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법에 따르면 병역특례 체육요원은 4주 군사교육과 34개월 동안 544시간 체육 분야 봉사활동으로 병역의무를 대신한다. 이용대는 다른 날에 봉사활동을 했다고 신고했는데, 같은 사진이 나왔다.
고의인지 실수인지 정확하게 알 방법이 없지만 분명한 것은 문서를 허위로 제출했다는 점이다. 만약 실수라고 해도 허위 문서가 용인되진 않는다. 이동 거리를 부풀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용대는 "국민 여러분께서 큰 환호를 보내 주셨고 큰 혜택을 주신 만큼 성실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봉사 의무를 다하고자 노력했는데, 이 같은 착오가 발생해 매우 송구하며 스스로 크게 자책하고 있습니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이번 의혹에 자신이 특별히 잘못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고의성이 없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실수 혹은 '행정 착오'로 발생한 일이라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용대는 자신의 탓이 아닌 남 탓, 모든 의혹을 남 탓으로 돌리고 있다.
◇마포스포츠클럽 탓
이용대는 2017년 4월 25일과 5월 1일 서울 마포스포츠클럽에서 한 봉사활동을 신고했고, 이를 증빙하는 사진 자료 중 똑같은 사진 2장을 제출했다.
이에 이용대는 문제의 사진은 자신이 제출한 것이 아니고, 마포스포츠클럽의 착오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마포스포츠클럽 탓이라는 얘기다.
이 사진은 마포스포츠클럽에서 찍은 것도 맞고, 마포스포츠클럽이 제출한 것도 맞다. 하지만 이 문서를 이용대의 확인 없이 제출했을까.
마포스포츠클럽의 봉사 내용이 아니라 이용대 본인의 봉사활동 내역이다. 당연히 이용대의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이용대는 이 문서를 제출하기 전에 확인했다.
마포스포츠클럽의 한 관계자는 "이용대 선수의 확인을 받은 문서"라고 말했다. 이용대가 자신의 문서를 신중하게 체크하고 검토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자신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책임이 가장 크다.
◇활동대장 탓
2017년 8월 4일과 5일 전북 원광대에서 봉사활동을 한 내역에 똑같은 사진 2장이 발견됐다. 이 사진은 이용대가 직접 찍은 사진이고, 제출 과정에서 중복된 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 역시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스스로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이용대는 활동대장이 우선시됐던 때라 사진의 중요성을 크게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책임을 활동대장 탓으로 돌렸다.
◇대한장애인배드민턴협회 탓
이용대는 2017년 8월 19일 제18회 요넥스배 전국장애인배드민턴대회에서 각종 보조 활동을 했다며 11시간을 신고했다.
과장된 시간이었다. 이에 이용대는 대한장애인배드민턴협회(협회) 측에서 너무 배려해 준 것 같다며 정정 요청을 해 놨다고 해명했다. 11시간을 받은 것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직 협회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협회 탓으로 돌린 것이다.
처음 11시간을 받았을 때 정정할 생각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체육진흥공단 탓
이동 거리에 관한 해명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이용대는 2018년 3월 22일부터 24일까지 하루에 2시간씩 경남 밀양중에서 봉사활동을 했다고 신고했다. 22일 서울에서 밀양으로 이동했고, 23일 밀양 시내 이동 그리고 24일 밀양에서 서울로 이동했다고 서류를 작성했다. 23일은 2시간, 22일과 24일은 각각 5시간을 이동 시간으로 인정받았다.
당시에 이용대는 밀양에서 열린 제56회 전국봄철종별배드민턴리그전을 앞두고 있었다. 이용대 소속팀인 요넥스는 23일 첫 경기를 시작으로 27일까지 대회를 치렀다. 이용대는 24일 오전 11시 밀양중 봉사활동을 마치고 서울로 이동했다고 신고했다. 요넥스는 24일 오후 4시 삼성전기와 경기가 있었다.
