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7일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이 수억원대 저작권료를 불법 편취한 혐의로 서울동부지검 사이버수사부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멜론이 유령음반사 LS뮤직을 만들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편취한 금액이 50억 원에 달한다는 의혹이다. 압수수색 이후 약 3개월이 흐른 지금에도 검찰 조사는 진행 중이며, 멜론은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만을 내놓고 있다.
21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멜론과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음악저작권 4개 단체(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사단법인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사단법인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사단법인 한국음반산업협회)는 지속적으로 수사 상황에 대해 교류하고 있다. 교류라고 하지만 일방적 공유에 가깝다. 검찰은 피의사실 공표죄를 이유로 명확한 수사 과정을 내놓지 않고 있기에 멜론에게 전달 받는 것이 전부다. 문화체육관광부 또한 멜론을 통해 사건을 보고 받는 입장이다.
압수수색 이후 3개월 째 더딘 수사 속도에 업계에선 "2009년부터 2013년도의 일이라 관련 자료 자체 확보가 쉽지 않아 오래걸린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멜론이 여러 회사들을 거쳐 현재의 카카오를 만났기에 누가 어떤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검찰은 사건 당시 근무했던 직원들을 소환조사하고 멜론이 준 자료와 전 직원 등의 증언 토대로 증거 확보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적인 상황이 멜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보니 국회에선 음악산업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음원 사재기 논란은 온라인 음원시장 초창기부터 있어왔으나, 주먹구구식 대응에 어물쩍 넘어가기 미련이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4월 '음악 산업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에 참석해 "K팝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저작권 침해와 불법복제 등 불법시장의 폐해가 증가하고 있다"며 연간 손실액이 1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엔 문체부에 멜론차트 사재기 의심을 받는 가수가 직접 진정서를 제출하고 조사를 의뢰했음에도, "사재기 행위에 대한 식별을 할 수 없었다"는 결론이 전부였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6월 국회 문체위 보고에서 "외주 데이터 용역 업체에게 맡겨 2000만원 정도를 써서 반 년 넘게 공 들인 음원 사재기와 차트 조작 연구의 결과가 허탈하기 그지 없다. 아무런 결론을 얻지 못했는데, 문체부가 비슷한 조사로 연구용역비만 1억 5000만원을 발주했다"며 "음원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영화산업 진흥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콘텐츠진흥원, 영화진흥위원회가 조력하는 것 처럼 음악산업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산하기관을 설립해야 한다. 음악 산업의 발전과 저작권자 권리 보호를 위한 수익 분배 구조 투명성을 확보하고, 음원수익의 징수와 분배를 면밀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며 지난 달부터 음악산업진흥원을 설립 논의를 본격화했다.
사기혐의를 받는 멜론 수사에 현재 운영사인 카카오와 사건 당시 자회사를 두고 운영했던 SKT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멜론은 2004년 SKT 사내 서비스로 출범해 2009년 1월부터 SKT 자회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다 2016년부터 카카오에 인수됐다. 카카오M은 "카카오에 인수되기 이전에 벌어진 일이지만 현재 멜론을 운영하고 있는 입장으로, 적극적으로 권리사에 피해보상을 하겠다. 손실에 대해선 사실관계가 확인되는대로 선제적으로 적극 보상에 나설 계획이다. 그 뒤 어피니티와 SKT에 구상권 행사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SKT는 현재 음원플랫폼인 플로를 운영하고 있고, 멜론은 당시의 자회사였던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전적으로 책임을 졌던 사업으로 보고 있다. 다만 카카오가 SKT를 상대로 구상권 행사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추후 상황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