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써니(강형철 감독)' 이후 무려 8년만의 스크린 컴백이다. '써니'와 마찬가지로 찬란했던 과거, 그리고 현재를 다룬 '그대 이름은 장미(조석현 감독)'의 타이틀롤을 맡아 이끌었다. 극중 싱글맘의 환경과 실제 유호정의 삶은 180도 다르지만 '엄마'라는 공통점은 공감대를 자아낼 수 밖에 없는 포인트였다.
유호정은 "영화를 찍으며 '내가 엄마'라는 생각보다 '나의 엄마'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며 현재 엄마로서,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고, 연기에 담아내려 노력했다. "수고했다"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는 대목에서 유호정의 진심어린 심정을 엿볼 수 있었다.
"'책받침 여신'으로 추앙받았던 화려한 솔로 시절보다, 결혼 후 더 큰 행복함과 안정감을 느낀다"고 깜짝 고백한 유호정은 자신에게는 '찬란한 시절'이 없었다며 스스로 느끼기에 우울하고 어두웠던 과거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래서 남편 이재룡과 아들, 딸 두 자녀에게 더 큰 고마움을 느낀다고. 유호정은 "후배들에게 동종업계 배우자를 적극 추천한다"며 여전히 소녀같은 미소를 내비쳤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영화를 찍으며 찬란했던 과거는 떠오르지 않았나. "음…. 난 내 과거가 찬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내가 더 좋다. 그래서 한 번도 과거가 그립다거나,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나에게는 우울했고, 어두운 느낌으로 남아있다.(웃음)"
-자타공인 책받침 여신이었다. "데뷔 후 CF 모델을 하다가 배우를 하게 된 과정들이 안정적이지 않은 느낌이었다. '이 일이 맞는걸까?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매일 했다. 내성적 성향에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너무 싫어했다. 일을 즐기지 못하겠더라. 하지만 당시 난 소녀가장이었고, '열심히 일해서 돈도 벌고, 집도 사 드리고 싶다'는 희망 역시 놓고 싶지는 않았다. 그 사이에서 갈등이 컸다."
-어머니의 의견은 어땠나. "배우 하는 걸 엄청 불안해 하셨다. 예전에는 엄마들이 매니저를 많이 했는데 난 아니었다. 맏이여서 그랬는지 책임감이 좀 컸던 것 같기도 하다. '네가 잘 해야 돼. 네가 잘 돼야 돼'라는 이야기를 늘 들었고, 그래서 뭐든 혼자 잘하고 싶었다. 엄마 힘들게 같이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혼자 다니다 보니까 엄마가 걱정을 많이 했다. 예전에 세계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섭외가 들어와도 못가게 했다. 불안하니까. 그래서 놓친 것들도 있다." -결혼 후 안정감을 찾았나. "맞다. 힘들었던 기억 밖에는 없다. 결혼 후 남편이 옆에서 많이 도와줬고, 아이들도 생기니까 안정감도, 여유도 생기더라."
-지금 현장은 어떤가. "행복하다. 현장이 놀이터 같다고 해야 할까?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곧 휴식이다. 심지어 명절 때 스태프들에게 농담 삼아 '쉬지 마. 쉬지 말자'라고 할 정도다.(웃음) 그만큼 좋다."
-영화는 오랜만에 찍었다. "요즘은 이야기들이 굉장히 세다. 유괴 당한 딸의 엄마, 학대 당하는 아이들을 둔 엄마. 그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기에는 좀 벅차고 어려울 것 같더라. 그 캐릭터에 몇 달을 빠져 지내야 한다는걸 생각하면 차마 못 하겠더라. 시나리오도 잘 안 넘어간다. '글로도 못 보겠는데 연기는 어떻게 하지?'라는 마음에 선택을 못 했다." -JTBC '스카이캐슬'이 인기를 끌었다. 엄마로서 공감했나. "나도 재미있게 봤따. 드라마이기 때문에 조금 과장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전혀 아니라고 말 할 수도 없는 것 같다. 난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입시 코디네이터까지 생각한 적은 없지만, 일을 하다 보니 집안 일 등을 도와주는 분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육아를 할 수 없더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그것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 다만 아이들을 누군가에게 온전히 맡긴다기 보다는 엄마로서 진짜 내 품을 떠나기 전까지는 최대한 보듬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