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돌이'의 성장이 무섭다.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18)이 소속팀 발렌시아에서도 두각을 드러낸다.
발렌시아의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 레이) 4강행에 힘을 보탠 이강인이 1군 계약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발렌시아 지역지인 데포르테 발렌시아노가 전한 바에 따르면, 발렌시아는 이강인과 2022년까지 계약을 확정했으며 며칠 안에 구단의 공식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이 매체는 "이강인의 등번호는 16번, 바이아웃은 8000만 유로(약 1023억원)"라고 설명했다.
발렌시아가 이강인을 공들여 키우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발렌시아는 유소년 장기 육성 시스템을 통해 클럽을 이끌어 갈 선수들을 키워 내고자 노력 중인 팀인데, 이강인은 그중 각별한 기대를 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유소년팀에서 뛸 때부터 재능을 드러낸 이강인은 레알 마드리드가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까지 들려올 정도로 여러 구단이 탐내는 선수로 성장 중이다. 발렌시아가 이강인의 바이아웃을 상향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온 것도 이 때문이다.
구단의 기대는 이강인의 행보에서도 알 수 있다. 이강인은 지난해 10월 국왕컵에 출전하면서 발렌시아 클럽 100년 역사상 최연소 외국인 선수 1군 데뷔(17세253일)를 기록했고, 아시아 선수로는 유럽 5대 리그 최연소 1군 데뷔전 기록을 세웠다. 또 지난 13일에는 프리메라리가 레알 바야돌리드전에 출전해 정규 리그 데뷔전을 치렀는데, 이 역시 구단 및 아시아 선수 최연소 기록이다. 이처럼 새로운 기록을 쓰는 이강인은 30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2018~2019시즌 코파 델 레이 8강 2차전에서도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며 팀을 4강으로 인도했다.
이강인은 이날 헤타페와 경기에서 후반 26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1-1 동점으로 팽팽히 맞서던 상황. 교체 투입된 이강인은 후반 추가시간에 환상적인 크로스와 스루패스를 선보이며 2골에 관여, 3-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날 승리로 1·2차전 합계 3-2를 만든 발렌시아는 4강에 진출하며 우승 도전을 이어 갈 수 있게 됐다.
앞서 1차전에서 0-1로 패한 발렌시아는 후반 20여분 동안 2골을 넣지 못하면 탈락할 위기에 빠져 있었다. 이처럼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이강인 카드를 선택했다는 것은, 팀이 그만큼 그에게 신뢰를 갖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라운드에 나선 이강인은 기대에 부응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활발하게 공격에 가담, 적극적인 압박과 시원시원한 슈팅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은 이강인은 후반 추가시간에 로드리고 모레노의 추가골에 기점 역할을 했다. 여기에 1분 뒤,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스루패스를 시도해 전방에 있던 케빈 가메이로에게 정확하게 연결시켰다.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가메이로는 곧바로 땅볼 크로스를 날렸고, 문전에 있던 모레노가 골을 터뜨려 극적으로 두 골 차 승리를 달성했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후반 추가시간에 나온 두 골에 모두 관여한 이강인은 자신이 왜 발렌시아의 미래인지 실력으로 증명했다. 발렌시아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앞으로 꾸준히 1군 경기에 출전한다면 이강인의 성장세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슛돌이'란 별명으로 공을 차던 꼬마가 어느새 한국 축구는 물론 유럽 무대에서도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유망주로 쑥쑥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