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이런 상황에 놓인 한 소년을 만났다. 그와 마주한 곳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라시드스타디움. 이곳에서 한국과 바레인의 2019 UAE 아시안컵 16강전이 펼쳐졌다. 경기가 열리기 전, 멀리서 봐도 몸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는 소년이 눈에 띄었다. 바레인 국기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바레인 국기를 흔들고 있는 소년. 그런데 그가 입은 옷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유니폼이었다.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분명 그 소년은 바레인인일 것이다. 그리고 토트넘 팬인 것이 확실하다. 토트넘 팬이라면 한국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의 팬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 소년과 직접 대화를 나눴다. 자신의 이름은 존이고 바레인 사람이며, 나이는 12세라고 소개한 소년. 토트넘 유니폼을 보니 'JOHN'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새겨 놓았다.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토트넘 팬이냐'라는 질문에 그는 눈빛을 반짝반짝거리며 "토트넘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축구팀이다. 너무너무 좋아한다"고 즐겁게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를 물었다. 토트넘에는 워낙 스타플레이어가 많다. 그는 "토트넘 선수들을 다 좋아한다. 해리 케인도 정말 좋아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손흥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존에게 이번 경기는 손흥민을 직접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바레인과 손흥민의 한국. 어떤 팀이 승리하길 원하나?'
기자의 농담 섞인 이 질문. 크게 한 번 웃어 보자고 한 질문이 이 소년을 너무나 심각하게 만들었다. 그는 12년 인생에서 최대 고민에 빠진 듯 신중하게 고민하고 또 생각했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존은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동심을 가진 12세 소년이 결정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질문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