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마무리 문경찬(27)은 요즘 경기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행복하다. 어머니가 차려 주시는 밥상, 어머니의 표정을 보면 더욱 그렇다.
프로 5년 차 문경찬은 개막 마무리를 맡은 김윤동이 대흉근 미세 손상과 오른 어깨 관절와순 부분 손상으로 빠진 뒤 4월 말부터 마무리를 맡아 승승장구하고 있다. 데뷔 첫 세이브를 올린 4월 27일 키움전부터 17경기에 나와 15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제로, 9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공은 140㎞ 초중반대로 빠르지 않은 편이지만 투구 템포가 빠르고, 자신감이 강점이다. 최근 몇 년간 윤석민·김세현·김윤동 등 마무리로 기용한 투수들의 부진과 부상으로 고전한 KIA는 아직 이르지만 새로운 마무리 투수의 등장에 굉장히 반가워한다. 동료들과 구단 관계자들은 문경찬의 이름과 함께 마무리를 뜻하는 뒷문지기의 첫 글자를 따 '뒷문경찬'으로 부를 정도다.
2015년 KIA 2차 2라운드 전체 22순위의 많은 기대를 받고 입단한 문경찬은 그해 1승3패 평균자책점 9.76에 그쳤다. 이후 상무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했다. 지난해 32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4.72에 그친 문경찬은 이번 시즌 추격조로 시작해 마무리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정말 좋고 감회가 새롭다"며 "운이 정말 많이 따랐던 것 같다. 등판하는 상황이 정해져 있어 준비하기가 확실히 더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이은 호투에 문경찬은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너무나 가볍고 기분 좋다. 1남 1녀의 둘째로 인천 출신인 그는 지난해 3월부터 광주에서 어머니와 생활한다. 대개 고향과 소속팀이 다른 젊은 선수는 1인 생활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경찬은 "야구를 시작한 뒤 대학교(건국대)-군 복무 등 합숙 생활을 오래 했다. 어머니와 떨어져 사는 기간이 많았던 만큼 같이 살게 됐다"고 소개했다.
지금껏과 다른 활약상을 보인 기분 탓인지 요즘 어머니가 차려 주시는 밥상도 맛있게 먹는다. 문경찬은 "메뉴는 지난해와 비슷한데 반찬이 정말 잘 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웃었다.
아들의 활약상에 어머니도 흐뭇하다. 문경찬은 "지난해에는 집에 가면 어머니가 야구를 잘 안 틀어 놓으셨다. 아무래도 경기 상황이 안 좋을 때 등판해서인 것 같았다"면서 "올해는 어머니가 우리팀 경기를 계속 보시더라"고 귀띔했다. 오랫동안 뒷바라지한 어머니를 그는 "야구 박사다" "챙겨 주는 건 역시 어머니가 최고다"라는 표현으로 감사 인사를 대신했다. 그는 "어머니가 뿌듯해 하시는 것 같아 나도 좋다"고 말했다.
자신감 덕분인지 140㎞ 초중반대의 공을 던지던 그는 가장 최근 등판인 지난 22일 잠실 LG전에서는 최고 149㎞의 스피드를 찍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구속은 잘 안 나온 편이었다"면서 "정우람 선배를 보면 공이 빠르지 않아도 몇 년간 마무리 투수로 듬직한 모습이다. 구속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던지는 중이다"라고 했다.
마무리 보직으로 전환한 뒤 무실점 이후 22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에 대해서는 "언젠가는 점수를 준다고 생각하며 특별히 의식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올 시즌 좋아진 비결로는 "자신감·유연성과 근력 그리고 팬들의 응원" 네 가지를 꼽았다.
KIA는 새 마무리를 찾아 뒷문이 든든하고, 문경찬도 이런 기회 속에 성장하고 있다. 그는 "2015년은 입단 첫 시즌이었고 군 제대 이후 처음 보낸 지난해 1군이 처음이라 생각하고 던졌지만 2군을 많이 왔다갔다 했다"며 "(보직이 달라졌다고) 새로운 목표나 세이브 개수에 대해 생각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올 시즌은 풀 타임을 목표로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