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걸캅스(정다원 감독)'는 14일 7만6554명을 끌어모아 누적관객수 74만2502명을 기록했다. 관객수보다 눈에 띈건 박스오피스 순위.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꺾고 대망의 1위에 오른 '걸캅스'는 지난 9일 개봉 후 6일만에 1위의 기쁨을 맛보게 됐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걸캅스'에 발목 잡히며 22일 연속 1위가 무산됐다.
스크린 수는 여전히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많다. 이날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1545개 관에서, '걸캅스'는 943개 관에서 상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캅스'가 '어벤져스: 엔드게임' 보다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하면서 '걸캅스'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과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케 한다. 좌석판매율은 '걸캅스'가 12.5%,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6.8%로 '걸캅스'가 두 배 앞섰다.
'걸캅스'는 48시간 이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마저 포기한 사건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뭉친 걸크러시 콤비의 비공식 수사를 다룬 작품이다. 라미란·이성경을 주축으로 여성 형사물을 완성, 관객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평점테러로 '걸캅스'의 흥행 레이스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오히려 홍보에 큰 도움이 됐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걸캅스'와 반대다. 순위보다 관객수가 눈에 띄었다. 15일 누적관객수 1300만 돌파가 확실히 되고 있기 때문.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이날 6만9945명을 끌어모아 누적관객수 1295만1979명을 기록했다. 15일 누적관객수 1300만 명을 기록, '도둑들'(누적관객수 1298만명), '괴물'(1301만명)을 넘어 역대 흥행 7위에 오르는 것은 물론 '아바타'(2009) 이후 10년만에 1300만 고지를 넘는 두번째 외화로 등극할 전망이다.
지난 2009년 개봉한 '아바타'는 국내에서 개봉한 외화 중 처음으로 누적관객수 1000만 명을 넘은 작품이자, 최고 기록을 세운 작품으로 10년째 역대 외화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후 1000만 고지를 넘은 외화는 여러 편 등장했지만 모두 '아바타'의 기록을 깨지는 못했다. 때문에 개봉 전부터 1000만 돌파가 확실시 된 '어벤져스: 엔드게임'만이 '아바타'를 넘어 설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고, '어벤져스: 엔드게임' 역시 '아바타' 기록을 사실상 1차 목표로 설정했다.
다만 1300만 돌파를 앞두고 관객수가 급감한데다가 15일 '악인전(이원태 감독)', '배심원들(홍승완 감독)' 등 기대를 모으는 다양한 신작들이 한꺼번에 개봉하면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후반부 레이스 추이와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명확하게 예측하기는 힘들다. 전설의 '아바타'를 넘고 새로운 전설로 역사적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영화계 안 팎의 시선은 끝까지 쏠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눈치를 보던 한국 영화들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힘이 다소 떨어진 5월 중순을 맞아 제대로 맞붙는다. 상승세를 탄 '걸캅스'를 비롯해 '악인전', '배심원들'이 새로운 경쟁을 펼치는 것. 예매율은 '악인전'이 한 발 앞선다. '악인전'은 개봉 당일인 15일 오전 8시 기준 22.4% 예매율을 나타냈다. 상승세를 탄 '걸캅스'는 11.0%, 또 다른 신작 '배심원들'은 8.5%의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악인전'은 우연히 연쇄살인마의 표적이 되었다 살아난 조직폭력배 보스와 범인잡기에 혈안이 된 강력반 미친개, 타협할 수 없는 두 사람이 함께 연쇄살인마 K를 쫓으며 벌어지는 범죄 액션 영화다. 2008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배심원들'은 첫 국민참여재판에 어쩌다 배심원이 된 보통의 사람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며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악인전'과 신선한 구조가 빛나는 '배심원들'은 시사회 직후 나란히 호평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갓 1위에 오른 '걸캅스' 역시 하루만에 관객들을 다른 영화들에 내어주기엔 아깝다. 세 편의 한국 영화가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무찌르고 사이좋게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