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는 지난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3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1회 볼넷을 얻어내며 선취 득점을 했고, 7회는 좌측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치며 변함없는 공격 기여도를 보여줬다.
그러나 불운했다. 7-7 동점이던 9회말 수비에서 롯데 타자 신본기의 파울 파구를 포구하는 과정에서 큰 부상을 입었다. 홈팀 불펜과 그라운드 경계선에 있는 그물망 하단에 날카로운 쇠 재질 고정 장치가 커버 없이 삐져 나와 있었고 손을 짚는 과정에서 쓸리고 말았다. 오른 손바닥 5cm가 찢어졌다. 병원 이동 뒤 받은 검진에서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피부뿐 아니라 근육까지 찢어졌다고 한다. KT는 그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다른 선수의 이탈과는 파급이 다르다. 강백호는 KT 타선의 중심이다.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뒤 가장 먼저 그의 타순과 포지션 변화를 예고했을 만큼 팀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성적이 증명한다. 올 시즌 출전한 78경기에서 타율 0.339(304타수 103안타)·38타점·OPS(출루율+장타율) 0.908를 기록했다. 홈런은 예년보다 적지만 안타 생산 페이스가 빠르다. 25일 기준으로 타율 4위, 최다 안타 2위에 올라 있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WAR)은 2.89. 외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에 이어 팀 내 2위다.
신인이던 지난 시즌과 달리 기복이 없다. 지난 시즌 겪었던 부침을 교본 삼아, 슬럼프 빈도와 기간을 줄였다. 홈런과 타점은 로하스보다 적지만, 꾸준한 타격 페이스를 감안하면 팀 기여도가 더 높은 타자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박빙 승부나 득점이 절실한 상황에서 클러치 능력을 보여줬다. 결승타는 팀 내 1위는 8개다.
KT는 올 시즌 팀 득점(341개) 9위다. 타점(320개)은 8위. 로하스는 기복이 있고, 황재균도 5월 중순 이후 침체다. 박경수는 규정 타석을 채운 리그 타자 가운데 타율이 가장 낮다. 그나마 강백호가 3번 타순에서 해결사와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 덕분에 5월 이후 5할 승률 언저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강백호의 이탈은 치명적이다. 같은 포지션에 조용호, 송민섭 등 빠르고 작전 수행력이 좋은 타자가 있다. 그러나 강백호 공격력을 메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지명타자로 나서는 유한준을 외야로 복귀하고, 현재 3루수 포지션에서 선발-교체를 번갈아 맡고 있는 황재균과 윤석민을 그 자리에 투입하는 게 전력 저하를 막는 최선이다. 노장 선수의 체력 안배에 문제가 생긴다. 무엇보다 3번 타순에 마땅한 선수가 없다.
KT는 선발과 불펜진을 시즌 전 구상대로 구축하며 안정화를 꾀했다. 결과도 좋다. 그러나 강백호의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타자 한 명이 타선의 짜임새과 무게감에 미치는 영향력은 적지 않다. 상위팀에도 까다로운 상대던 KT다. 위기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