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 결장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호날두는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탈리아 유벤투스와 K리그 선발팀 '팀 K리그' 친선경기에서 45분 이상 출전하기로 했으나 돌연 출전을 거부했다. 이날 호날두의 경기를 보기 위해 모인 6만3000여명의 축구 팬들은 '유벤통수(유벤투스+뒷통수) 날강두(날강도+호날두)' 등의 거친 표현을 쓰며 유벤투스 구단과 호날두의 인스타그램에 항의 중이다.
이날 호날두의 '무례'와 유벤투스 구단 관계자들의 '무성의'는 입국부터 출국까지 이어졌다. 호날두는 오후 2시 45분 굳은 표정으로 입국장을 통과했다. 입국이 3시간 가까이 늦어져 일정에 차질이 생겼지만 구단은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경기 전 예정된 팬 미팅에는 '컨디션을 조절해야 한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경기 시작은 오후 8시인데 호날두는 8시 15분에야 도착하는 무례를 범했다. 6만여명의 관중과 생중계를 기다리던 축구 팬들 모두 영문을 알지 못한 채 50분 넘게 기다리게 했다. 호날두는 그라운드엔 단 1분도 나서지 않고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도 거부하고 한국을 떠났다.
━
"호날두, 중국서 홍보행사 무리하게 투입"
호날두는 왜 그랬을까? 일단 유벤투스 관계자들은 호날두의 결장과 선수단 지각 사태 등에 대해 사과는커녕 납득할 만한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행사를 주최한 로빈 장 더페스타 대표는 국내 축구 전문지 '풋볼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의 일정이 무리가 돼 호날두의 '뚜껑'이 열린 것 같다"고 짐작했다.
로빈 장 대표는 "호날두가 왜 저렇게 나쁜 표정으로 들어왔는지 나도 놀랐다"며 "앞선 인터밀란과의 경기에서 90분을 소화했는데 이때 깜짝 놀랐다. 호날두도 나이가 있는 선수라 프리시즌에 풀타임을 잘 뛰지 않는다"고 짐작했다.
이어 "내가 아는 건 25일에 유벤투스에서 호날두를 무리할 정도로 중국 홍보행사에 투입시켰다는 것"이라며 "내가 유벤투스 측에 '우리 경기도 있는데 무리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더니 유벤투스는 '다 계약 내용이라 해야 하며 한국 일정에 문제없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
"유명 선수로 수익 내려 무리한 것…뚜껑 열린 것 같다"
로빈 장 대표는 "결국 호날두가 그 일정을 다 소화하느라 뚜껑이 열린 것 아니겠나. 유벤투스가 이 유명 선수로 수익을 내기 위해 여기저기 투입하느라 무리를 한 것으로 짐작한다"며 "그렇다 해도 호날두가 한국 팬들에게 이러면 안 된다. 이 내용은 내 추측이다"라고 덧붙였다.
로빈 장 대표에 따르면 호날두가 경기에 출전하지 않을 당시 유벤투스 측은 항의를 받고 "계약 조항에 대해 감독도 알고 선수도 안다. 그러나 그는 뛸 생각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또따른 유벤투스 관계자는 "호날두가 뛰기 싫다고 한다, 미안하다"고 입장을 표명할 뿐이었다.
━
"유벤투스, 추가금액 요구하고…위약금은 4분의 1도 안돼"
로빈 장 대표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유벤투스는 자신들이 요청한 날이 아닌 26일로 앞당겨진 프로연맹의 입장대로 스케줄을 정하면서 추가 금액을 요청했다. 이틀 간격의 경기에 대해 우려를 표했음에도 유벤투스 측은 추가 금액을 요구하며 문제가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호날두의 계약 위반으로 유벤투스 측이 물게 될 위약금은 얼마일까. 로빈 장 대표는 "계약서 내용을 공개하고 싶지만 그건 비밀유지 조항에 포함돼 말씀 드릴 수 없다"면서도 "(위약금은) 유벤투스에 주는 돈의 4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설명에 따르면 결국 호날두와 유벤투스 측은 계약 위반에 무례와 무성의를 일삼고도 위약금의 세 배 이상 돈을 벌어 한국을 떠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