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유도회가 출전 자격이 없는 선수를 세계선수권대회에 파견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열린 2019 도쿄 세계유도선수권 남자 66㎏급 경기에 출전한 안바울(26·남양주시청)은 2회전에서 반칙패로 탈락했다. 그는 2016 리우올림픽에서 은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 경량급 간판이다. 그런데 본지 취재 결과 안바울은 당초 이번 대회 출전 자격이 없었다.
2019년 유도 국가대표 선수 선발 내규에 따르면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하지 않은 선수는 국제대회 파견 대상에서 제외된다. 유도회 경기력향상위원회는 1·2차 선발전에 모두 참가한 상위권 입상자를 국가대표로 발탁한다. 안바울은 지난해 11월 1차 선발전에선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자격으로, 선발전 1위와 같은 점수를 자동 부여받았다. 하지만 올 3월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 불참했다.
안바울이 2차 선발전에 나서지 못한 건 병역특례 봉사활동 증빙서류를 허위로 제출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2월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6개월 선수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징계를 마치고 매트에 복귀한 건 지난달 15일이다.
국제유도연맹(IJF)은 국가별 세계선수권 출전 인원을 9명으로 제한한다. 7체급에 1명씩 출전할 경우, 두 체급은 1명씩 더 출전할 수 있다. 한국은 당초 60㎏급과 100㎏ 이상급에 2명씩(1·2진) 내보낼 예정이다. 그런데 73㎏급 1~3진 선수가 줄부상을 당하자 경기력향상위는 73㎏급 출전을 포기했다. 대신 1진 김임환(26·한국마사회) 혼자 출전하기로 됐던 66㎏급에 안바울을 추가로 내보냈다. 경기력향상위는 국가대표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출전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력향상위가 이렇게 결정한 건 안바울의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돕기 위해서다. 올림픽에 나가려면 국제대회에서 랭킹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세계선수권은 국제대회 중 가장 많은 우승 포인트가 걸려있다. 유도회 선찬종 전무는 “안바울은 올림픽 금메달 가능성이 높은 선수인데, 반 년간 국제대회에 나가지 못해 랭킹 포인트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도계에선 이와 관련해 공정성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다. 한 실업팀 선수는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룰을 어기면서까지 대회에 나가는 건 문제다. 선발전을 통과해 선수촌에서 땀방울을 흘린 후보 선수들 노력은 어떻게 보상할 건가”라고 분개했다.
공정성을 차치하더라도 안바울의 실력이 압도적인지도 의문이다. 오랜 기간 실전에 나서지 않아 경기 감각이 떨어진 상태다. 체력과 근력도 지난해에 못 미친다. 왼쪽 발목 부상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소속팀인 남양주시청 팀 관계자는 “현재 70~80% 몸 상태”라고 말했다.
유도계의 한 지도자는 “안바울이 좋은 선수인 것은 틀림없다. 그렇다 해도 그를 세계선수권에 내보낸 경기력향상위 결정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선찬종 전무는 “실수를 인정한다.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