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강원 FC 감독의 이름 앞에는 늘 '전략가', '전술가'라는 호칭이 따라 붙는다. 선수 시절 '비운의 천재'로 불렸던 그는 지도자 인생을 시작한 뒤 아마추어 무대에서 '전술가'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영남대를 이끌면서 대학무대를 평정하고 2014년과 2015년에는 FA컵에서 각각 8강, 16강 진출의 성적을 거두자 김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평가가 치솟았다.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프로 무대에 입성했지만 그의 도전은 쉽지 않았다. 첫 번째 도전이었던 서울 이랜드 FC에선 '김병수 축구'의 트레이드 마크인 패스 플레이를 장착하기도 전에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조기 사퇴했고, 강원의 전력강화부장으로 일하다가 작년 8월 송경섭 감독 대신 팀을 맡으며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시즌 중반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은 결과, '김병수 체제'의 강원은 상위 스플릿 진출 실패로 아쉬운 결말을 맞았다. 하지만 강원은 김 감독에게 계속 지휘봉을 맡기기로 결정했고 비시즌부터 팀을 만들 시간을 얻게 된 김 감독은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축구를 선보일 기회를 얻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17일 전북 현대와 경기에서 거둔 승점 3점은 '김병수 축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였다. 물론 아직 100%는 아니지만, 김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의 결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제리치와 정조국 등 공격진의 활약에 힘입어 56골로 리그 득점 4위에 올랐던 강원의 약점은 수비였다. 38경기 동안 60골을 내주며 실점 3위를 기록한 강원은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어떻게 해소하는지가 중요한 과제였다.
막상 시즌이 시작되고 개막전에서 상주 상무에 0-2로 패했을 때까지만 해도 불안은 해소되지 않은 듯 했다. 그러나 2라운드에서 우승 후보 울산 현대와 0-0으로 비기고 3라운드에서 '1강' 전북을 1-0으로 잡아내자 기대감이 커졌다. 특히 울산과 전북, 두 우승 후보를 상대로 1승1무의 성적을 거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닥공의 전북을 상대로도 강원의 경기력은 물러서지 않았다. 선수들은 김 감독이 추구하는 패스 플레이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모습이었고 전북 선수들의 파상공세에도 협력수비로 대처하며 안정적인 조직력을 과시했다. 경기 전 "준비는 잘 했다, 선수들이 잘해주길 바란다"고 미소를 보였던 김 감독은 경기 후 "(울산-전북전이)우리에게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됐다. 선수들 자신감 찾는데 굉장히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만족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