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게 안다. 진실과 믿음으 소재로 쫄깃한 스릴러 작품이 탄생했다. 범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에 집중하니 색다르면서도 더욱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가 그려진다. 구멍없는 배우들의 열정적인 열연은 '진범'을 봐도 아쉽지 않은 결정적 이유다.
1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는 영화 '진범(고정욱 감독)'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고정욱 감독과 주연배우 송새벽, 유선, 장혁진, 오민석이 참석해 영화를 처음 공개한 소감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진범'은 피해자의 남편 영훈(송새벽)과 용의자의 아내 다연(유선)이 마지막 공판을 앞두고 서로를 향한 의심을 숨긴 채 함께 그날 밤의 진실을 찾기 위한 공조를 그린 추적 스릴러다.
고정욱 감독은 "이 시나리오를 쓰게 된 이유는 내가 지인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떼인 경험이 있다. 화가 나서 전화만 돌리고 있는데 아내가 '돈 빌려줄 때는 믿을만한 사람처럼 말하더니 지금 오빠가 하는 행동을 보니까 그 사람을 진짜로 믿은게 아니네. 만약 나나 진짜 친한 친구가 지금 돈을 빌려간 사람처럼 행동 했어도 돈을 찾아낼 생각만 하면서 전화기만 붙들고 있었겠냐'고 하더라. 그때 뒤통수 한 대를 퍽 맞은 느낌이었다. 가만 돌이켜 보니 '왜 연락이 안되나,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걱정부터 하겠더라. '아, 이건 내 잘못이구나. 믿음의 문제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자료 조사를 하면서 유가족이 직접 살인사건 현장을 치운다는 것에 많이 놀랐다. 그 외에도 잘 몰랐던 법안 등을 영화에 많이 녹여냈다"며 "특히 우리 영화가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 과거와 현재를 오가다 보니까 다른 어떤 것보다 캐릭터들의 감정 표현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다. 1순위로 생각했던 배우들을 모두 캐스팅 할 수 있어 운이 좋았고, 행복했다"고 밝혔다. 시나리오 집필 당시부터 캐스팅 0순위로 꼽힌 송새벽은 이번 영화에서 살해당한 아내의 남편 영훈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영훈은 가장 친한 친구가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평범했던 삶이 한순간에 산산조각 나버린 인물이다. 사건 발생 후 집에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피폐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영훈은 경찰서에서 가져온 현장 사진과 자료에서 미심쩍은 부분을 발견하게 되고, 당시 상황을 직접 재현하면서 아내가 왜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밝혀내려 한다.
송새벽은 "촬영은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었다. 개인적으로 느꼈던 부분을 말씀드리면 '이웃과 잘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가장 많은 호흡을 맞춘 유선 씨는 이미 열 작품 정도를 함께 한 배우처럼 너무 편했고 그래서 더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선은 살인범으로 몰린 남편을 구하기 위해 피해자의 남편인 영훈과 위험한 공조를 펼치는 다연 역을 맡았다. 하지만 진실에 점점 다가갈수록 서로를 향한 의심은 커져가고,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는다. 남편의 무죄를 밝혀야 한다는 절실함부터 영훈에 대한 의심까지 다연의 복잡하고 불안정한 심리를 디테일하게 풀어낸 유선은 감독과 스태프들을 매번 놀라게 만드는 연기로 '진범'의 한 페이지를 완성했다.
올해 '어린 의뢰인'에 이어' 진범'을 선보이게 된 유선은 "'진범'을 만나기 전에 배우로서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다 소진되고 쏟아낼 법한, 그런 작품, 캐릭터를 만나서 극한까지 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매일 기도했다. 그러던 차에 '진범'을 만났기 때문에 나에겐 너무 바랐고, 선물 같았던 작품이다"고 강조했다.
또 "근데 준비를 하면서 보니 격한 감정이 없는 신이 없더라. 90% 이상 감정을 터뜨려야 했다. '이걸 어떻게 배분해야 관객들이 지치지 않을까. 다연에 공감하게 만들까' 그 부분이 어려운 숙제였다. '다연의 애처로움에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덧붙였다. 장혁진은 사건의 키를 쥔 유일한 목격자이자 극 전체를 뒤흔드는 인물인 상민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또 한 번 잊지 못할 인상을 남긴다. 상민은 경찰조차 몰랐던 진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로 사건이 일어난 그날 밤 영훈의 집 근처 CCTV에서 목격돼 사건의 전말에 대한 궁금증을 고조시킨다. 상민의 등장은 영훈과 다연의 공조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수면 위로 드러날 진실에 호기심을 자극한다.
장혁진은 "피 분장은 하도 많이 해서 어렵지 않았는데 계속 침대에 묶여 있으려니 그게 힘들었다. 화장실에 엄청 가고 싶더라"며 "촬영을 여름에 했다. 많이 더웠고, 무엇보다 감독님 디렉션을 하러 올 때마다 아이스커피를 마시면서 오더라. 난 화장실 갈까봐 물도 못 먹고 묶여 있는데. 얄미웠다"고 밝혀 좌중을 폭소케 했다. 오민석은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준성으로 등장해 극을 빈틈없이 채운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명백한 증거로 인해 친구의 아내를 죽인 살인범으로 몰린 준성은 아내 다연에게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영훈과 다연의 공조가 진행되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을 간직한 인물임이 드러나면서 그간 무죄를 주장한 행동에 의심을 불러 일으킨다.
"개인적으로 스릴러 장르를 해보고 싶었다"고 고백한 오민석은 "그동안 영화보다 드라마를 더 많이 했었기 때문에 대중들에게도 그런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가진 이미지를 벗어보고자 영화라는 장르에서 해보지 않았던 것을 해보고 싶다. 그 시기에 맞춰 이 시나리오를 만났고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내가 이 영화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연기했다"고 되내었다.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며 캐릭터들의 진실게임이 관객들의 심장을 쫄깃해지게 만드는 '진범'은 10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