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호는 24일 저녁 뒤늦게 음주운전 사고 전력이 알려졌다. 22일 새벽 경기도 광명시 광명 IC부근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89%로 음주운전을 하다 도로 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지만, 구단에 즉각 보고하지 않았다. 이틀이 지난 24일 저녁에야 관련 내용을 취재하던 언론사를 통해 구단이 이 사실을 인지했고 그제 서야 음주운전 내용을 구단에 알렸다. 사고 뒤 23일에는 경산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삼성전에 출전해 논란이 더 켰다.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모두를 속였다.
이중 징계가 예고돼 있다. KBO는 지난해 9월 열린 제5차 이사회에서 음주운전 적발에 따른 징계를 세분화했다. 최대 120경기 출전 정지, 제재금 1000만원, 봉사활동 240시간을 부과할 수 있다. 정금조 KBO 운영본부장은 "음주운전에 따른 징계는 단순 적발과 측정 거부, 접촉 사고, 인사 사고로 나뉜다. 대부분 이 네 가지 안에 포함된다. 다른 차를 들이받으면 (세 번째 항목인) 접촉 사고로 인정되는데 (강승호처럼 혼자서) 기물에 부딪힌 경우에 대해선 체크를 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따르면 단순 적발의 경우 출장정지 50경기, 제재금 300만원, 봉사활동 80시간의 징계를 받는다. 지난 2월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윤대영(LG)이 이 기준에 따랐다. 윤대영은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06% 상태로 차에서 자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음주 접촉 사고면 출장정지 90경기, 제재금 500만원, 봉사활동 180시간으로 징계가 추가된다. 현재 상황이라면 강승호는 '접촉 사고'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SK도 자체 징계를 준비 중이다. 손차훈 SK 단장은 "구단 상벌위원회를 곧 열 계획이다. KBO에서 'KBO 징계 결과가 나오기 전에 구단이 먼저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이전부터 있었다. 단장회의 때 말이 나왔던 사안인데 일단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결과를 갖고 있다가 KBO가 발표하면 하겠다"고 밝혔다. 윤대영의 경우 LG는 음주운전 사실이 알려진 당일 임의탈퇴 결정을 내렸고 KBO 상벌위원회는 사흘 뒤 열렸다.
구단 내부적으로 '괘씸죄'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SK는 최근 몇 년 동안 선수단 사건 사고를 꽤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2017년 화농성 여드름 치료 한약을 잘못 먹어 도핑테스트에 적발된 임석진을 제외하면 최근 몇 년 동안 대외적으로 징계받은 선수를 찾기 힘들다. '클린 이미지'를 이어가기 위해 구단 안팎에서 노력을 많이 했다. A선수는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훈련 때 사건 사고에 대한 강연을 하기도 했고 강사를 초빙해 설명해준 적도 있다. 시즌 중에도 문제가 있으면 바로 구단에 보고하라고 주기적으로 이야기를 듣는다"고 했다.
음주운전 사고를 낸 게 1차 잘못이라면 2차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구단에 알려야 했지만, 강승호는 보고를 전혀 하지 않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KBO 징계와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더 조사하고 단호하게 하겠다"고 했다. 2014년 9월 삼성은 음주운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정형식을 임의탈퇴로 처리했고 이후 그라운드로 복귀하지 못했다.
사회적으로 음주운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엄격하다. 지난해 12월 18일부터는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 이른바 '윤창호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이 시행되고 있다. LG가 윤대영의 음주운전 사실이 알려진 뒤 곧바로 임의탈퇴를 결정한 이유다.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가 되면 그날로부터 1년 동안 복귀가 불가능하고 타구단 이적도 허용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선수가 은퇴 절차를 밟는 이유다.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구단에 보고하지 않고 2군 경기까지 뛴 강승호. 중징계를 피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선수 인생이 벼랑 끝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