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에 의한, 다양성을 위한 91회 아카데미시상식. 수상 결과도 다양성이라는 목적과 목표에 부합할지 관심이 쏠린다.
25일(한국시간) 미국 LA 돌비극장(Dolby Theatre)에서는 제91회 아카데미시상식(Academy Awards)이 개최된다.
1927년 창설된 아카데미시상식은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아카데미협회(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을 시상하는 자리다. 전 해에 발표된 미국영화 및 미국에서 상영된 외국영화를 대상으로 우수한 작품과 그 밖의 업적에 대해 논하며,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는 것이 배우들에게는 최고의 영예로 꼽힌다. 작품상·감독상·주연상 등 총 25개 부문에 대한 수상 결과를 발표한다.
올해는 최다 후보에 오른 작품의 정체성부터 화제를 모았다.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영화 '로마'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와 함께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것. '로마'는 1970년대 초반 혼란의 시대를 지나며 여러 일을 겪어야 했던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에 사는 클레오의 삶을 따라가는 영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실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그려낸 가장 사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특히 '로마'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외국어 영화상 등 주요 부문 후보 자리를 모두 꿰차는 기염을 통했다. 거장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시대 변화에 맞춰 택한 넷플릭스 작품으로 아카데미 장벽까지 무너뜨릴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이미 골든글로브 최우수 감독상과 영국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에 이름을 올렸고, 각종 비평가협회상에서도 트로피를 싹쓸이 해 아카데미시상식 수상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만약 '로마'가 작품상을 수상한다면 넷플릭스 작품으로는 최초다.
아카데미시상식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백인 중심 시상식'이라는 시선에서도 탈피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멕시코 출신 감독이 멕시코 배우들과 멕시코 언어로 촬영한 '로마'는 여러모로 올해 아카데미시상식의 중심에 있고, 작품상 후보에는 흑인 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가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 '그린북', '바이스', '더 페이버릿' 등 작품상 후보 절반 이상이 성 소수자 코드가 담긴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아카데미시상식이라는 '쇼' 자체도 변화의 바람을 피하지는 못했다. 먼저 올해는 30년만에 사회자 없이 시상식을 치르는 큰 모험을 감행한다. 앞서 사회자로 발탁됐던 배우 겸 코미디언 케빈 하트가 과거 성소수자 비하 발언으로 발목 잡히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최종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고정 사회자 대신 시상자 역할을 할 13명의 스타(티나 페이, 우피 골드버그, 브리 라슨, 대니얼 크레이그, 제니퍼 로페스, 크리스 에번스, 에이미 폴러, 마야 루돌프, 샤를리즈 테론, 아만다 스텐버그, 테사 톰슨, 콘스탄스 우 등)가 공동사회 형식으로 시상식을 이끌어 갈 계획이다.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촬영, 편집, 분장, 단편 등 비인기 4개 부문의 시상식 장면 대신 광고를 내보내겠다"는 일방적 발표, 인기영화상 신설 등 소식은 "시상식의 격을 떨어뜨린다"는 비난을 받으며 결국 철회됐다. 아카데미 측은 준비 과정에서 벌어진 실수를 본 시상식으로 만회하겠다는 포부다.
첫 번째 히든카드는 오프닝 무대다. 바로 '보헤미안 랩소디'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가 보컬로 활약한 영국 록 밴드 퀸이 미국 가수 겸 배우 애덤 램버트와 합동 공연을 펼치는 것. '보헤미안 랩소디'와 퀸 미쳐 살았던 전 세계 팬들이 다시 한 번 열광할 시간이 마련된다. 베트 미들러는 뮤지컬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 주제곡 ‘웨어 더 로스트 싱스 고'를 부를 전망이며, 제니퍼 허드슨은 다큐멘터리 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의 '아윌 파이트'를 노래한다. 레이디가가는 '스타 이즈 본'의 주제곡 '섈로' 공연을 위해 브래들리 쿠퍼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과연 올해의 오스카는 누구 품으로 돌아갈지, 반전과 이변은 없을지, 영광의 주인공들이 곧 베일을 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