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프리에이전트) 시장이 한창 뜨거웠던 몇 년 전, 지금은 폐지된 일주일간의 우선 협상 기간이 종료되자마자, 자정은 물론이고 새벽 시간에도 FA 선수의 타 구단 이적 발표가 곧바로 터져 나왔다. 원소속구단은 "이적 선수가 타 구단과 맺은 계약 조건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며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낸 적도 있다. 그만큼 FA 시장은 뜨거웠고, 선수 이적도 빈번했다.
올해 FA 시장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FA 시장이 지난 11월 21일 개장됐지만 보름이 훌쩍 지나도록 발표된 계약은 3건에 불과하다. 모창민이 지난달 28일 NC와 3년 최대 20억원에 도장을 찍어 2019 FA 1호 계약자가 됐다. 이어 SK는 지난 5일 최정과 6년 최대 106억원, 이재원과 69억원에 계약해 간판선수를 잔류시켰다.
이번에 FA 권리를 행사하는 총 15명 중 위 3명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은 아직 팀을 찾지 못했다.
지금까지 FA 이적 선수도 없다. 최정과 이재원·모창민 모두 올 시즌까지 몸담았던 원소속구단과 계약했다. 현재 FA 시장에서 최대어로 평가받는 양의지의 타 구단으로 이적 가능성이 제기될 뿐, 나머지 선수의 이적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박용택과 김상수는 LG와 삼성 잔류 희망 의사를 몇 차례 밝혔다. 그 외 송광민과 이용규·최진행(이상 한화) 이보근·김민성(넥센) 윤성환(삼성) 노경은(롯데) 박경수·금민철(kt) 등 계약 협상 과정은 특별하게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이들 가운데 김민성과 김상수를 제외하면 모두 30대 중·후반. 보상선수와 보상금 등을 고려하면 다른 구단의 영입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2000년 FA 시장이 처음 문을 연 뒤 타 구단 이적 선수가 발생하지 않았던 적은 2008년, 2010~2011년 세 차례에 불과하다. 특히 10명 이상의 선수가 FA 계약을 맺은 열한 차례 가운데 적게는 1명, 많게는 7명까지 한 시즌에 팀을 옮겼다. 2010년대에는 매 시즌 두 자릿수 FA 계약이 이뤄졌는데, 지난해 2명(강민호·민병헌)의 FA 이적이 최소였다.
FA 선수의 타 구단 이적은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3년 연속 FA 시장 총액 700억원을 돌파한 2015~2017년에는 FA 이적생이 많았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역대 최다인 7명이었고, 2017년에는 4명이 FA 계약을 통해 팀을 옮겼다. 특히 FA 몸값이 치솟기 시작한 2012년부터 2014년 사이에도 6명-5명-6명으로 많은 편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강민호(롯데→삼성) 민병헌(두산→롯데) 2명에 그쳤다.
FA 이적 선수가 적다는 것은 여러 이유로 풀이할 수 있다. 일단 매력을 끄는 대어급 FA가 적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해도 이전에는 이원석(삼성)과 정현욱(은퇴) 권혁(한화) 윤길현(롯데) 정상호(LG) 박경수·이대형(kt) 등 준척급으로 평가되는 선수들이 이른 기간 내에 FA 계약을 통해 팀을 옮겼었다. 특히 올해는 구단이 추진한 FA 총액 80억원 상한제 도입이 무산된 가운데, FA 시장의 차가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원소속구단은 FA 선수와 계약을 서두르지 않고 느긋한 입장이다.
실제 각 구단은 큰돈을 들여 FA를 영입하는 대신, 방출된 베테랑 선수 및 트레이드를 통해 선수 보강에 나서고 있다. 장원삼과 심수창(한화→LG) 배영수(한화→두산) 등이 방출된 두 새 소속팀을 찾았다. 지난 7일에는 KBO 리그 역대 최초로 삼각 트레이드가 발생됐다. SK와 넥센·삼성이 논의해 이지영(삼성→넥센) 김동엽(SK→삼성) 고종욱(넥센→SK)이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지난해에는 채태인이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과 계약한 뒤 롯데로 옮겼다.
한 에이전트는 "현재 FA 시장 분위기가 이전 같지 않다"고 했다. B구단 관계자는 "이번에 양의지를 제외하면 대어급 선수가 적은 등 FA 이적생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FA를 영입한다고 우승을 보장하는 분위기도 아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FA 시장의 열기가 낮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더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