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동명이인인 배우 만큼이나 유명해졌다. 영화 '극한직업'으로 극장가 관객을 '싹쓸이' 중인 영화감독 이병헌의 이야기다.
'극한직업'은 마약한 형사 5인방이 수사를 위해 잠복한 치킨집이 얼떨결에 맛집으로 소문나며 벌어지는 엉뚱한 사건들을 그린다. '스물'·'바람바람바람' 후 이병헌 감독의 세번째 작품. 지난 26일까지 개봉 4일 만에 210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1281만 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한 '7번방의 선물(이환경 감독)'과 같은 흥행 속도를 보이고 있다.
영화에서 류승룡·이하늬·진선규·이동휘·공명 5명의 배우 모두 제자리에서 이 감독이 설계한 캐릭터대로 움직인다. 지휘봉을 잡은 이병헌 감독은 다섯 악기를 잘 조율해 연주한다. 시나리오의 각색을 맡은 이 감독은 말맛을 살려 수다의 티키타카를 그려낸다. 첫 도전이라는 액션신도 흠 잡을 데 없는 결과물을 만들었다.
충무로에서 말맛 코미디의 대가로 이름을 높인 이병헌 감독은 '극한직업'이 마무리될 때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첫 TV 미니시리즈인 JTBC '멜로가 체질'을 연출한다. 쉬지 않고 일하는 그는 걸으면서도, 대화하면서도, 술을 마시면서도 창작의 영감을 얻는다.
-배우들보다 주목받는 스타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친구가 나에게 하는 말이 '너는 성공의 크기에 비해 너무 포커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하더라.(웃음) 코미디라는 색깔이 분명해서 그런 것 같다. 작품 안에 내 말투가 묻어있기도 하고, 벌써 세번째 영화라서 그런 것도 같다."
-연출이든 각색이든, 혹은 영화든 웹드라마든 쉬지 않고 일하는 이유가 있나. "게으르게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열심히 해보자) 마음 먹은 지 10년이다. 당시 서른살이었다. 나는 핸디캡이 많은 사람이었고 연출 전공도 아니고 영화계 비주류였다.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10년만 해보자고 마음 먹었다. 마흔 살이 될 때까지 정말 쉬지 않고 일하자고 생각했다. 그 계산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최근 들더라. 체력이 달린다.(웃음)"
-영화와 드라마, 영역을 구분짓지 않는데. "영화를 시작했을 때부터 '영화만 해야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만약 2~3년 돈을 안 벌어도 되겠다 싶을 정도의 경제적 여건이 된다면 언젠간 연극도 하고 싶다. 드라마는 원래 좋아했다. 어렸을 때 시네마키드는 아니었다. 돈이 드는 영화 비디오 빌려보는 것보다 TV 드라마 보는 일이 쉬우니까. 그래서 드라마를 좋아했다. 최근엔 '나의 아저씨'도 다 보았고, 'SKY 캐슬'도 보고 있다."
-'멜로가 체질'로 첫 TV드라마를 연출한다. "7~8년 전부터 준비했는데 제작이 미뤄진 거다. 항상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같이 일하는 작가님이 기획안을 던져준 것이 시작이었다. TV 심의에 맞게 '삐' 처리를 많이 할 것 같다. 이 새X의 대사를 '이 녀석아'로 바꾸면 뉘앙스가 안 산다.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다. 수다가 중요한 드라마다. '로맨스가 필요해' 같기도, 혹은 '섹스 앤 더 시티' 같기도 하다."
-이병헌 감독을 향한 기대가 큰 만큼 부담도 되겠다. "처음부터 욕심 내서 하는 작품은 아니다. 소소한 일상의 가벼운 농담을 그린다. 개인적으로 이런 것들이 좋다. 거창한 서사와 예산이 들어가는 작품도 아니고. 부담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재밌게 하고 싶다. 불편한 지점은 없는 이야기라서 배우들과 뜻을 맞춰 잘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끊임없는 창작은 어디에서 영감을 받은 것인가. "모든 일상에서 영감을 받는다.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생각하며 걷는 것도 좋아한다. 멀리 가서 찾을 필요 없다. 갑자기 떠오르는 단어 하나, 사람들과 만나 술잔 기울이며 나누는 이야기. 어차피 나는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다. 근처에서 다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