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인 ANA 인스퍼레이션은 누구나 한 번은 우승하고 싶은 대회로 꼽힌다. 1972년 시작된 이 대회는 1983년부터 메이저 대회로 승격됐다. 1988년 우승자인 에이미 앨콧(미국)이 시작한 뒤 우승자들이 18번홀 그린 옆에 조성된 ‘포피스 폰드’에 뛰어드는 세리머니는 이 대회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대회는 한국 선수끼리 포피스 폰드에 뛰어드는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고진영(24·하이트)은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힐스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더블보기 1개, 보기 1개로 4타를 줄였다. 중간 합계 8언더파로 단독 선두다.
올 시즌 티샷 정확도 14위(82.86%) 아이언샷 정확도 4위(80.28%) 그리고 온 그린 시 퍼트 수 4위(1.7개)인 고진영은 3라운드에서도 특유의 안정적 플레이를 펼쳤다. 13번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냈다.
고진영은 14번홀(파3)에서 티샷을 해저드에 빠뜨려 더블보기, 15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17번홀(파3) 버디로 좋은 흐름 속에 경기를 마쳤다. 고진영이 기록한 4언더파 68타는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다.
이날 경기장에는 1~2라운드와 달리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았지만, 오후 들어 단단해진 그린에 스코어를 줄이기는 쉽지 않았다. 2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몰아쳐 8언더파 단독 선두로 나선 김인경(31·한화큐셀)은 무빙데이인 이날 1타를 잃었다. 버디 2개가 나왔지만 더블보기 1개와 보기 1개로 주춤했다. 전반 9홀에서 3타를 잃었지만 후반에 버디 2개를 잡고 경기를 마무리하면서 최종 4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고진영과 김인경은 최종일 챔피언 조에서 우승 경쟁을 펼친다. 고진영에게는 메이저 첫 우승의 기회고, 김인경에게는 2012년 이 대회에서 30cm 퍼트를 놓쳐 연장 끝에 패했던 아쉬움을 털 수 있는 기회다. 김인경은 “예전에는 이 대회 우승이 내 목표 가운데 하나였지만 지금은 여기 와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우승도 중요하지만 좋은 경기를 하는 것에 더 보람을 느낀다. 최종일에 할 수 있는 최선의 경기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은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4승을 거뒀다. 2004년 박지은(40) 2012년 유선영(33) 2013년 박인비(31·KB금융)에 이어 2017년 유소연(29·메디힐)이 18번홀 그린 옆 포피스 폰드에 뛰어드는 세리머니를 했다. 올 시즌 5개 대회에서 1승을 비롯해 네 차례나 ‘톱3’에 든 고진영은 “언니들이 좋은 발자취를 남겼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이 우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생기는 것이다. 언니들처럼 나도 열심히 할 생각이다. 아직 18홀이 남아 있지만 결과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3라운드 17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이미향(26·볼빅)은 4타를 줄이며 중간 합계 5언더파 공동 3위다. ‘핫식스’ 이정은(23·대방건설)은 3언더파 공동 5위, 세계 랭킹 1위 박성현(26·솔레어)은 2언더파 공동 8위로 우승 도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