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에 카리스마를 더했다. 평범한 듯 하지만 터프한 매력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에 배우 특유의 분위기가 절묘하게 녹아들었다. 영화 '뺑반(한준희 감독)'의 엘리트 경찰 은시연으로 또 한 번 변화와 도전에 나선 공효진이다.
스릴러 '도어락(이권 감독)'을 흥행으로 이끌며 내공과 저력을 과시한 공효진은 '뺑반'에서는 전작을 통해 볼 수 없었던 모습을 선보이려 노력했다. 작품과 캐릭터로 늘 변신을 꾀하는 공효진이지만 '사람 공효진'은 변함없이 털털하고 솔직하다. "저도 100억 작품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라며 꺄르르 지어보인 미소가 이를 반증한다. 공효진은 작품에 대해서도, 대중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또 스스로의 고민에 대해서도 거리낌없이 털어놨다.
어느 덧 데뷔 20년 차. 숱한 대표작이 있지만 연기를 멈출 수 없듯, 나름의 고뇌도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속내다. 누구보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 왔고, 때마다 칭찬 받았디만 '또 다른 것'에 대한 갈망은 현재 진행형이다.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도 '공효진처럼' 보이는 것이 강점이라 생각한다면서도 탈피해야 하는 숙제라 받아 들인다는 자기객관화까지.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공효진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대중의 흥미는 쉽게 떨어질리 없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원래 스릴은 좀 즐기는 편인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속도를 별로 안 좋아한다. 운전 할 땐 좀 거침 없는 편이다. 옆에서 정신 없이 운전 한다고 하긴 하더라. 근데 고속도로 달리다 보면 스피드가 올라가지 않나. 근데 그게 좀 공포스럽다. 스키, 보드 탈 때도 상급자 코스를 못 가는 타입이다. 그런걸 보면서 '아, 내가 스피드를 좋아하지는 않는구나' 싶었다." -버스터 운전은 직접 했다고. "촬영 팀에서는 대역을 준비하고 있었다. 안전 문제도 있고 내가 직접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버스터에 선팅을 많이 돼 있더라. 다른 차들에 비해 까맣다. 근데 내가 직접 다 했거든. 영화를 보면서 조정석, 류준열은 다 창 너머로 얼굴이 보이는데 '왜 나만 안 나왔지?' 싶어 아깝긴 했다."
-연기적 고민이 있다면. "드라마에서 해소하지 못하는 것들을 영화에서 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래서 한 동안 희한한 캐릭터들을 많이 택했다. 지금은 드라마와 영화를 균형있게 병행하다 보니 판타지적인 인물이 아닌 현실적 인물들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둘 다 잘하는 것 같긴 한데….(웃음)
다만 고민은 내가 연기를 하면 어떤 캐릭터든 너무 땅에 붙는 캐릭터가 되는게 아닌가 싶다는 것이다. 난 기본적으로 힘을 주지 않는, 나이브한 연기를 하는 것 같다. '뺑반' 속 민재·재철처럼 조금더 드라마틱한 캐릭터를 선택할 필요성을 느끼기도 한다. 근데 그런 캐릭터를 맡아도 내가 연기하면 현실적이고 나이브한 캐릭터가 된다는게 나만의 장점인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더 타파하고 싶은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최근 하게 된 고민인가. "'도어락'과 '뺑반'까지 이어오면서 조금 더 하게 된 고민인건 맞다. 따지고 보면 내가 평범한 역할만 해 왔던건 아니다. 오히려 드라마틱한 캐릭터를 더 많이 했다. '미쓰홍당무', '미씽'만 봐도 그렇다. 차기작 '가장 보통의 연애'도 현실적이다 보니 그 다음 영화를 생각했을 때 드라마틱한 캐릭터를 더 떠올리게 되는 것 같다. 이상한 짓을 해도 되는 역할들이 있지 않나. 부담되고 골치 아프기도 한데 분명 재미있고 흥미롭다. 가끔은 '하라 그래도 못하겠다'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런 상황이 주는 현장감이 있다. 각각 장단점은 뚜렷한 것 같다. 배우로서 둘 다 잘하면 좋지 않을까 욕심도 있다." -류준열과 조정석의 연기에 놀란 지점들이 있었나. "'얘네들 봐라?' 싶었으니까. 정석 씨 같은 경우는 무대 위에서 드라마틱한 연기를 해 왔기 때문에 당연히 본인의 장점일 것이고, 준열 씨 같은 경우도 정석 씨 보다는 내 쪽에 있을 법한 캐릭터 아닐까 싶은데 현실적인 캐릭터지만 사연이 기구하다. 그래서 드라마틱하게 보인 것 같다. 나는 나대로 은시연을 잘 표현했다 생각하고, 후회는 없지만 '저런 연기도 재미있었지' 싶긴 했다."
-재철같은 캐릭터가 들어오면 할 의향이 있나. "'뺑반'에 있는 재철 대사를 읽어보기도 했다.(웃음) 정석 씨도 열정과 열의가 굉장한 배우지만 분명 부담스러운 지점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 어떤 캐릭터보다 배우가 만들어야 할 부분이 많았다. 고난도 역할이다. 만약 나에게 들어오면 고민스럽기는 할 것 같은데 그만큼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여성에게 주어진 역할 중 그런 역할은 잘 없지 않았나. 도전 의지는 생길 것 같다."
-늘 변화를 꿈꾸나. "많은 배우들이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할 것이다. 끊임없이 변신하려 노력하고 단 하나도 겹치지 않으려 애쓴다. 필모그래피는 내 계획대로 만들 수는 없다. 물론 내가 원하는 대로 맞추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촬영 시기는 달랐다 하더라도 개봉 시기가 비슷할 수 있으니까. 그건 분명 배우의 영역이 아니다. '도어락' 개봉 한달만에 '뺑반'을 선보이게 줄은 나도 몰랐다.(웃음)
배우 공효진의 입장에선 관객들이 '아, 공효진이 계속 변신하고 있구나'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솔직한 마음이다. 공블리 이미지로 사랑을 받기 이전에는 굉장히 와일드하고 센 이미지로 각인이 돼 있었다. 그런 캐릭터가 지루해질 때쯤 착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맡게 됐고 공블리로 사랑 받게 됐다. 딱 그런 시기가 10년을 주기로 찾아오는 것 같다. 벌써 데뷔 20년이 됐더라. 할 수 있다면 더욱 개성있고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