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48) 감독 체제 3년 동안 삼성 구단은 외국인 투수에 헛돈을 썼다. 그 금액만 최소 460만 달러(55억)이다.
2016년 10월 삼성은 제14대 감독으로 김한수 전 타격코치를 선택했다. 사령탑에 오른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를 모두 교체했다. 재계약 대상자가 없었다. 삼성은 2016시즌 외인 투수를 무려 4명(레온·벨레스터·웹스터·플란데) 기용했다. 타자 아롬 발디리스는 아킬레스건 부상 등에 시달리다 44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그해 9위로 7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흉작에 가까운 외국인 농사가 문제였다.
감독이 바뀐 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투수 쪽 문제는 더 심해졌다. 김한수 감독은 2017년 외국인 투수로 앤서니 레나도와 재크 패트릭 조합을 선택했다. 그러나 둘 다 기대 이하였다. 특히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레나도의 부진이 뼈아팠다. 시즌 초반 가래톳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5월 말 복귀했지만 7월 말 경기 중 타구에 맞고 중수골 골절 진단을 받고 팀을 떠났다.
부상에 발목이 잡혔지만, 성적도 최악에 가까웠다. 11번의 선발 등판 중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단 한 번이었다. 2승 3패 평균자책점 6.80. 시즌을 '완주'한 패트릭의 성적도 바닥을 쳤다. 평균자책점이 6.18. 최소한의 몫이라고 할 수 있는 규정이닝도 채우지도 못했다. 삼성은 레나도와 패트릭에게 총 150만 달러(18억원)를 투자했다. 이적료를 포함하면 금액은 더 크게 올라간다.
2년 차 시즌에도 '실패'는 반복됐다. 지난해 삼성은 팀 아델만과 리살베르토 보니야로 외국인 투수를 물갈이했다. 두 선수는 교체 없이 풀 시즌을 소화했다. 그러나 성적이 5선발급이었다.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25명 중 평균자책점 순위에서 아델만이 19위, 보니야가 21위였다. 기복이 너무 심했다. 컨디션에 따라 투구 내용이 들쭉날쭉했다. 삼성은 5위 KIA와 게임차 없이 승률에서 뒤져 6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 티켓을 놓쳤다. KIA는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가 혼자서 11승을 따냈다. 두 팀의 게임차가 벌어진 결정적인 이유였다.
계약 마지막 시즌인 올해도 달라지지 않았다. 김한수 감독은 외국인 투수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저스틴 헤일리와 덱 맥과이어 조합으로 시즌을 준비했지만, 전력에 큰 보탬이 되지 않았다. 부상과 부진에 허덕이던 헤일리는 지난달 25일 퇴출됐다. 맥과이어는 지난 2일 2군으로 내려갔다. 표면상 이유는 햄스트링 부상이지만 지속된 부진 때문에 감독의 신뢰를 잃었다. 김 감독은 되도록 맥과이어를 기용하지 않고 국내 투수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다. 삼성은 헤일리를 대신해 타자 맥 윌리엄슨을 영입해 현재 1군 엔트리에 외국인 투수가 없는 유일한 구단이다.
아마추어 같은 일 처리도 문제다. 삼성은 헤일리 퇴출 이후 다방면으로 외국인 선수를 물색했다. 이 중 두 명의 선수와 계약 직전까지 갔다. 특히 투수의 경우엔 해외 스카우트 파트에선 "계약이 끝났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불발됐다. 여권 만료가 10월이어서 비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이 투수의 국적은 미국이 아니어서 다각도로 상황을 고려해 일 처리를 진행해야 했지만, 헛심만 뺀 꼴이 됐다. 결국 '가장 빨리 영입할 수 있는 선수'라는 제한된 후보군에서 선택했고 윌리엄슨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삼성이 외인 영입시 적지 않은 이적료를 지급한 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외국인 선수는 '로또'에 가깝다. 메이저리그 경력을 갖춘 선수가 KBO 리그에서 실패하고 그 반대의 선수가 성공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막연하게 '운이 나빴다'고 말할 수 없다. 좋은 외국인 투수를 데려오는 구단은 매년 나온다. 올 시즌에도 SK(헨리 소사·앙헬 산체스) 키움(제이크 브리검·에릭 요키시) 두산(조쉬 린드블럼) LG(타일러 윌슨·케이시 켈리) 등 상위권 팀들은 외국인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김한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거쳐 간 외국인 투수는 현재 총 6명이다. 이들이 거둔 승리는 모두 29승이다. 키움 외국인 투수 브리검이 이 기간 혼자서 거둔 승수와 같다. 투자가 인색했던 것도 아니다. 외국인 투수 6명이 받은 돈이 무려 460만 달러(이적료와 인센티브 제외)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감독의 용병술과 별개로 삼성의 외국인 농사는 여전히 흉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