이용대의 주장을 적용하면 오전 11시 봉사활동을 마친 뒤 서울로 이동했다가 오후 4시 밀양으로 다시 와 대회에 참가했다는 말이 된다. 왕복 700km가 넘는 거리를 5시간 안에 주파한 것이다.
이에 이용대는 '행정 착오'라고 반박했다. 서류를 잘못 해석한 오해라고 강조했다.
출발지와 도착지의 주소를 등록하면 거리에 따른 이동 시간의 합산 및 작성을 국민체육진흥공단(공단) 직원이 한다는 것이다. 공단 탓이라는 의미다.
맞다. 이동 시간 계산은 공단 직원이 한다. 하지만 이용대의 책임이 더욱 크다. 이용대가 거주지 변경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용대의 거주지는 서울로 등록돼 있다. 밀양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가기는 했지만 진짜 목적은 대회 참가였다. 이 경우 거주지가 밀양으로 변경됐다고 신고했어야 한다.
이용대는 이 과정을 무시했다. 제대로 신고했다면 엉뚱한 이동 시간이 나오진 않는다. 이로 인해 이용대는 부풀린 이동 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왜 공단 탓인가. 왜 행정 착오인가. 과정과 절차를 무시한 것은 이용대다.
2018년 5월 21일 오전 서울체육고, 오후 한국체대 봉사활동 이동 시간이 부풀려진 것 역시 같은 이치다. 이용대가 신고를 제대로 했으면 착오는 일어나지 않았다.
◇병역의무를 가볍게 여긴 이용대의 탓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가장 큰 책임은 이용대에게 있다.
봉사활동은 병역의무의 연장이다. 특혜를 받은 만큼 신성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이용대는 병역의무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그가 이 의무를 얼마나 가볍게 여겼는지 짐작할 수 있다.
허위 문서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았고, 스스로 같은 사진을 올릴 만큼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거주지 역시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 이런 안일한 태도와 행태가 지금의 모든 의혹을 키운 것이다.
남 탓을 할 필요가 없다. 이용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분명 이용대 탓이다. 경미한 실수라고 어영부영 넘길 일이 아니다. 경미한 실수는 저질러도 된다는 통로를 만들어 줘서도 안 된다.
이용대는 혹시 모를 계산 착오를 염려해 추가로 25시간의 봉사활동을 했다고도 강조했다. 제대로 계산하고 꼼꼼히 체크하면서 봉사활동을 했다면 추가로 더 할 이유는 없다. 스스로 미심쩍은 것이 있었기에 25시간을 추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봉사활동 조작으로 드러난 안바울(유도)은 추가로 무려 80시간을 더 했다. 추가로 더 했다고 면죄부를 줄 순 없는 일이다.
이용대는 지난달 30일 자진신고를 했다. 자신신고는 죄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스스로 죄를 인정하는 것이다. 정상참작이 될 뿐, 죄를 지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요넥스의 황당한 대응법
일간스포츠가 이용대 소속팀 요넥스에 허위 문서에 대한 이용대의 입장과 해명을 요청한 것은 지난달 26일이었다.
그런데 요넥스는 황당한 제안을 했다. 이용대 봉사활동 문서 조작 사안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요넥스는 "일주일만 기다려 달라. 이번 주 토요일에 요넥스 1년 행사 중 가장 큰 행사가 열린다. 그 경기에 이용대 선수도 출전한다. 일주일 뒤 성실하게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그 행사는 지난 1일 열린 2018 요넥스 레전드비전 월드 투어다. 이용대와 린단(중국) 등 세계적 선수들이 출전했다.
일주일 뒤 요넥스는 "사진이 부족해 똑같은 사진이 나왔다. 이용대 서울 이동에 대해 개인 스케줄이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성의 없는 해명을 내놨다.
요넥스는 가장 큰 행사를 '이용대 봉사활동 논란'으로 망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제시했고, 대회는 큰 무리 없이 마무리됐다. 다분히 '시간 끌기'로 보인다.
그리고 이용대는 11월 30일 자진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절묘하다. 요넥스에 해명을 요청한 일주일 사이에 자진신고를 했다. 자진신고는 지난달 16일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