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 출범둥이인 1982년생은 이른바 황금 세대다. 국제 대회와 해외 무대에서 한국 야구 위상을 높였고, 국내 리그 흥행을 주도할 만큼 스타로 발돋움한 선수가 많다.
이대호·김태균과 정근우는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제1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프로 무대에서도 저연차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이내 리그 정상급 선수로 인정받았다. 크고 작은 국가대항전에 대표 선수로 선발됐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세 선수와 함께 에드먼턴 대회 우승을 이끈 추신수는 미국 무대로 진출했다. 2005년 빅리그에서 데뷔했고 이후 15시즌 동안 최고의 무대를 누볐다. 현역 선수 최다 연속 출루(52경기)에 성공했고, 올스타도 선정됐다. 에드먼턴 주역이 전부는 아니다. 오승환은 특유의 강심장과 묵직한 구위로 한국 야구 역사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가 됐다. 손승락은 그와 최고 자리를 두고 경합했다.
지난해까지는 각자의 자리에서 변화를 겪으면서도 존재감을 유지했다. 그러나 노쇠화가 심화돼도 이상하지 않은 38세다. 잘하고 있는 선수도 나이를 잣대로 평가받는다. 이대호는 "그런 평가는 당연하다. 잘하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고, 실제로 보여 줬다. 그러나 모두 그렇지는 않다. 올 시즌 초반은 희비가 엇갈린다. 입지·기량·성적 모두 제각각이다.
추신수(텍사스)는 매년 트레이드설에 휘말렸다. 고액 연봉을 받는 그가 지명타자로 나서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이 출전할 기회가 줄어든다며 말이다. 올 시즌도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시카고 컵스와 시즌 개막전에서는 11년 만에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수모도 당했다. 좌투수 존 레스터가 선발이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내 건재를 증명했다. 4월까지 3할 타율, 4할대 출루율을 유지했다. 특히 1회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투수의 기세를 꺾는 결과를 자주 만들어 냈다.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개막전 오더에 대해 "내 실수다"라고 했고 연일 추신수의 가치를 치켜세우는 인터뷰를 했다.
5월에는 주춤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캔자스시티전·18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서 연속 경기 홈런을 치며 돌파구를 만들었다. 20홈런과 4할대 출루율을 기대할 수 있는 38세 베테랑. 추신수는 이미 나이를 숫자로 만들었다.
이대호(롯데)는 시즌 초반에 부진했다. 개막전부터 시즌 20번째 경기까지 타율 0.280·1홈런을 기록했다. 타율은 나쁘지 않았지만 장타 생산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는 같은 경기 수에서 5홈런을 기록했다. 롯데도 하위권으로 처졌다.
그러나 5월을 기점으로 타격감이 올라왔다. 2루타·홈런이 나오기 시작했다. 15경기에서 타율 0.417·6홈런·19타점·OPS(출루율+장타율)는 1.278. 반발력이 저하된 공인구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생각만큼 뻗지 않는 공으로 인해 심적으로 흔들렸지만, 밀어 치는 타격에 매진하면서 좋은 결과를 늘려 가기 시작했다. 특유의 몰아치기로 이어졌다.
이대호는 2017시즌에도 시즌 중반, 상대 배터리의 집요한 몸 쪽 승부에 고전했다. 그러나 조원우 전 감독의 조언에 따라 몸 쪽 공간을 넓히는 스탠스를 만든 뒤 다시 반등했다. 지난해부터는 수비 부담을 줄였다. 지명타자로 나서는 경기가 많다. 1루수로 나설 때가 타격 성적이 더 좋았지만 체력 안배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매번 우려의 시선을 기우로 만들었다.
한화 듀오 김태균과 정근우는 순탄하지 않은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나란히 분전을 요구받고 2군행을 지시받았다.
3할대 타율을 유지하던 김태균은 4월 둘째 주부터 타격감이 떨어졌다. 17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2루타는 1개, 홈런은 없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장타력 향상이 필요하다며 재정비 기간을 줬다.
