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생, 올해 나이 만 22세. 지금 당장 걸그룹으로 무대에 서도 이상하지 않을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은 꽉찬 필모그래피를 가지고 있다. '차이나타운(한준희 감독)'에서는 핑크빛 머리를 한 무서운 소녀 쏭으로, '특별시민(박인제 감독)'에서는 최민식의 딸로, '용순(신준 감독)'에서는 첫사랑의 열병에 걸린 소녀로, '침묵(정지우 감독)'에선 비뚤어진 재벌 2세로 분했다. 이번 '기묘한 가족(이민재 감독)'에선 또 한번 변신한다. 시니컬한 시골 소녀에서 미남 좀비 앞에선 얼굴을 붉히는 소녀로. 누군가는 이런 그에게 괴물 신인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기묘한 가족'은 조용한 마을을 뒤흔든 멍 때리는 좀비와 골 때리는 가족의 상상초월 패밀리 비즈니스를 그린 코믹 좀비 블록버스터 영화다. 이수경은 정재영과 김남길의 동생, 막내딸 해걸 역을 맡았다.
등장은 냉랭하기 그지 없다. 세상 무슨 일에도 관심 없어 보이는 무표정으로 험한 말을 툭툭 내뱉는다. 말투는 또 능청스러운 충청도 사투리다. 내공이 쌓여있지 않다면 금방 연기력이 들통날 법한 캐릭터. 이수경은 정재영, 김남길, 엄지원 등 베테랑 선배들 사이에 능청스럽게 잘 녹아든다.
이수경은 해걸을 전형적이지 않은 시골 소녀로 정의했다. "시골에 사는 소녀라고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인물이었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무릇 서울이라는 곳에 동경을 갖고 있지 않나. 해걸은 그런 것이 없는 아이다. 서울에 대한 관심도 없고 여기서 잘 먹고 잘 사는게 목표인 아이다. 그게 더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장편 영화에서 로맨스를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하필 좀비와의 로맨스다. 대화도 제대로 되지 않는, 양배추만 먹어대는 좀비와 양배추 밭에서 데이트도 해야 했다.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수경은 좀비를 연기한 정가람과 호흡을 맞추며 좋아하는 남자가 아닌 강아지를 대하듯 연기했다며 독특한 로맨스 연기 비법을 전했다. 이에 대해 "(로맨스에 대한) 걱정을 할 겨를이 없었다. 좀비 역할의 정가람은 리액션을 할 수가 없다. 혼자 연기를 해야 하니 은근히 힘들었다"며 "강아지 키울 때도 그렇지 않나. 주인 혼자 말하고 주인 혼자 대답한다. 그렇게 연기하면 되더라"며 웃었다.
수줍고 낯을 가리는 성격의 이수경은 데뷔 초 드라마 제작발표회 자리에서 예상치 못한 태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의 상처는 지금의 이수경을 만들어준 거름이 됐다. "지금은 보고 배울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 그때는 저를 잡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 없었다. 연기를 시작하고 듣고 배울 시간이 부족했다"고 이야기한 이수경은 "지금은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선배들도 많다. 감독님이든 PD님이든, 보고 배울 사람이 많아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