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석 감독은 16일 고척 한화전에 앞서 박병호를 1군 엔트리에 등록하지 않았다. 박병호는 지난 6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타격 페이스가 떨어진 여파였다. 그러나 공백은 길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장 감독도 지난 14일 "1군 엔트리 등록 가능일인 16일에 바로 올리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컨디션만 올라오면 곧바로 1군에 등록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장정석 감독은 "오늘 등록을 하지 않았다. 시간을 좀 더 갖기로 했다"고 했다. 몸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박병호는 지난 13일부터 사흘 연속 2군(퓨처스) 경기를 뛰었다. 타격 성적은 9타수 3안타 2타점. 1군 엔트리 재등록이 가능한 16일 1군 선수단에 합류해야 하는데 구단의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장 감독은 "특별한 이유보다는 시즌을 치르다 보면 흐름이나 분위기가 있다. 지금 (박병호를 대신해) 기회를 부여받고 있는 선수들이 어떻게 가는지 보고 싶다. 일단 오늘은 엔트리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키움은 박병호가 빠져 공백이 생긴 1루를 주로 외국인 타자 샌즈가 맡았다. 샌즈가 내야로 들어오면서 발생한 빈자리는 김규민이 커버했다. 김규민은 최근 9경기에서 타율 0.375(32타수 12안타)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장영석(23타수 8안타)과 김혜성(36타수 10안타) 등도 분전하고 있다. 장정석 감독은 "전체적인 분위기나 상황이 나쁘지 않다. 계속 좋은 흐름인데 특정 선수가 아닌 전체적인 걸 보고 싶다"며 "여러 명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병호를 언제 올릴지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물론 박병호에 대한 '불신'이 있는 건 아니다. 박병호는 통산 홈런이 무려 266개인 팀의 간판. 투타의 구심점을 해주는 선수다. 장정석 감독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전에 차단했다. 그는 "박병호는 문제가 없다. 2군에서 홈런 4개를 쳐야 올릴 거라는 게 아니다"며 "박병호는 2군 경기가 필요 없다. 컨디션만 정상이면 열흘 쉬고 바로 뛸 수 있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기량으로 보면 1군 등록에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런데 외부 상황을 고려해 결단을 내렸다. 박병호의 빈자리를 기대 이상으로 채운 선수들에 대한 만족감도 바탕이 됐다. 장 감독은 "지금의 흐름과 상황을 생각한 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