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대구 FC가 '대구 대장' 세징야(브라질)의 득점포를 앞세워 개막 후 5경기 무패행진을 달렸다.
대구는 17일 대구은행DGB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1부리그) 2019 3라운드 울산 현대와 홈경기에서 세징야의 동점골에 힘입어 1-1로 비겼다. 이날 승리로 대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연승을 포함하면 시즌 5경기 무패(3승2무) 기록을 이어갔다.
대구는 0-0으로 팽팽히 맞선 후반 19분 울산 미드필더 김보경에게 기습적인 중거리포 골을 허용했다. 대구 골키퍼 조현우가 쳐낸 공이 페널티박스 전방으로 흐르자, 쇄도하던 김보경의 정확한 왼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대구는 올 시즌 5경기 만에 처음으로 선제골을 내줬지만, 에이스 세징야가 지휘하는 중원은 침착함을 유지했다. 세징야는 후반 34분 해결사로 나섰다. 후반 34분 페널티박스로 뛰어들며 츠바사(일본)와 2대1패스를 주고받은 세징야는 울산 수문장 오승훈까지 제치고 동점을 만들었다. 특히 오른발로 볼을 툭 차 올려 골키퍼의 키를 절묘하게 넘긴 뒤 떨어지는 볼을 헤딩으로 연결하는 마무리 과정은 압권이었다. 리그 세 경기 연속 공격포인트(1골 2도움)를 기록한 세징야는 득점 후 왼쪽 코너로 달려가 양팔을 아래로 뻗으며 포효하는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의 골 세리머니를 펼쳐 경기장을 가득 채운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에드가-김대원과 함께 대구 공격을 이끌고 있는 세징야는 이 득점으로 팀 해결사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대구는 간판 스트라이커 에드가(브라질)를 빼고도 울산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이번 시즌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울산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김보경·신진호·김성준·윤영선 등 공수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보강하며 전북 현대와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이다. 에드가는 오른쪽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이날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에드가는 전북과 개막전에서 시즌 전체 1호 골의 주인공이 된 것을 비롯해 이번 시즌 대구의 4경기에서 모두 골을 터뜨린 핵심 골잡이다.
공식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전북과 1-1로 비기고 2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는 2-0으로 완파한 대구는 시즌 초반 돌풍의 주인공이자 다크호스의 면모를 과시했다. 울산도 리그 1승2무,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조별리그에서 2승1무를 기록하며 시즌 무패를 유지했다.
대구의 돌풍에 홈팬들도 화답했다. 이날 경기엔 관중 1만1289명(유료관중 기준)이 찾아 매진을 기록했다. 올 시즌 전용구장을 개장하고 세 경기 연속 매진이다. 제주와 2라운드 개장 경기(1만2172명) 12일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1만1064명)가 연속 매진됐다. 관중석이 꽉 들어찬 것도 모자라 마땅한 자리를 잡지 못해 많은 팬이 관중석 꼭대기 난간에 기대어 서서 보는 풍경은 쉽게 이제 대구만의 자랑이 됐다. 지난 시즌 대구의 평균 유료관중은 3500명 내외였다. 경기를 관전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춘 데다 팀 성적까지 거두고 있는 대구는 시즌 초반 K리그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날 경기 직전까지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당일 현장을 찾은 이들 사이에선 "왜 현장 판매분을 남겨놓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심지어 경기장 모서리에 뚫린 출입구의 철조망 구멍 사이로라도 경기를 보려는 이들이 몰리는 진풍경도 빚어졌다. 경기장 규모가 크진 않지만, 연속 매진으로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서며 야구 뿐만 아니라 '축구 도시'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게 큰 성과다.
안드레(브라질) 대구 감독은 "구장이 워낙 예쁘고 축구 보기 좋게 지어졌다. 개막 이후 입소문도 타면서 많이들 찾아와주시는 것 같다"면서 "계속 좋은 경기로 팬들이 즐거워하는 결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영민 JTBC 해설위원은 "대구의 경기력은 예상보다 좋다. 스리백 수비 라인을 비롯해 팀 전체가 한 발씩 더 뛰면서 강팀을 상대로 경쟁력이 있다"라면서도 "A매치 휴식기도 잘 만났다. 에드가도 부상 중이고 세징야를 비롯한 주전급 선수 대부분이 교체 없이 해외원정 등 5경기를 모두 소화해 휴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핵심인 세징야와 같은 주축 선수가 빠졌을 때 상황만 잘 대비해준다면 상위 스플릿 이상의 결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