반등 조짐은 있다. 열흘 만에 복귀한 그는 이후 일곱 경기에서 타율 0.348를 기록했다. 기록보다는 경기 자세가 달라졌다는 평가. 기습 도루를 시도하거나 몸을 날려 포구를 시도하며 투지 있는 모습을 보여 줬다. 한 감독이 김태균에게 바라던 모습이다.
정근우는 5월 셋째 주까지 20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19경기에서 1할대 타율에 그쳤고, 중견수 수비도 다소 헐거웠다. 2군에서 열흘 동안 조정기를 갖고 다시 복귀했지만 4월 30일 두산전에서 땅볼을 친 뒤 전력 질주를 하다가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투지를 갖춘 선수다. 여전히 팀에 필요한 선수다. 그러나 악재가 겹치고 있다.
오승환(콜로라도)도 빅리그 진출 이후 가장 험난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5월 19일(한국시간)까지 등판한 17경기에서 1승1패·2홀드·평균자책점 9.60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368·WHIP(이닝당출루허용률)은 1.93에 이른다. 지난 시즌에는 같은 경기 수에서는 1점(1.65) 대 평균자책점, 피안타율 0.219, WHIP 1.04였다.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지난해 91.6(시속 147.4km)마일보다 떨어진 91.2(146.7km)이다. 컷패스트볼은 84.1(135.3km)에서 82마일(131.9km)로 떨어졌다. 체인지업의 구사 비율이 낮아졌고, 보여주던 구종인 싱커와 슬라이더도 던지지 않는다. 묵직한 공 끝이 강점이던 투수다. 힘에서 부침이 드러난다. 지난해 68⅓이닝에서 8개던 피홈런이 올 시즌은 15이닝에서 5개다.
일각에서는 수년 째 이어지는 해외 상황에 피로감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올 시즌은 셋업맨으로 볼 수도 없다. 데뷔 이후 항상 이기고 있을 때 등판하던 투수다. 집중력이 흔들릴 수 있다.
심신 모두 안정감이 떨어져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오승환은 개막 전 나이 우려에 대해 "선수는 실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기량 저하 우려를 지우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시즌 초반은 고전이 이어지고 있다.
오승환의 KBO 리그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을 경신을 노리는 손승락(롯데)은 잠시 자리를 잃었다. 그는 개막 첫 12경기에서 1승1패·4세이브·평균자책점 8.49를 기록했다. WHIP는 1.80, 피안타율은 0.340이었다.
4월18일 KIA전과 20일 kt전에서는 세이브 요건이 갖춰진 상태에 등판했다. 그러나 모두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그사이 롯데 불펜진은 크게 흔들렸고 한 때 최하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5월 5일 복귀전을 치렀고 다섯 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세부 기록도 좋다. 그러나 마무리 투수는 팀 후배 구승민에게 맡기고 셋업맨 역할을 하고 있다. 양상문 감독은 심적 부담을 덜어 주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임무를 부여했다. 제 컨디션을 찾도록 유도했다. 손승락도 오승환의 기록(277세이브) 경신보다 팀 불펜진 안정에 기여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나이 우려는 있지만 팀에 반드시 필요한 투수라는 것은 분명하다.
SK 외야수 김강민은 2018년 정규 시즌 80경기 출전에 그쳤다. 부상과 부진 탓이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 왕조 시절 DNA를 발휘하며 SK의 우승을 이끄는 데 기여했다. 올 시즌도 췌장 혈종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 전까지 탐내 타율 2위를 기록하며 공격에 기여했다.
롯데 내야수 채태인은 부상이 잦고, 기량 저하도 있지만 이대호의 체력 안배를 돕고 중요한 순간 존재감을 발휘하며 베테랑다운 경기력을 보여 주고 있다. LG 포수 정상호는 백업으로 안방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