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감독은 지난해 9월 7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 한국 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뒤 지난 7일 호주와 평가전까지 총 15경기를 지휘했다. 15경기에서 10승4무1패를 기록했다. 압도적 승률이다. 이런 승률을 낼 수 있도록 힘을 실은 벤투호 베스트11이 있다. 벤투 감독은 자신이 확신을 가진 선수가 아니면 중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베스트11에 들지 못했거나 새로 발탁된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벤투 감독의 확고한 철학이자, 벤투 감독이 대표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감독마다 스타일이 다르지만, 벤투 감독은 이 방식을 고수했다. 또 9월 시작되는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위해 베스트 멤버의 조직 극대화를 노리는 차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처음부터 이 방식을 고수한 것은 아니다. 벤투 감독 부임 초기에는 다양한 선수 실험을 시도했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을 잘 모르던 시기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여러 선수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데뷔전이었던 코스타리카전에서 선발은 최전방에 지동원(마인츠)이 섰고, 2선에 손흥민(토트넘) 남태희(알 사드) 이재성(홀슈타인 킬)이 배치됐다. 중원에 기성용(뉴캐슬) 정우영(알 사드) 포백에 홍철(수원 삼성) 김영권(감바 오사카) 장현수(FC 도쿄) 이용(전북 현대)이 라인을 잡았고, 골키퍼는 김승규(비셀 고베)였다. 이 베스트11이 벤투호 시작을 알렸다.
이후 변화가 시작됐다. 2018년 9월 칠레전에서 황의조(감바 오사카) 황희찬(잘츠부르크) 그리고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첫 선발 기회를 잡았다. 2018년 10월 열린 우루과이전에서는 기존 선발로 썼던 멤버들이 모두 들어갔다. 변화는 없었다. 이어 열린 파나마전에서는 역대 가장 많은 변화를 줬다. 석현준(스타드 드 랭스)을 비롯해 황인범(밴쿠버 화이트캡스) 박주호(울산 현대) 김민재(베이징 궈안) 조현우(대구 FC)까지 무려 5명의 새 얼굴이 선발 라인에 포진했다. 손흥민이 차출되지 않았던 2018년 11월 호주전에는 문선민(전북 현대) 이청용(보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첫 선발 기회를 잡았다. 이어진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나상호(도쿄) 주세종(아산 무궁화) 정승현(가시마 앤틀러스)이 선발로 첫 선택을 받았다. 2019년 첫 경기였던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 권경원(톈진 톈하이)이 선발에 이름을 올렸다.
2019 아랍에미리트(UAE)아시안컵이 시작되자 선발 멤버 변화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1차전 필리핀전에서 김진수(전북)가 부상에서 돌아와 벤투호 첫 선발로 나섰다. 2차전 키르기스스탄전에는 변화가 없었고, 3차전 중국전에서는 김문환(부산 아이파크)이 선발 기회를 잡았다. 기존 베스트 멤버였던 이용이 경고 누적으로 나오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김문환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16강 바레인, 8강 카타르까지 새롭게 선발로 이름을 올린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아시안컵이 끝난 뒤 열린 첫 경기였던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부상에서 돌아온 권창훈(디종)이 이례적으로 첫 발탁, 첫 선발로 나섰다. 이어 열린 콜롬비아전에서는 또다시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지 않았다. 지난 7일 끝난 호주전 역시 베스트 멤버에 뉴 페이스는 볼 수 없었다.
2018년 다양한 선수 실험을 하다가 2019년에 고착화된 형국이다. 15경기에서 총 29명이 선발로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장현수가 징계받아 대표팀에 올 수 없고, 남태희는 부상으로 당분간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성용과 구자철은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이런 불가피한 상황에서 선발 라인에 변화를 준 것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얼굴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경우는 극도로 적었다. 아시안컵을 시작으로 베스트11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이는 단 3명에 불과하다. 아시안컵 당시에는 상대팀들까지 한국의 베스트11을 자연스럽게 예상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벤투호는 오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평가전을 치른다. 벤투 감독의 16번째 경기다. 벤투호 베스트11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