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LG 제공 일곱 살 어린이는 유치원 수업을 마치면 야구부가 있던 인근 초등학교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자신보다 몇 살 더 많은 형들과 어울리며 공을 주고받았다. 16년이 흘러 프로에 입단했고, 손바닥에 살갗이 다 벗겨져 피가 나고 굳은살이 생길 만큼 맹훈련을 거듭했다. 그토록 꿈꾸던 1군 무대에 선 LG 대졸 신인 구본혁(22)의 이야기다.
구본혁은 2019년 LG 2차 6라운드 55순위로 입단한 신인 내야수다. 6월 4일 처음 1군 엔트리에 등록된 뒤 계속 남아 있다. 주 포지션은 유격수나 3루수 김민성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 기대 이상으로 그 공백을 잘 메워 줬다. 김민성의 빈자리에 김재율과 백승현 등이 먼저 기용됐지만, 수비를 중요시하는 류중일 LG 감독은 구본혁의 안정감을 가장 높이 평가하며 계속 기회를 줬다.
구본혁은 "수비는 자신 있다. 어릴 적부터 재능이 있었다"고 쑥쓰럽게 말한다.
그러면서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줬다. 구본혁은 "일곱 살 유치원 시절 때 오후에는 중대초등학교로 찾아가 야구부 훈련을 함께했다. 야구를 굉장히 빨리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식 훈련에 참가할 순 없었지만 형들과 함께 공놀이할 정도로 야구를 좋아했다. 실제로 중대초로 진학한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수비에서 '될성부른 떡잎'을 선보였다. 덕분에 수비에서 자신감을 갖게 된 그는 프로 무대의 내야 어느 포지션에서든 기대에 부응할 수 있었다. 풋워크와 수비 범위, 송구 모두 좋다.
숙제도 있다. 공격력은 아직 수비력에 한참 못 미친다. 퓨처스리그에서는 타율 0.274를, 1군에선 타율 0.167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난 성적에 비해 타구의 질은 괜찮은 편이다. 6월 19일 대구 삼성전에서 3-3으로 맞서던 6회초, 프로 데뷔 첫 안타를 결승 2점홈런으로 장식했다. 구본혁의 홈런으로 승리투수가 된 선발투수 타일러 윌슨은 "구본혁이 워낙 열심히 하는 선수라 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승리투수가 됐다. 첫 안타와 첫 홈런을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넸다. '영광의 상처'가 그의 노력을 보여 준다. 구본혁은 1군 콜업을 꿈꾸며 2군에서 구슬땀을 쏟던 당시, 야간에 맹훈련을 소화했다. 이종범 코치의 지도 속에 하루에 몇 박스씩 공을 쳐냈다. 그때 손바닥 이곳저곳에 살갗이 벗겨졌고, 이제는 굳은살이 단단히 자리 잡았다. 구본혁의 손바닥 사진을 본 김동수 코치는 "같은 양의 훈련을 해도 선수에 따라 굳은살 등 흔적이 모두 다르다. 그런데 이 정도로 살갗이 벗겨질 정도면 정말 많이 훈련한 것이다. 거의 본 적이 없다"며 놀라워했다.
구본혁은 "이종범 코치님이 '이렇게 연습해야 하는 때'라고 하셨다. 혹독한 지도와 훈련 속에 스윙이 조금씩 좋아졌다. 요즘도 거의 매일 연락을 주고받는다. 한번은 '변화구를 받아쳐서 안타를 만들어 내더라. 이제 1군 선수 다 됐네'라고 칭찬해 주셨다"며 웃었다. 요즘은 유지현 코치와 신경식 코치에게 많은 조언을 듣는다.
1군 무대에서 뛰며 부모님께 효도하고 있다. 그는 "(잠실에서 6경기를 하면) 어머니가 일주일에 세 번은 야구장에 오신다. 예전에는 친구들에게 표를 구해 줬는데 (오)지환이 형이 '그러면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요즘은 어머니께 먼저 드린다. 뿌듯하다"고 했다.
사진=LG 제공 구본혁은 지난 7일 김민성이 1군에 복귀한 뒤 다시 백업 내야수로 돌아갔다. 하지만 경기 중·후반대 수비 요원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부름받는다. 그는 "백업으로 뛰면 타격 페이스에 오르락내리락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일단은 수비가 먼저다. 타격은 보너스라 생각하고, 형들이 힘들 때 내 위치에서 열심히 돕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