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호날두 노 쇼(No Show)’ 사태의 핵심 관계자로 지목 받고 잇는 로빈 장 더페스타 대표가 침묵을 깨고 입장을 밝혔다. 축구팬들에 대해 사과하면서 이탈리아 프로축구 유벤투스 내한경기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약속했다.
장 대표가 운영하는 더페스타는 지난달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유벤투스와 K리그 선발팀 ‘팀 K리그’의 친선경기를 주관했다. 당시 당일치기 일정으로 입국한 유벤투스는 지각 입국 이후에도 늑장을 부리다 팬 미팅 행사와 친선경기에 줄줄이 지각했다.
생중계가 잡혀 있는 경기를 58분이나 지연시켜 빈축을 샀을 뿐만 아니라 당초 ‘45분 이상 무조건 출전한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던 유벤투스 간판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가 단 1분도 뛰지 않아 고가에 입장권을 구매한 6만5000여 팬들을 분노케 했다.
경기 이후 유벤투스와 주최사 더페스타에게 손해배상 요구가 밀려들었고, 양측은 분노한 축구팬들로부터 고발도 당했다. 지난 8일에는 경찰이 더페스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한동안 일부 언론사와 인터뷰하며 “나도 피해자”라 주장하던 장 대표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제기되고 있는 우려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 대표는 “축구와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친선경기를 추진했지만, 호날두의 결장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 초래됐다”면서 “관중 및 축구팬들께 큰 실망감을 안긴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썼다.
이어 “주최사로서 책임을 회피하거나 현재 처한 상황을 외면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유벤투스 등 당사자들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고 소개했다. 더페스타도 유벤투스에 대해 위약금 등 법적 조치를 진행할 예정임을 안내한 셈이다.
아래는 더페스타가 8일 발표한 사과문 전문.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더페스타 사과문]
더페스타는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를 보기 위해 직접 경기장을 찾아주신 축구팬 분들과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거듭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희와 관계자들 모두 업무이기에 앞서 축구와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친선경기를 추진하였으나, 호날두의 결장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 초래되어 관중 및 많은 축구팬 분들께 큰 실망감을 안겨드리게 되어 깊이 사죄 드리는 바입니다.
이번 사태는 저희로서도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었고 정확한 경위를 알아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과정에서 신속한 입장발표를 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더페스타는 주최사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현재 처한 상황을 외면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현재 유벤투스 등 관계 당사자들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 예방을 위하여 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선임하였으며, 유벤투스를 상대로 계약 위반에 대한 항의문을 발송하고 이에 대한 협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 더페스타는 축구팬 분들을 비롯한 주변 여러 분들의 과분한 믿음과 응원에 부응하고자 노력하였으나 이번 친선경기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완벽을 기하지 못하여 많은 분들께 상처를 안겨드렸습니다. 현 상황을 책임질 수 있는 방안, 시기, 규모를 파악하고 협의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주신다면 앞으로 축구팬 분들의 실망을 위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울러 현재 제기되고 있는 우려와 의혹을 해소시켜드리는 차원에서 경찰조사에도 성실히 임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다시 한번 본 친선경기에 관심을 가져 주신 축구팬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은 사죄의 말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