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과에 음악을 정말 잘하는 친구가 있어요. 한번 들어봐 주세요.” 가수 윤종신과 퍼센트(28)의 인연은 5년 전인 2014년, 이렇게 시작됐다. 앞서 ‘슈퍼스타K2’(2010)에 참가해 심사위원 윤종신과 인연을 맺은 장재인이 소개에 나선 것. 윤종신은 “처음 음악을 들었을 때 굉장히 날렵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요즘 프로그래밍을 활용해 곡을 쓰는 뮤지션은 많지만 어쿠스틱 악기를 연주하며 곡을 쓰는 경우는 드물다”고 평했다. 퍼센트는 장재인과 호원대 실용음악과 동기로, 직접 곡을 만드는 싱어송라이터다.
그렇게 미스틱스토리에 몸담게 된 퍼센트는 윤종신의 ‘차세대 음악노예’로 거듭났다. 2017년 ‘위켄드’를 시작으로 리슨 프로젝트에서 종종 이름을 비추더니 웹예능 ‘눈덩이 프로젝트’에서는 레드벨벳의 ‘덤덤’ 리메이크 편곡을 맡았고, 윤종신 유튜브 채널 ‘탈곡기’에서는 방탄소년단을 위한 노래 ‘분류자’(가제)를 함께 만들었다. 1대 음악노예 유희열을 시작으로 하림ㆍ조정치 등에 이어 윤종신의 새로운 작곡 동반자가 된 셈이다. 윤종신은 농담을 섞어 “이미 노쇠한 이들과 달리 젊어서 그런지 지구력이 좋다”며 “멜로디도 감이 전혀 달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칭찬했다.
퍼센트의 첫 미니앨범 ‘PVC’ 발매를 기념해 30일 서울 연희예술극장에서 열린 음악감상회도 윤종신이 진행을 맡았다. 그는 “퍼센트를 음악판으로 끌어들인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못할까 봐 거들러 나왔다”고 했다.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퍼센트는 긴장한 듯 “예명을 퍼센트(%)로 지은 이유도 동그라미 두 개가 내성적인 제 평소 모습과 음악을 할 때 열정적인 모습과 닮아서”라며 “5년 만에 발표하는 첫 앨범이니만큼 투명한 PVC 재질의 가방처럼 그 안에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천천히 설명했다.
또래 사이에 음악장인으로 소문난 만큼, 첫 앨범에는 친구들도 총출동했다. ‘선물’ ‘동화’ 등 음원 강자로 자리매김한 멜로망스의 정동환이 더블 타이틀곡 ‘캔버스 걸’과 ‘래빗 홀’의 작곡·편곡을 함께 했다.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출신인 정동환은 “삼국지에서 위나라ㆍ촉나라ㆍ오나라 장수들이 서로 명성을 들어 알고 있듯 9년 전부터 퍼센트의 존재를 알았다”며 “덕분에 만난 지 얼마 안 됐지만 곡이 뚝딱 나왔다”고 말했다.
‘래빗 홀’ 피처링에 참여한 수민은 호원대 동기. 수민은 지난해 발표한 첫 정규 앨범 ‘유어 홈’이 한국힙합어워즈 ‘올해의 알앤비 앨범’ 에 뽑히고, 타이틀곡 ‘너네 집’으로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를 수상한 신예다. 그는 “퍼센트와 제 보컬이 가진 텍스처가 비슷해 케미가 잘 맞았다”며 “노래면 노래, 연주면 연주도 잘하지만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이번 앨범도 너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음감회에 함께한 정동환과 수민 외에도 드웨인ㆍ범주가 퍼센트의 첫 앨범에 힘을 보탰다. 10대 시절부터 친구였던 드웨인과 만든 ‘플라워 센트’가 은은한 향기를 풍긴다면, 세븐틴ㆍ뉴이스트의 프로듀서로 활약하고 있는 범주와 함께 한 ‘아무때나 돼’는 흥이 넘친다.
혼자 작사ㆍ작곡은 물론 편곡까지 하는 퍼센트가 굳이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은 이유는 뭘까. 그는 윤종신에게 ‘달콤한 이야기만 늘어놓지 말고 진짜 네 이야기를 하라’는 따끔한 조언을 들은 일을 돌이켰다. “사실 그전까진 음악이 좋으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어요. 이야기의 중요성을 몰랐죠. 며칠 뒤 ‘지금 이 순간’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이번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다 해야 한다는 욕심을 버리고 만든 결과물인 셈이다. “아무나 협업이 되지는 않아요. 서로 좋아하는 음악이 같아야 하고, 제게 없는 것을 채워줘야 하는데 그런 친구들이 곁에 있어서 다행이죠. 제가 만든 곡을 다른 사람이 부르든, 제가 다른 사람이 만든 곡을 부르든 다 제게서 나오는 거라 생각해요. 20대에 앨범을 한 장 내는 게 제 꿈이었는데 드디어 이뤄졌습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꾸준히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