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등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악수하는 장면이 프린트됐다.
악수하는 두 사람의 소매 부분에는 각각 성조기와 인공기를 넣어 지난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악수 장면을 형상화했다. 이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주최하면서 싱가포르가 갖게 된 '세계 평화 중재자'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미스 유니버스 참가자가 다른 나라 국기가 들어간 의상을 입는 데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 일부 싱가포르 누리꾼들은 카눔이 대회에서 이 의상을 입지 말아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청원서에는 "미국과 북한 국기로 장식된 의상을 입은 싱가포르 대표를 갖게 되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라며 "이 불쾌한 의상이 싱가포르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이는 국가를 대표할 수 없는 부적절하고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카눔은 채널 뉴스 아시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싱가포르가 세계 평화를 위해 일하며 다른 나라의 긍정적인 관계 조성에 기여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 드레스를 제작한 디자이너 모에 카심(48)도 이런 비난 때문에 의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카심은 "북미 정상회담을 주제로 의상을 제작해보라는 주최 측의 제안이 있었다"며 "지난 10년간 여러 미인대회 의상을 제작해왔기 때문에 어떤 반응에도 대비할 정신적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