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골키퍼 김승규(비셀 고베)와 조현우(대구 FC)가 6월 A매치 2연전으로 주전 골키퍼를 가린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 오후 8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호주와 맞붙은 뒤, 오는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두 번째 대결을 펼친다. 이번 2연전은 9월 5일 시작하는 2022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을 앞두고 벤투호가 갖는 마지막 평가전이다. 벤투 감독은 두 차례 A매치를 통해 김승규와 조현우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한 뒤 '넘버원(주전 골키퍼를 가리키는 말)'을 결정할 전망이다.
김승규는 주전 경쟁에서 한발 앞서 있다. 그는 벤투 감독 부임 이후 14차례 A매치(아시안컵 5경기 포함) 중 10차례나 선발로 기용됐다. 빌드업을 중시하는 벤투 감독의 성향 덕분이다. 패스 능력이 좋은 김승규는 최후방에서부터 빌드업을 시작하는 벤투 감독의 전술에 안성맞춤이다. 김승규는 조현우와 번갈아 골문을 지킨 지난 3월 A매치 2연전에서도 자신의 강점을 과시했다. 3월 22일 볼리비아전에 출전한 김승규는 동료들에게 정확한 패스를 내주는 것은 물론 단번에 전방으로 패스를 찔러 빠른 공격으로 연결되는 침투 패스까지 선보였다. 여기에 안정적인 수비 능력까지 더해 팀의 무실점 승리(1-0승)에 기여했다.
조현우는 자신의 장기인 순발력·반사신경을 앞세운 선방 능력을 여러 차례 펼쳤다. 전후반 합쳐 20여 개의 슛을 퍼부은 콜롬비아의 공격을 수차례 '슈퍼 세이브'로 막으며 1실점(2-1승)으로 막아 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세계 최강 독일 공격수들을 상대로 무실점 수비를 펼칠 때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패스 능력이 특별히 부족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승규만큼 날카로운 패스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2연전을 앞두고 두 선수 입지에 변수가 생겼다. 바로 올 시즌 리그 성적이다. 김승규는 14라운드까지 치러진 J리그1(1부리그)에서 8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다. J리그는 최대 5명의 외국인 선수가 경기에 나설 수 있다. 그런데 고베가 올 시즌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다비드 비야(이승 스페인)·루카스 포돌스키(독일) 등 무려 7명(김승규 포함)의 외국인을 보유하면서 자국 출신 골키퍼를 기용하고, 슈퍼스타 필드 플레이어를 더 뛰게 하기로 한 것이다. 이 때문에 김승규는 실전과 벤치를 오가고 있다. 일부에서 경기 감각이 무뎌졌다는 지적이다. 김승규는 8경기에서 12골이나 내줬다.
이에 맞서는 조현우는 올 시즌 대구의 막강한 전력에 힘입어 펄펄 날고 있다. 그는 대구가 치른 전 경기(15경기)에 출전해 8골만 허용하는 안정적인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 이적설이 나올 만큼 컨디션이 좋다. 조원희 JTBC 해설위원은 "말 그대로 종이 한 장 차의 실력이다. 김승규가 빌드업이 좋다는 평가지만, 그렇다고 조현우가 못한다는 뜻이 아니다"라면서 "이번 2연전이 주전 경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쟁 체제를 유지하는 두 선수의 발전과 대표팀에게 힘"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