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 분업이 명확하다. 선수는 책임감이 생긴다. 그러나 롯데는 자신의 정체성을 아는 젊은 투수가 많지 않아 보인다.
롯데는 지난 5월, 3년 차 우완 투수 윤성빈(20)을 일본 구단 지바 롯데 2군으로 연수를 보냈다. 기술뿐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그가 국내로 복귀한 뒤에도 1군 콜업은 하지 않았다. 양상문 전 감독의 활용 의지도 커보이지 않았다.
퓨처스리그 등판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 탓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투수 출신인 양 전 감독의 눈에 그의 투구가 차지 않던 것이다. "1군은 한 경기라도 더 이겨야 하는 무대다"던 그의 소신대로, 1군에 걸맞은 기량을 갖추지 못하면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다.
롯데는 윤성빈처럼 잠재력은 있지만 1군 정착이 더딘 투수가 너무 많다. 3선발로 인정받던 김원중도 체력 저하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지난 네 시즌 동안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만큼 성장한 투수는 박세웅 한 명뿐이다.
선수가 자신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만큼 많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다. 땜질에 활용된 탓에 보직이 자주 달라졌고, 적응하지 못한 채 공만 던지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5월부터 마무리투수로 나선 구승민도 구위는 인정받았지만 배포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점인 빠른 구속은 활용했지만 개인 성향까지 고려된 선택으로 볼 수 없었다.
원석이 부족한 팀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계획성 있는 성장 유도를 하지 못했다. 준비 단계인 스프링캠프에서 부여된 보직이 시즌 개막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바뀌기도 했다. 항상 성적만 쫓았다.
외부에서 즉시 전력감인 투수를 영입하긴 어렵다. 결국 젊은 투수가 성장해야 팀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잠재력이 뛰어난 투수는 1군에서 자질과 성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도자와 선수가 함께 적합한 보직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KT가 1군 진입 첫 시즌부터 거듭 실패를 거듭하다가 올 시즌에서야 해낸 일이다. 시행착오도 감수해야 한다.
다수 투수가 선발투수를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개인적인 욕구와 실제 자질은 차이가 있다. 롯데는 그동안 개성을 파악하기 위해 체계적인 준비와 운영을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1군에서 경쟁력이 있는 공을 가진 투수도 활용 폭에 제한이 있다며 2군에 뒀다. 그렇다고 육성 능력이 뛰어난 지도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상위 지명 투수부터 명확한 보직을 부여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어설픈 선발 수업은 지양해야 한다. 보직 확정을 거친 뒤 실력과 성향이 비슷한 선수가 있다면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현장과 프런트 새 수장이 가장 중요하게 접근해야 할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