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장수 예능프로그램 KBS 2TV '1박 2일'이 잇따른 출연진 비위로 존폐의 기로에 섰다.
지난 2007년 8월 처음 전파를 탄 '1박 2일'은 12년의 세월 동안 대표 장수 예능프로그램으로서의 명맥을 지켰다. 그간 크고 작은 사건을 견뎌냈지만, 멤버들이 대거 하차하는 초유의 사태와 맞닥뜨렸다. 가수 정준영에 이어 배우 차태현과 개그맨 김준호가 17일 활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1박 2일' 7명의 멤버 중 절반 가까운 인원이 하차했다. 현재 제작과 방송이 멈춘 상태이며, 프로그램의 폐지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미 3년 전부터 시한폭탄을 안고 위태로운 여정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 2016년 8월 정준영이 전 여자친구의 동의 없이 성관계 중 신체를 촬영한 혐의로 피소당했으나, 무혐의를 이유로 3개월 만인 2016년 11월 복귀시켰다. 눈물 어린 정준영 컴백 방송까지 꾸몄다. '1박 2일' 제작진의 도덕 불감증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
작은 불씨였던 사건을 2019년 3월 정준영 사태라는 큰 불로 번지게 만든 책임을 면치 못했다. 성관계 영상을 불법으로 촬영해 유포한, 전무후무한 정준영의 성범죄가 지난 11일 처음 보도되며 '1박 2일'은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녹화를 강행하려던 제작진은 결국 15일 방송 및 제작 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3년 전 정준영의 비위를 가볍게 여긴 잘못과 출연자 관리 소홀에 대한 잘못 또한 인정했다.
제작진은 "출연자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특히 정준영이 3년 전 유사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 당국의 무혐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고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채 출연 재개를 결정한 점에 대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출연자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출연자 한 명의 문제에 그치지 않았다. 16일 차태현과 김준호가 과거 수백만원의 내기 골프를 쳤다는 보도가 등장하며 '1박 2일'에 엎친 데 덮친 격의 위기가 찾아왔다. 정준영이 경찰 조사 중 제출한 휴대전화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단 2시간 만에 돈벼락""거의 신고하면 쇠고랑이다" "오늘 준호 형 260 땄다. 난 225" 등의 대화가 오간 사실이 밝혀진 것.
보도가 등장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은 17일 오전 차태현과 김준호 양측은 "해외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없으며, 실제로 돈이 오가지는 않았다"고 해명하면서 '1박 2일'을 비롯해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하차할 의사를 전했다.
차태현은 "저희끼리 재미삼아 했던 행동이지만, 그런 내용을 단체방에 올린 저의 모습을 보게되어 너무나 부끄럽다. 많은 사랑을 받은 공인으로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그리고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반성하면서 자숙하겠다. 죄송하다"고 밝혔고, 김준호 측은 "공인으로서 또한 '1박 2일'의 큰형으로서 모범이 되어야 했음에도 그렇지 못한 것에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좀 더 책임의식 있는 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거듭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7명의 멤버 중 3명이 사라졌다. 만일을 위해 비축해둔 녹화분도 없다. 촬영이 언제 재개될지도 알 수 없다. 이대로라면 '1박 2일'을 폐지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